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막오른 「행락시즌」|만취에 어지럽혀진 고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고궁과 공원안의 매점에서 당국의 허가아래 버젓이 술을판다. 술을 팔기때문에 이술을 사든 소풍객들이 취하도록 마시고 공중질서를 어지럽힌다. 행락「시즌」이 시작된 11일, 창경원에서 예년에 다름없이 눈에뛴 풍경이다. 이날의 기온은 최고13도2분으로 평년보다 5도6분이 높았던 쾌청한날씨로 창경원에만도 2만명의 첫상춘인파가 몰렸다.
해마다 봄의꽃철이면 서울의 창경원·비원·경복궁등 고궁과 남산공원등 상춘객이 지나간 뒷자리는 쓰레기로 산을 이루고 빈술병등이 어지럽게 나뒹굴며 부녀자의 술주정, 모주꾼의 행패때문에 모처럼의 봄나들이가 엉망이 되기일쑤.
창경원의경우 문화재관리국으로부터 허가받아 각종주류를 팔고있는 매점은 11개소. 매점에서는 정종·맥주를 비롯해서 소주·포도주등 각종주류를 팔고있다. 매점허가는매년 「시즌」이 시작되면 6개윌기간으로 임대료 40만원씩을내어 허가를 해주는데 올해 기간은 2월부터 7윌까지로 되어있다.
이때문에 공원이나 고궁안에서는 상춘객들이 마음대로 술을마셔 공중질서의 영점지대를 이루는 근본원인을 내주고있으나 행정당국은 세수입을 올린다는 이유하나만으로 주류를 팔게하고있다.
지난해 창경원의 밤벚꽃놀이(4월1일∼5월30일) 상춘객은 90만여명(어린이20만여명 포함). 이들이버린 쓰레기는 4t「트럭」으로 4백대분이었고 빈병은 50만여개였다.
이가운데 30만여개가 소줏병과 맥줏병으로 일부 부녀자와 미성년자를 제외하면 1명이 1병이상을 마신 골이다. 창경원5호 매점주인 강성녀씨(62·여)는 『봄놀이철에는 하루 1백병이상의 술을 팔고 있다. 손님은 대개 소주를 찾고있으나 시골사람 가운데는 막걸리를 찾는 사람도 있다』고 했다.
또 B식당주인 김제영씨(48)에 따르면 밤벚꽃놀이 기간에는 하루4∼5백병을 팔았다는것.
창경원경비원 김모씨(37)는 『단체손님은 으례 술과「콜라」등을 「손수레」에 싣고 들어오며 대낮부터 얼굴이 벌개서 쓰레기더미속에 네활개를 활짝펴고 잠자거나 아무데서나 용변을 보기도 한다』고 말했다.
또 관람객끼리 싸움을하거나 부녀자들을 희롱하는일이잦고 젊은패들은 숲속에서 유행가를 합창하는등 상춘「에티케트」가 엉망이라는것.
서울대 임영방교수는 술을 비교적 자유릅게 마신다는 서구사회에서도 고궁, 유적, 공원등에서 술을 마시거나 더욱 추태를 보이는일은 드물며 어쩌다가 공원의 「벤치」에서 맥주를 마실경우 종이나 신문지로 술병을 가리고 주위의 눈치를 살펴가며 몰래 마신다고 말했다.
외국의경우 고궁과 공원의 매점에서는 일체 술을팔지않으며 특히 유서깊은 고성·고궁·박물관·미술관등에서 술을 마신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노릇이라는것.
관랍객도 식당에서 약간의 술을 마시는것으로 만족하고 모든사람들이 기분전환을위한 산책이나 관광을 즐기는 분위기를 어지럽히지 않는다.
전국주부교실중앙회 사무처장 이윤자씨는 『가족끼리의 조용한 나들이를 위해 고궁과 공원에서 술은 추방돼야한다』고 주장했고 동대문경찰서 당국자들도 술은 마음대로팔고 가지고드나들게해놓고 경찰에만 단속하라는것도 모순이라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