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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입시제도 그 내용과 과제>(3)실업고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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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새 입시제도가 발표된 후 실업계 고교가 「클로스 업」 되고 있다.
고등학교교육이 대학입학준비교육으로 간주되어 인문계 우선으로 키운 풍토 속에서 줄곧 소외당해오던 실업계고교가 갑자기 관심을 모으게 된 것은 실업교육진흥을 위한 특혜가 새 입시제도에서 베풀어 졌기 때문이다.
실업계고교지망생이 갖는 특혜를 보면 ①학군에 관계없이 원하는 학교에1차로 지원, 자유럽게 학교를 선택할 수 있고 ②여기서 떨어져도 2차인 인문계고등학교에 다시 전학 할 기회가 있으며 ③경부가 대폭확장 할 장학금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된 것 등을 손꼽을 수 있다. 이밖에 이번 입시제도개선과는 관계없지만 병역특혜가 이미 주어져있어 실업계고교는 해방28년 만에 최고의 황금기를 맞은 셈이다.
정부가 이처럼 실업계고교를 우대하고 있는 것은 앞으로 다가올 중화학 공업시대에 필요한 20여만 명의 기능공 확보를 위한 대책이 중요한 목표로 되고있다.
이 때문에 우수한 학생들을 끌어들여 낙후된 기술분야를 개발하고 산업진흥과 수출증대 등에 밑받침이 되길 바라고있다.
그러나 정부의 이 같은 기대대로 실업계 고교에 대한 관심이 곧 우수한 학생지원과 연결될지는 의문이 많다.
첫째, 현재의 실업계고교구성이 상업중심으로 되어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전국5백39개 실업계고교중 상업계가 1백68개로 으뜸을 차지하고있고 그 다음이 종합고교 1백38개, 농업 계가1백8개 순인데 반해 정작 필요한 공업계는61개 밖에 되지 않는다. 공업계와 수산·해양 계의 증설이 뒤따라야 한다.
둘째로, 같은 공업계·실업고교 사이에도 시설 면에서 격차가 너무나 심하다. 예를 들면 용산공고 같은 학교는 전문가의 말에 의하면 세계의 어디에 내다놓아도 손색이 없을 정도의 시설을 갖추고 있는데 반해 일부공고는 껍데기만 갖고 있는 실정이라는 것이다.
문교부의 통계에 의해도 실업고교의 외곽시설은 현재 법정기준의 41%,내부실험실습시설은 34%, 실업고등전문학교는 외곽시설이 60%,내부시설50%밖에 안 되는 실정이다. 문교부는 오는 76년까지 1백3억 원을 투입, 기준의 7O%까지 끌어올릴 계획을 세우고 있다.
세 째, 실업계고 교생들의 취직 율이 저조하다. 71학년도에는 50%, 72학년도에는 49.5%정도였고 진학 율은 진학희망자 25%였으나 10%가 진학했다.
네 째, 실업고교출신들의 초봉이 대부분 1만5천 원정도로 낮아 1∼2년 후에는 직장을 떠나는 이직 율이 높다는 것이다. 서울대사대 이상주 교수는 이들의 봉급수준조정이 중요한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다섯째, 현행법상 실업계고교는 전 교과 과정 중30%이상 실업과목을 이수하게 되어있고 인문계고교도 30%정도 실업계 교과목을 넣도록 되어있어 사실상 차이가 별로 없다. 중앙교육연구소 부 소장 배종근씨는 이 같은 차이를 더욱 넓혀 실업계로서의 특성을 살려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처럼 우수한 학생을 유치하려는 청부의 기대에 응하기에는 실업계고교의 유인체제가 약한 형편이다.
그 때문에 앞으로 1차로 선발할 실업계고교가 정원미달상태를 빚지 않을까 염려하는 의견이 많다. 우선 인문계 위주의 풍토가 남아있고 실업고교간의 격차가 심해 실업고교 중의 유명 교에만 쏠리고 나머지는 미달되는 경우가 예상되며 이때에는 인문계고교 추첨배정이 끝난 후 3차로 추가 모집한다고 되어있는데 3차 모집은 결국 연합고사의 입학 자 선발에서도 떨어진 학생들로 모집하게 되어 우수학생선발이라는 당초 목표에 차질을 가져오게 될 우려가 있다.
이와 같은 점을 「커버」하기 위해 고려대학교 황정규 교수는 졸업 후의 취업보장·동계대학진학특전·장학금제도 등 유인체제의 강화가 선행돼야한다고 말하고있다.
문교부는 이 같은 우려에 대해 올해 서울시내 전기 실업고교의 경쟁 율이 공립 남자평균 2.8대1,공립여자3개교 3대1, 사립남자3.8대1, 여자4대1등 평균3.6대1의 경쟁을 보였다고 낙관하고 있으나 전기모집 할 정도의 유명실업고교보다 시설이 엉망인 후기모집 실업고교가 문제가 되고있다.
문교부가 이번 입시제도 개선에서 이 같은 특혜를 받은 실업고교의 범위를 인문계 고고를 제외한 모든 학교라고 밝히고 그 예로 상업·농업·공업·수산업·해양 업·철도·예술·간호·국악·체육·기타 특수학교와 고등전문학교 및 모든2부 고교 등으로 들었다.
여기서 주의해야할 점은 인문계 야간고교는 실업계와 같이 전기라는 점이다. 이들 학교에는 직업을 갖고있는 학생들이 많기 때문에 일반인문계고교와 같게 추첨배정하면 학업을 포기해야할 이들을 위한 배려다.
또 기타특수학교에 신부나 수녀양성을 위한 고교가 포함될 것은 분명하나 어떤 특정종파에서 신도들의 자녀를 위해 세운 일반학교와는 학칙이 특이한 고교가 이 범주에 속하느냐는 것은 아직 문교부로서도 세부지침을 마련하지 않아 과제로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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