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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 절하·엥 변동환율제|국내에 미치는 영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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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엥·마르크엔 자동절하>
▲우리나라 환율=달러에 대한 환율이 자동적으로 변동되지는 않는다. 그 이유는 우리나라 원화가 아직 국제 통화기금(IMF)에 평가설정(파밸류)이 안 돼있기 때문이다.
재무부는 현 환율 4백대1을 그대로 유지하겠다고 밝혔으나 일부에서는 수출이 유리해지고 물가에는 나쁜 영향을 가져오므로 우리의 환율을 내려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일본 엥화나 서독 마르크화에 대한 환율은 변동될 것이다.
현재 엥화나 마르크화에 대한 환율은 주로 뉴요크 국제금융시장 시세에 따라 결정고시하고 있는데 이번 조치로 엥화나 마르크화의 시세가 올라가면 엥화나 마르크화에 대한 우리의 환율도 올라가나 화폐가치는 반대로 떨어진다.

<수출유리, 수입은 불리>
▲수출 및 수입=우리나라의 수출 여건은 유리해진다고 볼 수 있다. 왜냐하면 현재 국제지수의 최대 흑자 국인 일본이나 서독, 그리고 평가설정이 돼 있는 여러 나라들의 대 달러 환율이 내려가기 때문에(평가절상)대외 수출경쟁력이 약화되고 그 대신 수입이 늘어나는 경제체질로 바뀌기 때문이다.
다만 이번 달러화 평가절하로 대외 경쟁력이 강화된 미국과의 경합문제가 대두되는데 현 상태로는 미국과의 수출 경합이 별로 없어 크게 문제될 것은 없다.
또한 우리의 대미수출이 전체의 50%를 차지하고 있는데 미국에 대한 일본이나 서구 제국의 수출 경쟁력이 약화되기 때문에 미국 시장에 파고들기가 쉬워진다.
그러나 수출용 원자재의 수입 실적이 전체 수입 실적의 21%(72년)나 되고 수출 실적의 28%나 차지하는 데다 이중의 대부분을 일본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의 수출 가격이 인상되지 않는 한 수출에 나쁜 영향을 줄 요인도 없지 않다.
대미 달러 환율이 변하지 않는다면 대미수입은 영향이 없으나 여타 지역으로부터의 수입은 절하 폭 만큼 가격이 올라 결과적으로는 약간의 수입 억제효과가 나타날 것이다. 더욱이 엥」마르크 등 다른 통화가 절상되면 수입가격 상승은 더욱 현저해질 것이다. 특히 수입 의존도가 높은 일본의 엥화가 10% 정도 절상될 경우 대일 수입가격은 20%나 뛰어올라 우리의 큰 부담이 될 것이다.
72년 중 우리나라의 대미수입은 전체의 25·7%이므로 나머지 74%의 수입 가격이 10% 이상 오른다는 계산이다. 정부는 총 자원예산에서 올해 수입을 27억6천6백만 불로 잡고 있어 같은 물량을 수입하자면 최소한 2억불 이상의 추가부담을 지게된다.

<외채 상환부담 늘어나>
▲국제수지=얼핏보기에 수출여건이 좋아지고 수입 억제효과를 가져오니까 국제수지가 호전될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수입 사이드에서 물량이 줄어들지 않는 한 외화지출 부담이 커지고 곁들여 외채 상환부담이 늘어나기 때문에 오히려 단기적으로는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
그런데 수출에는 생산 증가 문제가 따르고 수입 대체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단기적으론 낙관하기 어렵다.

<물가 1·5% 정도 영향>
▲국내 물가=대미 수입가격은 변동이 없으나 여타 국의 수입가격은 최소한 10% 이상 오를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여타 지역의 통화가 국제 경쟁을 위해 동시 절하되지 않는다는 전제 아래서이다. 우리의 물가 구조상 수입 상품 전체가 10% 오를 경우 국내 도매 물가는 2%정도 오르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으므로 미국 이외 지역의 수입 가격이 10% 오르면 국내 물가는 1·5% 정도 영향을 받는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에 더하여 전체 수입의 40%를 차지하는 일본의 엥화가 다시 10% 절상될 경우 국내 물가는 0·8%의 추가 상승요인을 안게되어 전체적으로는 2·3%의 물가 압력을 받게될 것이다. 물론 이는 수입 억제 효과가 고려되지 않은 경우이다.

