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불 낙태합법화운동 절정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파리=주섭일특파원】작년10월 「보뵈니」법정에서 낙태죄로 기소됐던 이른바 17세 소녀「마리·크레르」양의 공소기각을 계기로 일어났던 「프랑스」의 낙태합법화운동은 총선을 3주앞둔 2월초순에 의사들의 새로운 움직임으로 절정을 이루고 있다. 지난5일 3백30명의 「파리」지역 의사들은 「파리」1구「셍토노레」로 2l9번지에 모여 「프랑스」 역사상 처음으로 『우리는 이미 낙대수술을 직접했거나 적어도 이를 도왔다』고 선언했으며 『「프랑스」낙태연구연합회』 소속 2백6명의 의사들도 이에호응, 『앞으로 우리들은 임신중절을 요구하는 여성들에대해 수술하겠다』고 위장을 만들어 지난7일 발표했다.
이곳 법무생은 의사들의 이같은 선언에대해 『우리나라는 아직 도덕적으로나 종교적인 면에서 낙태를 공식적으로 허용할 단계가 아니다』고 맞서고있어 여성해방운동의 일환으로 번지고있는 낙태의 합법화에대한 성패여부가 크게 주목받고 있다. 「프랑스」의 의사들이 이처럼 형법상의 처벌을 각오하고 자기자신을 고발하거나 자신들의 처벌대상이되는 낙태수술에 참여하겠다고 나선것은 지난1월22일 미대법원이 임신7개월까지는 거의 제한없이 낙태수술을 받아도 좋다는 판시와 「벨기에」의 의사 「월리·피어스」가 「나뮈르」의 한법정에서 낙태죄로 기소, 12만여명의 「벨기에」인들이 석방을위한 서명을하는등 맹렬한 운동을 피고있는데 자극받은것 갈다.
더욱 이번에 참여하고있는 의사들은 모두 「파리」지역의사들로서 낙태합법화운동의 물결은 「마르세유」 「보르도」 「리용」동 「프랑스」 전역에 번지고있으며 과연 검찰당국이 형법제317조를걸어 징역 최저1년에서 최고10년까지, 또는 벌금 최저1천8백「프랑」에서 최고7만2천「프랑」(한화5백76만여원)의 처벌을 5백36명이라는 서명한 의사들에게 가하지않으면 안될궁지에 몰렸으며 그렇지않을경우 이형법조항을 폐지하지않으면 안될 입장에 선것이다.
지난7일 공표된 『「프랑스」낙태연구 연합회』의 「낙태??」내용은 여성들이 ①건강상 중대한 위험에 직면해 있을 경우 ②태아에대해 이상성장등의 위험이 따를 경우 ③모체에 있어서 정신이상증세가 중증인경우 ④강간당했거나 근친상간에의한경우 ⑤만15세미만의 소녀인경우 ⑥기타 사회적으로 불가피한 경우에대해서 낙태수술을 하겠다고 밝히고있다.
그리고 이들은 앞에든 6개항의 어느 한 경우에 속한 임산부에 대해 낙태를 허용하지 않는것은 오히려 사회가 죄악을 강요한다고밖에 볼수없으며 따라서 임산부들이 비밀리에 정당한 의사나 산파가아닌 엉뚱하고도 실력없는자들의 손에의해 생명까지 위협받게되는 멸인이 되고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그러나 무턱대고 낙태수술을 감행한다는것은 아니라고도 밝히고 있다. 즉 동협회 안에 낙태를 찬성하는 산부인과·욋과·냇과등 의학의 각 관련분야의 전문가들과 사회운동가·「모럴리스트」등 각계각층을 망라한 인사들로 낙태여부를 가리는 위원회를 만들어 낙태신청을받아 심사를 거친후에야 수술하는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연합회에 서명한 2백6명의 의사들은 다만 앞으로 형법상의 처벌을 무릅쓰고 낙태수술을 감행하겠다고 나서고 있으나 아직 범법은 안했는데비해 3백30명의 의사들은 이미 범법을했다고 고백하고 수술한 장소를 일일이 공개하고 있다. 지금까지 형법이 규정하고있는 무거운 처벌때문에 비밀한 방법으로 수술을 했으면서도 입을 다물어온 이들은 집단적으로 『범법을했으니 당국이 처벌할테면 하라, 그렇지않으면 「프랑스」여성들에게 낙태의 자유를주라』고 주장, 여론을 뒤집어놓았다.
『그리고 「프랑스」는 성문제와 낙태문제에 있어 아직도 중세기에서 생활하고 있는 가장 후진된 국가중의 하나라는 사실을 누구나 실감하지 않을수 없다』고 전제한 이들의 성명서는 『자유의 나라라는 「프랑스」는 여성들에게 자기의 육체조차 마음대로하는 자유를 인정하지 않고있다. 우리들은 낙태의 자유화를 바라면서 지금까지 낙태수술을 해왔거나 적어도 이수술에 협조했다는 사실을 밝히고 법무 및 보건당국과 동시에 여론앞에 우리들의 집단행동에 대해 회답해줄 것을 엄숙히 요구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프랑스」부인해방운동단체의 전매특허로 여성들만의 고독한 투쟁이었던 낙태의 자유화운동은 이번에 의학계가 이처럼 직접적인 행동으로 나옴으로써 정부로서도 어떤 결단을 내리지않으면 안될처지에 몰렸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