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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불안하고 위험, 한·미 관계 더 공고해져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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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에이브러햄 김 소장은 “한국의 TPP 참여는 정치외교적 문제가 됐다”며 “틀을 잘 잡고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종택 기자]

외교는 결국 ‘사람’의 문제다. 상대국 누구를 얼마나 깊이 아는지가 그 나라 외교의 질을 결정한다는 얘기도 있다. 재미 한인 2세인 에이브러햄 김(42)의 ‘절친’(절친한 친구) 및 멘토 목록엔 힐러리 클린턴 전 미 국무장관, 커트 캠벨 전 국무부 차관보, 윤병세 외교부 장관, 장달중 서울대 교수 등 한·미 외교가의 내로라하는 사람들이 수두룩하다. 그는 미국 몬태나대학의 맨스필드재단 소장이다. 한반도 전문가로, 일본에서 열린 외교 포럼 참석을 겸해 고국에 잠시 들른 그를 지난 12일 만났다. 서울에서 태어나 10대 초반에 미국으로 유학간 김 소장은 일부 재미 한인 2, 3세들과는 달리 인터뷰를 하면서 되도록 한국말로 하려고 애썼다.

 -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의 숨은 공신으로 알려져 있다.

"한미경제연구소(KEI) 부소장으로 있을 때 미국 내 기업들, 특히 FTA에 대해 이해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중소기업들을 일일이 방문해 설득했습니다. FTA가 가져올 긍정적 효과를 강조했죠. 부정적 인식은 한국 못지 않게 미국 내에서도 상당했습니다.”

 - 최근 조 바이든 미 부통령이 방한했을 때 ‘미국 반대편에 베팅하지 마라(bet against the U.S)’고 한 발언 때문에 논란이 일었는데.

 “통역상 오해가 있었다고 봐요. 바이든 부통령은 자기만의 용어나 농담을 즐기는 분입니다. ‘베팅’이라는 말에 외교적 경고의 뜻이 담겨 있다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습니다.”

 한·미관계, 미·일관계에 대해 묻자 그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얘기를 꺼냈다. 미국 주도의 이 자유무역협정에 일본은 일찌감치 참여했고, 한국은 최근에야 참가 의사를 밝혔다. 김 소장은 “무역적 견지에서 보면 TPP에 참여하는 게 지극히 상식적이지만 한국으로선 TPP는 비단 경제뿐 아니라 (중국과의 관계로 인해) 정치외교적 문제가 됐어요. 틀을 잘 잡고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인터뷰 다음 날 웬디 커틀러 미 무역대표부 대표보는 “한국의 TPP 참여는 지금으로선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미국이 ‘린치핀(마차바퀴 등에 꽂아 핵심 지지대가 되는 핀)’이라고 표현한 한국보다 ‘코너스톤(주춧돌)’이라고 묘사한 일본. 미국의 대(對)한국, 대일본 위상 및 접근법에 차이가 있는 것 아니냐는 말들이 오갔다. 그가 미국에 돌아간 다음 e메일로 의견을 물어봤다. 김 소장은 “아니다”고 단언했다. “미국에게 한국과 일본은 모두 소중한 파트너죠. 바이든 부통령의 발언도 속뜻은 ‘한국과의 동맹에 미국은 확고한 믿음을 갖고 있다’는 메시지라 생각합니다. 중요한 건 북한이라는 이슈가 있는 상황에서 한·미관계는 더 돈독해져야 한다는 점입니다. 한·미가 멀어지면 북한만 득을 봅니다.”

 - 김정은 북한 국방위 제1위원장의 장성택 숙청은 어떻게 보나.

 “김정은이 권력 공고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고 체제 안정화가 곧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과, 숙청이 체제의 불안정성을 드러낸 것이라는 분석이 있죠. 저는 후자쪽입니다. 북한이 불안하고 위험한 만큼 한·미관계는 더 공고해져야 합니다.”

 미국 사회에서 이루고 싶은 꿈은 뭘까. 그는 “미국 내 한인 사회와 한·미관계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다”고 했다. 정치인이 되고 싶으냐는 질문에 그는 “국무장관이나 몬태나주 상원의원이 되고 싶은 생각은 있다”고 답했다. “미국 내 한인들의 영향력은 지난 수년간 급증했지만 중국이나 일본에 비하면 갈 길이 멀어요. 우리라고 더 많은 한인 정치인을 배출하지 못하란 법은 없습니다.”

  명문 웰슬리대를 졸업한 부인과 사이에서 아들 한 명, 딸 세 명을 둔 그는 집에서 아이들을 교육하는 홈스쿨링을 하고 있다고 했다.

글=전수진 기자
사진=오종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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