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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남 평화는 사이공과 베트콩 협상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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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월남에서의 미군철수 및 포로 석방 문제가 60일 시한인 28일을 하루 넘겨 29일 완전 종료됨으로써 월남 평화협정의 대전제가 매듭짓게 됐다. 이로써 미국의 월남 개입 10년 이래의 군사적 역할을 공식적으로 끝맺게 되어 월남문제는 「사이공」정부와 「베트콩」 2자간의 직접협상으로 초점이 옮겨지게 됐다.
당초 협정의 규정에 따른 미군철수와 포로 석방문제는 협상주역인 미국과 월맹의 관장사항이었으므로 중간에 몇 차례의 마찰로 고비가 있기는 했으나 종국적으로 실현되리라는 것은 긍정적으로 추측돼왔다. 문제는 이러한 대전제를 바탕으로 월남 안에서 진정한 평화가 이륙될 수 있는가 하는 의문으로 집약된다. 이미 휴전실시 60여일이 지나는 동안의 월남 정부군과 공산군의 충돌사건은 이러한 의문을 더욱 짙게 해주어왔다. 「파리」평화회담에서 평화의 건배를 든 여운이 가시기도 전에 월남 전역에서는 총성이 그칠 사이가 없어 휴전 발효 후 8주일 동안 쌍방에서 1만8천2백44명이 사망했으며(월남정부 발표) 협정내용으로는 분명히 월남인에 의한 민족의결 원칙을 내세우고 있으나 이의 바탕이 될 국민의 기본적 자유권은 월남안 어느 곳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형편이다.
뿐만 아니라 충돌사태를 방지하고 평화유지의 전제 조건이 될 양측 지배지구 확정의 임무를 주로 한 국제휴전 감시 위원단의 활동은 미약하다.
전투행위의 감시는 고사하고 치열한 전투에 오히려 자기네 신변안전 보호에 급급하고 있는 상태이다. 게다가 휴전 감시위원·구성국들의 정치색은 서로 의견이 엇갈려 사실적인 면에서의 운영 방안도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흐지부지된 상태에서 「캐나다」의 철수론까지 대두되어 유명무실한 존재가 되어 버렸다. 그러나 이는 부차적인 문제로 볼 수 있어 전쟁의 주역이었던 미국과 월맹이 휴전협정의 기본조건을 충족시킨 이상 남은 문제는 「사이공」정부와 「베트콩」의 당사자끼리의 교섭으로 압축될 수밖에 없다.
당사자 교섭의 주제는 민족화해 전국 평의회의 설치 문제이다.
이를 위해 「사이공」정부와 「베트콩」측은 지난 19일부터 「파리」에서 직접협상을 벌이고 있다.
민족화해 평의회는 「사이공」정부와 「베트콩」및 제3의 정치세력(중립파)으로 이루어지는 「트로이카」조직이다. 여기서 양측은 제3의 정치세력에 대한 견해와 규정이라는 원칙문제에서부터 의견이 엇갈려 협상의 길이 평탄치 않으리라는 것을 예시해 주고 있다.
「사이공」정부는 이미 자파에 유리한 인물들을 내세워 제3의 경치세력으로 주장하고 있는데 반해 「베트콩」측은 「사이공」정권에 의해 투옥된 정치범들을 참여시키라고 주장, 팽팽히 맞서고 있다.
뿐만 아니라 앞으로의 월남 통치기구의 성격을 규정할 민족화해 평의회의 기능과 권한·성격에 대하여도 의견을 조정해야 하며 평의회의 주요 임무인 전국적인 총선거와 지방선거실시방법에 대한 의견 조정 등 단시일 안에는 해결될 수 없는 난제가 첩첩이 가로놓여 있다.
양측의 협상이 순조롭지 않으리라는 것은 비록 자파에 유리한 조건을 조성하기 위한 움직임이라고는 하나 4자 군사위 대표로서 「사이공」에 도착한 월맹·「베트콩」에 대한 「사이공」정부의 활동 제한, 양측의 군사적 충돌 등에서 능히 추측할 수 있다. 그러나 당사자 협상의 난점은 군사적 차원에서 정치적 차원으로 대립이 옮겨지며 이의 주역을 맡았던 미국정부와 월맹이 계속 막후에서 조정, 획기적인 해결을 기대할 수는 없다 하더라도 마찬가지로 결정적인 파국도 있지는 않을 것이다. <김동수 기자>

<월남 휴전 2개월일지>
▲1월27일=「파리」국제회의「센터」에서 월남휴전협정 정식조인. 월맹, 미군 포로. 5백50명 명단 수교.
▲1월29일=월남·월맹·미국·「베트콩」의 4자 합동 군사위원회 첫 회의. 공산측 입국 절차시비. 협정 위반사례 상호비판.
▲2월2일=「캐나다」·「헝가리」·「인도네시아」·「폴란드」 4개국 국제 휴전감위 활동 개시.
▲2월5일=월남·「베트콩」 양자 정치회담 제1차 대비회의 「파리」에서 개최.
▲2월10일=「키신저」보좌관 「하노이」방문. 미·월 수교, 휴전협정 준수, 전재복구 등 합의
▲2월12일=미군포로 1군 1백15명 석방.
▲2월21일=「라오스」휴전 조인.
▲2월26일=12개국 「파리」국제회의 월남평화보장을 위한 공동 선언문 가조인.
▲3월2일=「파리」국제회의 월남평화보장을 위한 공동선언문.
▲3월3일=미군 포로 제2군1백42명 석방.
▲3월14일=미군 포로 제3군 1백8명 석방.
▲3월15일=「닉슨」, 월맹의 병력 및 전쟁 물자 남파에 경고.
▲3월16일=미·월맹 합동 경제위 첫 회합.
▲3월25일=「닉슨」, 주월 미군 철수 중지령.
▲3월26일=월맹, 29일까지 「라오스」내 미군 포로 9명을 포함한 잔여 미군 포로 전원 석방 통고 잔여 미군도 전부 철수 합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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