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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국제 통화체제에의 진통|달러 10% 평가절하와 주요 국 통화의 향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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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1월말부터 서독 외환시장에서 시작된 국제통화 위기는 13일 미국 달러화의 10% 평가절하, 일본 엥화의 변동환율제 실시로 제1라운드를 넘기고 이제 서구의 강세통화와 약세통화의 조정이라는 제2라운드를 남겨놓고 있다.
71년12월 스미드소니언에서의 다국 간 통화조정 이후 1년2개월만에 스미드소니언 체제는 사실상 붕괴되었으며 새로운 국제통화체제 마련 작업이 이제부터의 과제로 등장하게 됐다.
이번 국제통화 위기는 작년 6월부터 진원을 찾을 수 있다. 약세에 빠져있던 영국 파운드가 변동환율제로 이행, 스미드소니언 합의의 일각이 무너지기 시작했던 것이다.
파운드를 궁지로 몰아넣은 국제단자투기 측은 금년 1월부터 역시 약세에 있는 이탈리아 리라를 공격 목표로 선정하고 리라 투 매를 자행, 이탈리라는 결국 1월20일 2중외환 시장 제를 채택하지 않을 수 없었다.
여기서 투기 측은 스위스·프랑으로 눈을 옮겼으나 1월23일 역시 변동환율제를 즉각 취함으로써 위험을 벗어났다.
이 동안 미국은 정부에 의한 임금물가통제를 임의통제로 바꾸어 인플레 재연의 우려를 낳은 데다 1월24일 발표된 72년 미국무역수지는 64억 달러의 기록적인 적자를 실현, 달러 불안을 촉발했다. 반면 서독은 72년 무역수지가 63억 달러의 흑자를 보여 달러를 투 매 하고 마르크화를 매입하는 투기에 직면했으며 역시 국제수지 흑자 국인 일본 엥화에도 비화하기에 이른 것이다.
기축통화인 달러의 절하와 일본 엥화의 사실상 평가절상을 뜻하는 변동환율제 채택으로 스미드소니언 합의에 따른 고정환율제를 고수하고 있는 국가는 서독·네덜란드·스웨덴 등 3개국만이 남았다.
결국 본격적인 통화체제로 가기 위한 잠정적인 스미드소니언 체제는 1년여만에 수명을 다하고 앞으로 제2의 스미드소니언 체제를 구축하는 진통을 겪은 뒤 오는 9월 나이로비에서 열릴 IMF연차총회가 국제통화체제 개혁을 해야된다는 필요성을 더욱 촉구하게 된 것이다.
슐츠 미 재무장관이 달러·엥화 이외에는 현 체제에 변함이 없다고 언급했다 해도 이제부터 시련을 겪어야 할 주요 국별 통화 정세를 살펴보면-.

<미 상품의 국제경쟁력 강화>
▲달러=예상을 뒤엎은 달러화의 전격적인 평가절하는 종전과 달리 미국이 앞장서서 통화 위기를 극복하자는 적극적인 태세를 취했다고 해석할 수 있다. 미국의 평가절하로 IMF에 평가를 설정하고 있는 주요 국 통화는 자동적으로 절상하는 결과가 됐다.
미국은 절하 조치로 자국상품의 국제경쟁력을 강화하면서 스와프 협정에 따른 이익도 향유하게 된다. 또한 자국산업보호책 등 달러 방위조치를 보다 강경하게 밀고 나오면서 국제통화조정 면에서 발언권을 더욱 강력하게 행사할 것이다.

<재 절상의 압력과 폭 커질 듯>
▲엥=변동환율제로 투기 달러의 공세를 회피했다고 하나 외환시장이 재발되면 달러 시세의 대폭 하락으로 재 절상의 압력과 폭은 예상보다 커질 가능성이 있다.
미국에 선수를 뺏겨 한층 더 궁지에 몰린 셈이다. 일본은 4월초에 열리는 20개 국 통화회담에 대비 3월말까지 변동환율제를 적용할 예정이며 그 후 7·5% 절상할 스케줄을 짜고 있지만 미국 측은 엥화의 상대적인 10% 절상 효과 이외에도 10내지 15% 절상해야 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환율 플로팅도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일본 중앙은행의 개입 한도는 1달러=2백72엥이 된다.

<고정 환율제 계속해 나갈 듯>
▲마르크=투기 달러 러시에서 일단 숨을 돌려 현행 고정환율제를 이끌어 나갈 한 가닥 희망이 보이고 있다.
마르크 절상도 안 하기로 강대국간에 양해가 된 것으로 외신은 전하고 있다.
그러나 외환시장이 14일부터 다시 열린 후 새로운 변동폭 상한선 1달러=2·96마르크를 유지할지는 의문시된다. 그렇게 되면 마르크도 평가절상을 단행하지 않을 수 없는 경우에 몰릴 것이다.

<평가절하 폭에 큰 변동 없어>
▲파운드=구주 약세통화의 대표 격인 영국 파운드화는 현재의 실무환율인 1파운드=2·48달러가 약간 회복될 것이다.
현재의 실세는 평가보다 10%나 떨어진 것인데 파운드화의 약세가 회복되면 오는 4월 초 EC 통화동맹 발족과 함께 파운드화가 고정환율제로 복귀할 때 평가절하 폭은 10% 선을 더 줄일 희망도 있으나 큰 변동이 올 것 갖지는 않다. 파운드화의 절하 폭은 덴마크 크로네, 이탈리아 리라에 큰 영향을 미친다.

<이번 통화 위기로 큰 혜택 봐>
▲프랑=서독과 수출 면에서 경쟁하고 있는 프랑스는 이번 통화 위기로 혜택을 본 유일한 국가다. 그리고 마르크화가 평가절상을 겪으면 프랑화는 유리한 자리를 확고히 잡게될 것이다. 물론 프랑화의 평가도 변경될 이유가 충분히 있지만 서독의 절상 폭만큼은 되지 않기 때문이다.
,<리라는 변동환율제로 바꿔>
▲기타=이탈리아 리라는 14일부터 이중 외환시장 제에서 변동환율제로 바꾸고 외환시장을 다시 열기로 결정했다. 달러 절하로 어느 정도 자신을 회복한 모양이다.
그렇더라도 리라의 위치회복은 낙관하기 어렵다. 이 밖에 스위스 프랑, 네덜란드 길더, 캐나다 달러 등은 각각 동요하면서 국제통화 정세의 움직임에 주의를 기울이고 대응책을 세워나갈 것이 예상된다. <현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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