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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며칠 전 친하게 지내던 분의 가정을 방문하게 되었다. 방바닥에서 그림책을 열심히 보던 그 댁의 5살쯤 된 꼬마가『여기「로보트」있다. 이「로보트」좀 봐』하고 좋아라 소리치며 내게로 가져온다. 무심코 들여다보던 나는 그만 웃음을 터트렸다.
그 책은 취학 전 아동을 위한 그림책으로 「심청전」이었다. 심청 이가 부처님께 불공을 드리는 장면이었는데 이 꼬마의 눈에는 부처님이「로보트」로 보였던 모양이다.「로보트」 앞에 꿇어앉은 심청 이로. 너무나 어이없는 착안에 나는 그저 웃을 수밖에 없었다. 꼬마의 엄마도 기가 막히다 는 듯 웃으며 부처님이라고 정정했지만 『아니야, 「텔리비젼」에 나오는「로보트」인데』하며 시큰둥한 표정이다. 절에 데리고가 부처님을 구경시키지 않은 부모의 부주의라고 할까? TV만화의 영향이라고만 돌려야 하는가?
어린애는 자기 주위에서 본대로 기억하고 또 그대로 말했을 것이다. 「매스컴」이 이끌어 가는 문학생활은 참 생활을 잊게 한다. 과거를 망각시키고 우물 안의「고등개구리」로 끌어가는 모양이다. 특히 전통적인 우리의 생활, 조상의 생활을 모르며 TV에 나오는 것만이 우리의 생활인줄 아는 어린이들에게 우리의 참모습을 알려주는 것은 과학에 대한 지식을 알려주는 것 못지 않게 중요한 일이 아닐까?
우리 어른들은 좀 더 세심한 주의로 보살펴야겠다. 요즘 TV에 범람하는 외국만화영화나 과학만학영화 뿐 아니라 우리생활의 만화, 우리 고전의 이야기를 그린 만화를 그린 소개시켜서 적어도「로보트」와 부처님을 착각하는 일은 없어야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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