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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안 선두 삼성, 트렌드 세터 돼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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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삼성, 이젠 남을 따라 할 게 아니라 트렌드를 만드는 기업이 돼라’.

 뉴욕타임스(NYT)가 15일(현지시간) ‘삼성, 불안한 선두(Samsung; Uneasy in the Lead)’라는 특집기사를 통해 한 쓴소리다. 지난해 삼성그룹의 매출은 1900억 달러로 마이크로소프트(MS)·구글·아마존·페이스북 등의 매출을 다 합한 것보다도 많았다. 전 세계에서 팔린 스마트폰의 40%는 삼성 제품이었다. 삼성은 그동안 수직 계열화를 통해 연구개발·제조·마케팅을 내부에서 도맡았다. 이를 통해 신속한 의사결정과 효율적인 자원·인재 투입으로 손대는 사업마다 세계 1위에 올랐다. 그러나 삼성은 늘 다른 기업이 개척해놓은 사업에 뛰어들어 이를 단시간 내에 따라잡는 ‘패스트 팔로어(fast follower·새로운 제품이나 기술을 빠르게 쫓아가는 기업)’에 머물렀다. 애플이 열어놓은 스마트폰과 태블릿PC 사업에서 1위에 오른 게 대표적이다.

 『삼성과 소니』의 저자 장세진 싱가포르국립대 교수는 “과거 삼성은 항상 누군가를 따라만 하면 됐기 때문에 독자적인 전략을 세울 필요가 없었다”며 “그러나 이젠 정상에서 어디로 가야 할지를 찾아야 하는 입장에 선 게 삼성으로선 생소하게 여겨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삼성이 스마트시계인 ‘갤럭시 기어’를 세계 최초로 선보인 것도 이런 노력의 일환이다. 애플도 ‘아이워치’를 등록했지만 아직 제품을 내놓지는 못했다.

 그렇지만 갤럭시 기어에 대한 시장의 평가는 그리 호의적이진 않다. 삼성이 휜 스크린을 장착한 TV를 내놓은 것도 트렌드 세터의 지위를 찾기 위한 노력의 연장선이지만 일각에서는 삼성이 ‘기술을 위한 기술’에 집착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구글에 대한 지나친 의존도 삼성이 풀어야 할 숙제다. 삼성 휴대전화의 대부분은 구글 운영체제인 안드로이드에서 구동된다. 시장조사기관인 IDC에 따르면 지난 3분기 세계 시장에서 팔린 휴대전화 단말기의 81%가 안드로이드폰이다. 애플의 iOS는 12.9%, 윈도는 2.6%에 그쳤다.

 핀란드의 호레이스 데디우 애널리스트는 “삼성은 안드로이드 덕에 구글의 전체 이익보다 더 많은 돈을 벌었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안드로이드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질수록 삼성의 입지는 좁아질 수밖에 없다. 운영체제와 하드웨어를 모두 독자적으로 확보하고 있는 애플과는 대조적이다.

 삼성도 이런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실리콘밸리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다. 삼성이 지난 2월 한국과 캘리포니아·뉴욕 등에 ‘오픈 이노베이션 센터’를 설립한 것도 실리콘밸리의 문화가 필요하다는 이건희 회장의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 센터의 임무는 투자로 시작했다가 결국 합병할 벤처기업을 물색하는 것이다. 지난 7월 셋톱박스 제조업체인 박시(Boxee)를 인수한 것도 그 연장선이다.

뉴욕=정경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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