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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고교 입시제의 실행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지난달 28일에 밝혀진 「고교 및 대학 입시 제도 개선 방안」의 시행 계획이 만 13일만에 성안, 발표되었다. 이 계획에 따라, 전국 고교의 무자격, 또는 과목상치교사의 해임(3월말 이내), 부실 학교의 시설 보완(10월말 이내), 불이행 학교에 대한 폐교·학생 배정 중지·학급 감축 조치(11월중) 등이 급속히 진행케 되었으며, 내 74학년도 초까지에는 부실 고교 정리에 따른 수용 능력 부족을 「커버」하기 위한 인문계 고교의 학급 증설, 일부 공립 고교의 2부제 수업 실시 계획 등이 구체화할 것으로 보인다.
문교부의 이 같은 강력 조치들은 새 입시 제도의 성패를 좌우할 『모든 고등학교의 평준화』를 위해 부득이하고, 또 어떤 면에서는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사안이 내포하고 있는 심각한 문제성에 비추어 몇 가지 문제점도 없지 않다.
우선 서울·부산 등 대도시의 경우, 이른바 무자격 교사 또는 과목상치교사의 실수는 미미할 것이다. 그러나 전국적으로는 적지 않은 현직 교사가 이 조치에 따라 해고 대상이 될 것이므로 기계적인 기준에 의한 이들의 해직이 과연 온당할 것인지 문제이다.
개중에는 수년, 또는 수십년 동안 특정 교과목을 가르친 교육경력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혹은 교사 취임 당시 교사 자격 검정 제도 자체가 갖는 모순 때문에 결국 소정 자격증 취득이 불가능했을 사람도 적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일정한 유예기간조차 주지 않은 채 무조건 자르는 것은 온당한 처사가 아닐 것이며, 더군다나 쉽게 유자격 교사를 구할 수 없는 지방 고교의 경우는 이 때문에 교과과정의 일시 중단 사태를 빚는 혼란이 있을 것이다.
둘째, 부실 학교의 시설 보완에 있어서도 기일 안에 실천할 수 있도록 지도하는 당국의 배려가 필요하다. 사립학교의 시설에 관한 한, 그 법적인 확보 책임이 설립자인 학교 법인측에 있음은 당연한 일이기는 하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당국도 대다수 학교가 기본 재산 수익을 사실상 바랄 수 없는 형편에 있다는 것을 알고서 인가를 해준 것이다. 때문에 이들이 명령된 기일 내에 시설 보완을 완수하기 위해서는 통첩 위주만이 아니라 당국이 솔선 융자를 알선해 주는 등 능동적인 개입이 필요할 것이다. 이점, 보다 원숙한 지도·조장 행정의 진가를 발휘해 주기 바란다.
셋째, 부실 고교 정리에 따르는 학급 증설과 일부 공립 고교의 2부제 실시 계획에 있어서도, 증가 정원의 안이한 균등 배분 방식을 버리고, 인적·물적 시설이 특히 우수한 특정 유수 고교에 대해 집중 배정하기를 바라고 싶다. 본 난이 이미 지적한 바와 같이 하루 중 거의 반나절을 유휴 상태로 두고 있는 공공시설의 실천 방안, 그 중에도 특히 같은 고교 교육의 확충을 위해 기존 시설의 이용을 통한 수용 능력 확보를 꾀하는 등 배려는 모든 개발도상국가에 있어서의 교육 재정 궁핍을 보충하는 훌륭한 활로가 될 것이다.
늘어난 학급 수에 상응하는 교사 확보를 전제로 한다면, 어중간한 신설 학교보다는 기존 유수 학교의 다면적 활용책에 대해서 좀더 중점적인 배려가 있기를 바란다.
넷째, 공·사립간 교원 자질 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시책이 사립학교 교원 봉급의 전부 또는 일부에 대한 국고·보조 실시를 조건으로 보다 강력히 시행되어야 할 것이다. 문교부의 계획은 공·사립 같은 비율의 교원 재교육 실시, 사립학교간의 인사 교류 제도 권장, 사립 교원 채용시의 시·도 교육위 알선 등에 그치고, 새 입시 제도 구상 당시의 국고 보조 전제조건이 크게 후퇴하고 있다.
오늘날, 우리 나라에 있어서는 사학 경영비 중 절대액이 교원 봉급으로 충당되는 인건비임을 상기할 때, 이들에 대한 직접 보조의 길을 트지 않은 채 하는 행정 조치만으로는 학교의 평준화를 달성하려는 본래의 목적과는 거리가 먼 것이 될 우려가 없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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