<철강재·섬유 큰 타격>
▲타격 입는 원자재=이번에 평가절상이 될 일본과 서독으로부터의 수입 품목 중 중요한 것을 골라보면 대일 수입은 핫코일(철강제품)·섬유원료·화공약품·섬유 기계 등이고 서독으로부터는 항생제와 통신 기계를 많이 들여오고 있다.
따라서 일본과 서독 업계는 수출 가격을 올려야만 종전 수준의 이익을 볼 수 있기 때문에 수출 가격 인상(우리는 수입 가격 상승)이 있을 것인데 이렇게 되면 이들 품목을 들여오는 우리나라와 업계가 큰 타격을 입게 된다.

<국산 원자재 업체 유리>
▲유리해진 업종=외국에서 수입해 오는 값이 오르기 때문에 순전히 국산자재를 써서 생산하는 제품은 가격 경쟁 면에서 유리해진다.
특히 원자재 중 외국에서 수입하는 것보다 국산이 비싸고 공급이 안 된 일부 원자재는 판매시장 확보가 손쉬워진다고 봐야 한다. 결국 원자재의 국산대체가 촉진된다는 얘기이다.

<일·서독 차관 부담 늘어>
▲차관 상환=달러 표시 차관은 우리의 환율이 변동되지 않는 한 영향이 없으나 일본의 엥화 표시, 서독 마르크 표시, 불 프랑 표시 차관의 상환부담은 늘어나게 된다
작년 말 현재 우리나라 차관채무 잔액은 약 30억 불에 이르며 이 가운데 달려 표시는 21억8천만 불, 엥 표시2억5천만 불(7백70억 엥), 마르크 표시 2억1천8백50만 불(7억2백75만 마르크), 불 프랑 표시 1억3천만 불(7억2천5백76만 프랑)등이다.
앞으로 이번에 조정된 다국 간 환율 조정이 장기간 계속된다면 이 채무잔액을 기준해서 엥이나 마르크가 평가절상 된 만큼 상환부담이 늘어난다고 볼 수 있으나 앞으로 다국 간 환율이 또 어떻게 변할지 모르기 때문에 일률적으로 산출해 낼 수는 없다.

<달러 차관 얻는 게 유리>
▲신규 차관=현재로서는 달러 가치가 약세에 있으니까 달러 표시로 차관을 얻어 오는 것이 좋다.
그러나 일본이나 서독으로부터의 차관은 그들 통화가 강세에 있기 때문에 그들 통화 표시로 차관을 주려 하거나 아니면 자본재(차관 단가) 가격을 올릴 가능성이 많다.
한편 앞으로 달러 가치가 급격히 회복된다면 이와 반대되는 현상이 올 수도 있다.

<일본 투자 촉진될 전망>
▲직 합작 투자=미국으로부터의 투자 유치는 이번 달러 평가절하와 함께 자본 진출을 규제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어려워질 전망이고 일본으로부터의 투자 유치는 일본 엥화로 많은 달러를 살 수 있기 때문에 촉진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합작 투자의 경우 우리의 달러 환율에 변동이 없는 한 일본인들은 한국에 투자할 달러를 사는데 대한 엥화 부담이 줄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한국을 투자가가 열세에 있는 셈이다.

<평가차손 6천6백만 불>
▲보유 외환=현 보유고 6억9천3백만 달러 중 엥화는 1천1백만 달러, 마르크화는 1천만 달러에 불과하고 97% 6억6천만 달러가 모두 달러화이므로 달러 절하 폭만큼 대 구매력이 낮아졌고 따라서 평가차손은 6천6백만 달러인 셈이다. 엥 마르크의 평가차익은 미미하다.

<엥화 등 휴대가 좋아>
▲여행자=현재의 국제통화불안이 가라앉지 않는 한 외국에 여행하는 사람들은 달러보다 강세에 있는 마르크나 일본 엥화 또는 불 프랑 등을 갖고 가는 것이 좋다.
그리고 통화 불안이 가라앉은 후에도 서독을 비롯한 구주 지역과 일본은 달러화 절하로 인해 달러화를 갖고 가서 현지 통화를 바꾸면 금액이 줄어들기 때문에 달러를 과거보다 좀 넉넉히 바꾸어 가는 것이 좋다.

<마이너스 요인이 많아>
▲종합적인 득실=한마디로 규정하기는 어려우나 현재 시점에서 수출 사이드는 계속 호조를 띠고 있는 국면이므로 달러 절하에 따른 수출 시장 여건의 오전이라는 유리한 측면에 실질적으로 그 비중이 줄어드는 반면 원자재의 대외의존, 특히 대일 의존도가 높고 수입의 가격 탄력성이 낮은 우리 경제의 구조적 특징에 비추어 수입 가격 상승에 따른 추가 부담과 이에 따른 국내 물가에의 직접적인 영향 등을 고려하면 전체적으로는 마이너스 요인이 더욱 현저하다고 볼 수 있다. 엥 마르크 표시 차관 원리금 상환 부담까지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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