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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체제의 붕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서독이 12일 「마르크」화의 3% 추가 절상조치를 함으로써 EC 6개국은 공동변동환율제를 채택케 되었다. 이변에 빠진 영국·「이탈리아」, 그리고 「에이레」가 환율의 안정 수준을 되찾으면 EC는 전체적으로 공동변동환율제를 완성하게 될 것이며 EC내의 통화간에는 이른바 환투기가 원칙적으로 배제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C의 이러한 공동변동환율제 채택은 결국 일본의 고정환율제 복귀를 불가능하게 만드는 것이므로 국제 통화 체제는 바야흐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되는 것이다. 즉 미국의 「달러」와 EC통화, 그리고 일본의 「엥」화로 3대분 되는 세계 주요 통화간에는 이른바 평가가 존재하지 않게 되는 것이다. 때문에 고정평가에 의거하는 IMF체제는 명실공히 붕괴되어 새로운 체제의 형성을 불가피하게 만든 셈이다.
그러나 새 체제의 형성이 앞으로 수년 내에 이루어질 공산은 거의 없는 것이므로 당분간 변동환율제가 세계 통화 제도의 본질을 이룰 것으로 일단 분석할 수 있으며. 이에 따라서 새로운 국제 무역 질서가 형성되어 갈 것임을 주목해야 하겠다.
우선 EC의 공동변동환율제는 EC의 공동 통화정책·공동 농업정책을 살리기 위해 불가피했을 뿐만 아니라 EC무역 구조의 특성 때문에 가능한 것임을 잊어서는 아니 된다. 즉 개별적인 변동환율제를 실시하는 경우, 상대 가격 체계의 교란으로 공동 농업정책이나 통화정책은 그 집행이 불가능하게 된다. 또 EC역내 무역 비율이 70%수준에 있으므로 역내 통화간의 환율만 안정되면 EC제국은 통화 파동의 여파를 크게 회피할 수 있는 이득을 얻게 된다.
그러므로 이는 역외환율을 변동시킴으로써 투기 자금 유입을 막아 과거와 같은 파동에 다시는 휩쓸리지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또 EC가 공동변동환율제를 채택함으로써 역외무역이 불리해지는 문제는 무역면에서 회피될 수 있음도 주목해야 한다. 즉 EC의 대외 거래는 「달러」표시 거래에서 자국통화표시거래로 점차 전환될 것이 분명하며, 이 경우 대 「달러」 환율은 실질적인 의미가 없어질 것이다.
둘째, EC의 공동변동환율제가 일본의 변동환율제를 장기화시키는 요인이 되는 것이라면, 일본의 대외 무역거래도 대미 거래를 제외하면 「엥」표시 거래로 전환될 것임을 예상하기 어렵지 않다.
세째, EC와 일본의 무역거래가 점차 「달러」표시제에서 이탈할 때 「달러」의 결제 통화로서의 역할은 점차 축소될 것이며 이 경우 국제적으로 현재 깔려져 있는 8백여억 「달러」의 미화를 어떻게 처리하느냐 하는 문제가 앞으로 관심의 초점이 될 것이다. 이 문제와 새 국제 통화 체제의 형성, 그리고 통상 문제는 서로 얽혀 있는 것이며 결국 장기간의 일괄 타결을 위한 협상이 거듭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마르크」화의 3% 재절상 및 EC의 공동변동환율제 채택이 미치는 장래 변화를 고려할 때 우리의 무역·외환 정책도 새로운 국면에 적응해야 할 필연성을 내포하고 있음을 직시해야 할 것이다.
즉 대미 무역을 제외한 기타 지역의 무역거래가 결국은 「달러」표시제에서 벗어나게 될 것으로 본다면 우리의 무역 구조면에서 문제점이 제기된다. 우리의 무역 구조는 대미 거래에서 흑자인 반면, 대일 및 대EC거래에서 대폭적인 적자를 보이고 있으므로 새로운 상황하에서는 비 「달러」부채의 누적이 불가피하게 되는데, 이 경우 우리는 가치 하락이 당분간 계속 될 「달러」를 벌어서 갚아야 하는 중압을 예상해야 한다.
그러므로 외환 정책 및 무역 구조 개선면에서 새로운 정세에 적응할 대응책이 시급히 마련돼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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