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재국 권력세습 성공률 39% … 3년차 김정은 시험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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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전 북한 국방위원장의 사망 2주기를 하루 앞둔 16일 밤 평양시민들이 만수대 언덕에 있는 김일성·김정일의 동상 앞에 헌화하고 있다. 17일에는 중앙추모대회가 열릴 예정이다. [로이터=뉴스1]

17일로 집권 3년차를 맞은 김정은이 북한 65년 독재체제를 안정적으로 이어갈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정권 안정까진 초기 3년이 중요하다는 평가다.

 독재국가 세습 연구로 미 정치학회 최고논문상을 받은 미국 텍사스 오스틴대 제이슨 브라운리 교수는 논문 ‘현대 독재국가에서의 권력세습’(2007)을 통해 1945~2006년 사이 3년 이상 집권한 독재정권 사례 258건을 조사했다. 이 국가들 중 권력세습 시도는 23차례였고, 성공적으로 세습이 이뤄진 경우는 아홉 차례였다. 성공률은 39%에 불과했다.

 ‘장성택 숙청’을 계기로 김일성(46년)·김정일(16년)·김정은(3년)으로 이어지는 북한 세습왕조의 고리는 얼마나 강고할까. 사회주의 국가 독재자들의 후계 문제를 연구한 호주 멜버른대의 레슬리 홈스(Leslie Holmes) 교수의 ‘3Ps+X’ 이론에 근거해 전문가들의 의견을 물어 김정은 정권을 진단해 봤다.

 레슬리 박사는 독재권력의 안정적 이양을 위해 ▶권력기반(Power base) ▶개인적 자질(personal qualification) ▶정책입안능력(Policy making ability)이라는 ‘3P’와 특별한 상황(X)을 핵심 변수로 꼽았다. 일단 김정은은 장성택을 축출하며 ‘특별한 상황(X)’을 맞았다고 할 수 있다.

 북한의 권력기반은 변혁기다. 레슬리 박사는 권력기반의 공고화를 위해선 ‘중요 권력기관의 최고지위’를 차지하고, ‘추종자’가 권력기관을 장악하는 게 필수적이라고 봤다. 미국 일리노이대 스볼릭(Milan W Svolik) 교수는 “독재자가 지배연합의 구성원을 제거할 수 있을 정도로 권력집중에 성공하면 지배연합은 독재자의 행동에 대한 영향력을 상실하게 된다”고 주장했었다. 이에 따르면 김정은의 장성택 제거는 권력이 집중된 증거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추종세력 문제는 다르다.

 일단 김정일보다는 김정은의 추종세력이 약하다는 게 중론이다. 김정일은 집권 전 만경대학원 출신과 3대혁명소조를 중심으로 친위 세력을 핵심 부서에서 키워왔지만 김정은은 당·군·내각 등에 자기 사람을 키워오지 않았다. 앞으로 40~50대 신진세력을 중심으로 세대교체를 해가며 친정체제를 꾸려가려는 상황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런 이유로 국회 정보위원장인 새누리당 서상기 의원은 13일 “김정은의 권력 기반은 김정일에 비해 취약하다”고 말했다.

 개인적 자질은 김정은의 리더십을 의미한다. 김정은 리더십의 핵심은 ‘혈통’이다. 김정은은 집권 초기 ‘미키마우스’를 북한예술단 공연에 등장시키고 미국 NBA 농구선수 로드먼을 초청하는 등 개방적 지도자의 이미지를 구축하려고 했다. 하지만 3차 핵실험 이후 국제사회의 제재 강도가 높아지고 경제개혁정책 등이 흔들리자 엘리트층과 주민의 불만이 높아졌다. 이를 무마하기 위해 김일성 일가의 혈통을 강조하는 동시에 ‘공포정치’를 통해 리더십을 확보하려 하고 있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김정일 2주기인 17일을 기점으로 김정은 리더십을 새로 출범시켜 나갈 것”이라며 “공개 처형 등 공포분위기 조성과 함께 사상교육 강화, 충성 맹세 등이 집중적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정책능력의 경우 서른이 안 된 김정은은 무리한 변화를 추진하기보다는 김정일이 구축해 놓은 ‘핵-경제 병진노선’을 따를 가능성이 높다.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북한 정책은 핵-경제 병진노선으로 확정됐고 경제개발구법 제정 등 경제개혁도 이미 진행 중”이라며 “대외정책이 갑자기 보수적으로 선회하기보다는 지금의 방향성을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런 분석을 종합해 보면 김정은의 세습고리는 불안하다는 평가다. 확실한 자기사람이 없고, 혈통 외에 내세울 자질이 부족하며, 미·중과 배치되는 정책적 측면에서도 불안요소가 잠재해 있다. 이승열 이화여대 통일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김정은은 할아버지·아버지와 달리 유일지도체제를 완성하지 못한 상태에서 정권을 잡았다”며 “자신의 조직과 사람, 규율을 만들기까지 대규모 숙청사태와 엘리트의 급진적 반발 등이 생길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정원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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