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의 헌정 위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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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터키」공화국은 요즘 아슬아슬하게 헌정을 유지하고 있다. 그것은 마치 위기를 맞은 환 자가 응급수단으로 겨우 명맥을 이어가는 경지를 연상케 한다. 실제로「터키」의 군부는 수도「앙카라」를 비롯해 전국7개 주에 계엄령을 선포하는 안을 제시하고 있다. 오는 28일로 7년의 임기가 끝나는 현 대통령「수나이」 이후의 공백기를 군부가 장악하려는 의도이다.
「터키」국민의회는 지난 3월13일부터 후임 대통령을 선출하는 투표를 실시한바 있었다. 투표는 무려 6차례나 거듭되었지만 끝내 대통령을 뽑지 못했다.
「터키」의회의 다수파는 정의당이다. 이 정의당은 민간인의 집권을 열망하는 민간인 주도의 정당이다. 이 정당이 제1당으로 등장한 것은 65년 10월 총선에서였다. 그 구조를 보면 고「멘데레스」수상이 통솔하던 민주당의 후신이나 다름없다. 「멘데레스」정권은 60년5월 군부의 무혈「쿠데타」로 전복되었었다. 그후 5년만에 민간 정치인들은 군부세력인 「귀르셀」장군의 통치에 정면으로 도전하게 된 것이다.
「귀르셀」은 당시 정의당의 「클로스업」으로 자신의 연정이 무너지게 되자 몹시 충격을 받았었다. 그는 심장발작까지 일으켜 의식불명이 된 상태에서 미국「월터·리드」병원에 입원했었다. 그래도 건강을 회복하지 못하고 말았다.
총선 이듬해인 66년 3월, 역시 의회는 그 후임 대통령을 선출해야 했다. 정의당의 표수로는 당연히 민간 출신의 대통령을 뽑을 수도 있었다. 그러나 당시의 음산한 분위기는 참모총장의 옷을 벗은 「수나이」장군을 대통령으로 뽑지 않을 수 없었다. 사실 그는 전임 대통령 「귀르셀」장군의 변신이나 다름없었다.
요즘의 사태는 그 당시를 방불하게 한다. 이런 혼미의 타개책으로 현「수나이」대통령의 임기를 연장하는 안도 등장하게 되었다. 이것은 개헌이 전제가 되어야한다. 그러나 이 안도「수나이」파에 의해 1표 차로 부결되었다.
위기는 지금 군부에서 밀고 있는 전 참모총장인 「귀를레르」를 대통령으로 뽑거나 「수나이」의 임기를 연장해 주면 끝날 것이다. 그러나 민간 정치인들은 민간 정치로의 복귀에 그 집념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터키」는 건국 후 5명의 대통령을 가졌었지만 그 중 4명이 군부세력의 출신이었다. 유일한 민선 민간인 대통령이던 「바이야르」는 「멘데레스」와 함께 밀려나고 말았다.
지난 23일 이제 마지막「카드」 하나가 던져졌다. 상원에서 개헌안을 가결, 그것을 하원에 송부하여 재표결을 시도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외신은 이것마저도 상원에서 부결되었다고 전한다. 다음의 방도는 무엇일까. 실로 아슬아슬한 「터키」인의 곡예를 보고있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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