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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가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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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봄이 아름다운 것은 물기 때문이다. 봄이 좋은 것도 물기 때문이다. 봄에는 모든게 물기를 머금게 마련인 것이다.
겨우내 메말랐던 나무가지가 물기를 머금는다. 얼었던 시내에 물이 흐른다. 빌빌하던 짐승들도 팔팔해진다. 모든게 『물찬 새』같이 발랄해지는게 봄인 것이다.
봄이 아름다운 것은 하늘까지도 물기를 머금고 있기 때문이다. 공중의 수분이 마치 「프리즘」처럼 광선을 굴절시켜 아름다운 색깔을 나타내게 하기 때문이다.
봄에는 안개가 잘 낀다. 안개란 극히 작은 물방울이 대기중에 부유하는 현상을 말한다.
아지랭이라면 봄에만 있는 현상이다. 안개는 수평시정이 1km미만이지만 아지랭이는 1km이상 보인다.
그러나 아지랭이란 기상학상의 정식용어는 아니다. 우리나라의 독특한 시어이다. 우리네 시인들이 가장 즐겨쓴 일종의 정서적 표현이다.
봄의 정경에서 빠뜨릴수 없는 것 중엔 또 이슬비가 있다. 이슬비는 비는 아니다.
극히 작은 물방울, 곧 직경이 0·5mm미만일때 안개처럼 차분히 내리는 것이 이슬비다. 비는 기상학상 수적의 크기가 직경0·5mm이상이 되어야 한다. 그런데도 왠지 요새는 아지랭이가 없다. 대기가 온통 뽀얗게 불투명하기는 하지만 아지랭이 탓은 아니다. 그저 연무(스모그)가 깔려 있을 뿐이다.
연무는 눈으로는 볼 수 없는 극히 작은 입자가 대기 중에 부유하고있는 현상이다. 그러나 그 입자에는 물기가 거의 없다. 그러기에 공기가 그저 독하게만 보일 뿐이다.
올 봄에 아지랭이가 없는 것도 당연한것만 같다. 꽤도 오랫동안 가뭄이 계속되고 있으니 말이다.
15일 관상대는 우리나라 전내륙지방에 건조주의보를 내렸다. 봄농사에 지장이 있을 정도라는 것이다. 춘천의 상수원도 위험선에까지 내려가고 있다.
관상대 발표에 의하면 우리나라가 『고기압전면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이라고만 밝히고 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왜 올 봄의 강수량이 평년보다 30∼40%나 적은지를 알 수가 없다. 어쩌면 이번의 봄가뭄은 단순한 기상학만으로는 풀 수 없는 현상인지도 모른다.
지난 몇햇동안 「유럽」쪽에서도 여러 가지 기상이변이 있었다.
그것은「이집트」에 생긴 인공호며 북해쪽의 해수오염등에 탈이 있다고 풀이한 학자가 있다.
「아시아」쪽에서도 혹은 「알래스카」의 인조호며, 동해에 뜨기 시작한 기름등 때문에 생긴 이변일지도 모른다.
그러지 않고서는 왜 이상기온이 겨우내 계속되고, 왜 봄 가뭄이 이처럼 격심한지 풀 길이 없다. 아무래도 모든 것에 큰 눈으로 길게 내다보지 않고는 안되는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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