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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로 제동걸린 수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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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수출「드라이브」정책이 국내 물가안정 때문에 「브레이크」가 걸렸다. 정부는 3% 물가안정선 유지를 위해 주요 원자재의 수입을 적극 개방하는 한편 국내에서 품귀상태를 계속하고있는 철근·합판·원사 등 8개 품목의 수출을 규제한 것이다. 국내에서 주요 자재가 품귀 상태를 보인 것은 작년 하반기 불황에서 탈피하기 시작하던 때부터였다. 그러나 정부는 국내시설을 충분히 활용하면 품귀현상은 곧 해소되리라고 판단하고 수출우선이라는 정책방향을 그대로 고수해왔다.
이러한 정책적 선택은 결국 수출「인플레」를 가속화하여 주요물품의 이중가격형성이라는 파행적 가격구조를 유발하기에 이른 것.
예컨대 철근은 t당 4만3천5백원(공장도·2월26일 가격인상 전)의 공시가격을 무시하고 뒷거래 시세는 7만원, 일부 지방에서는 10만원선까지 뛰어 올랐으며 값은 5만8천6백원 (34%인상)으로 올린 뒤에도 이 같은 이중가격파동은 가라앉지 않고 있는 형편이다.
국내에서 철근·합판·섬유 원사의 품귀상태가 빚어지고 있는 원인은 국제가격 상승과 국내가격 동결에서 빚어진 것이다.
국제 고철값이 한때 t당 88불까지 상승함으로써 철근 수출가격은 t당 6만5천원을 기록했는데도 내수가격은 이에 훨씬 못 미치는 수준에 묶였기 때문에 관계업계는 당연히 수출위주로 나갈 수밖에 없었다.
목재도 역시 똑같은 경로를 밟아왔다.
또 섬유 원사는 종래 과잉시설이 운위되어 왔으나 국제가격이 뛰어 오름으로써 국내 수출용 원자재 가격이 상대적으로 싸진데다 섬유류의 수출량은 매년 증가하여 물량면에서 절대량이 부족하게 된 것이다.
정부는 철근수출의 전면금지, 원사 및 합판의 조건부 수출조치 등 국제 수지면을 희생하더라도 물가3%「마지노」선을 확보하려는 태도를 견지하고 있으나 절대적인 물량부족현상을 해소하지 않는 한 당면시책이 주효하리라는 확신은 회의적이다.
즉 고철의 금년 소요량 1백10만 t중 수입량은 87만t이 예상되고 있는데 국제적인 가격앙등과 품귀상태에 비추어 이를 용이하게 확보하기가 쉽지 않으며 「폴리에스터」사의 원료인 DMT「나일론」사의 원료인「캐프를랙탬」도 월 4천t 및 3천t씩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으나 작년 8월에 비해 가격이, t당 10불내지 20불씩 뛰어오르고 국내 원사 생산시설도 수요를 총족시킬 수 없어 당분간 품귀상태는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토록 전력 투구해온 수출우선 정책이 물가안정에 몰려 후퇴된 것은 물가3%억제를 고수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되지만 무리한 물가안정을 위해 경직화된 정책 일방은 또 다른 부작용을 낳을 가능성도 있다. <현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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