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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KT의 황창규, 제3의 길 열어가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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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반도체 신화를 일군 황창규 전 삼성전자 사장이 KT 회장 후보로 선정됐다. 어제 KT 주가는 1.47% 올라 ‘CEO 효과’로 화답했다. 시장이 황 후보의 CEO 경험과 경영능력에 기대를 걸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의 앞에 놓인 숙제는 만만치 않다. 삼성전자는 제조업체이고 KT는 서비스 기업이다. KT의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계속 쪼그라드는 것도 문제다. 여기에다 KT의 직원은 3만1750명으로 경쟁업체인 SK텔레콤과 SK브로드밴드의 직원을 합친 것보다 5배 이상 많다. 이석채 전 회장이 남긴 ‘올레 KT’(새로 영입한 임원)와 ‘원래 KT’(내부 출신 임직원) 간의 갈등 역시 풀어야 할 과제다.

 그동안 정부의 입김이 미치는 기업에는 낙하산 인사나 내부 출신을 발탁하는 게 정해진 공식이었다. 이에 비해 황 후보는 예상 외로 선택된 인물이다. 막판까지 경쟁한 다른 인사들과 비교하면 관료 출신도 아니고 대선캠프와 인연을 맺은 적도 없다. 전형적인 낙하산 인사와 거리가 먼 제3의 선택인 셈이다. 따라서 황 후보가 성공하느냐 실패하느냐에 따라 새로운 실험의 운명이 달렸다. 가까운 성공사례로는 일본의 이나모리 가즈오(稻盛和夫) 회장이 망한 공기업인 일본항공(JAL)을 살려낸 것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그는 정치권의 압력과 노조의 반발에 맞서 적자노선을 폐쇄하고 1만 명을 정리해고했다. 설득의 리더십으로 골칫거리였던 퇴직연금까지 30% 축소하는 데 성공했다.

 KT도 경영을 정상화시키려면 강도 높은 구조조정과 함께 새로운 수익원을 찾아야 한다. 안팎의 저항을 딛고 대대적인 변화와 개혁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황 후보는 “미래의 ICT(정보통신) 비즈니스를 창출하고 창의와 혁신, 융합의 KT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우리는 이 약속이 제대로 실현되기를 기대한다. 반도체에서 성공한 ‘황의 법칙’이 통신서비스에서도 재현되기를 바란다. 황 후보의 실험이 성공을 거두면 우리는 KT와 비슷한 공기업 개혁의 새로운 모델을 갖게 된다. 제3의 길을 개척하는 그의 어깨에 얹힌 짐이 무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