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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전기화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전기화재의 큰원인 가운데는 무면허업자에의해 시공되는 부실전기공사 때문에 일어나는것이 많다.
얼마안되는 비용을 아끼겠다는 좁은 생각에서 엉터리업자에게 함부로 맡겨버린 전기가설공사가 끝내는 무서운 사고를 불러와 엄청난 재산과 인명피해를 안겨다 준다.
무면허업자들에 의해 날림으로 시공되는 부실공사는 ▲전기사용량을 감안하지않은 무리한배선 ▲정밀하지못한 작업 ▲규격미달의 불량부품 사용등이다.
상공부령 「전기공작물 규정」에 따르면 전기공사는 상공부장관의 면허를얻은 전기공사업자가 규격부품을사용, 표준설비표에 따라 시공토록돼있다.
대한전기공사협회에 따르면 1월말현재 등록된 면허소지전기공사업체는 전국에 1천2백개.
그러나 신흥주택단지등 대부분의 집단전기가설공사는 이들 등록업자보다도 기술·면허 및 업종면허가없는 엉터리업자들이 도급맡아 날림으로 시공하고있는실정.
이협회가 지난70년5월 서울시내 신축가옥 1백동을 표본으로 조사한것을보면 등록업자에의해 시공된 전기가설공사는 고작 4동뿐이고 나머지 96%가 무면허업자에의한 부실공사로 드러났다.
경찰조사에 따르면 부실공사를 일삼는 무면허전기업자는 서울시내에만 2천여명이 있는것으로 추산되고있다. 이들은 거의가 전기부속품가게나 「오디오」점 같은곳에 「전기공사도급」이란 간판을 내걸고 등록업자보다 절반이나 싼값으로 공사를 맡고있는것으로 알려져있다.
연세대이공대전기공학과장 오상세교수가 건평 20평짜리 주택을 두고 비교한 면허업자에의한공사(A씨)와 부실공사(B씨)의 내용을보면-.
A, B씨는 다같이 방4개, 부엌1간, 세면장, 화장실, 현관, 뒷마당에 각각 전등 1개씩, 복도에 2개등 모두 11개의 전등을 가설했다. 「콘센트」는 냉장고, 다리미, TV, 선풍기, 「에어컨」용등으로 모두 10개를 가설했다.
A씨는 한전전기공사상담소를 찾아가 유자격면허업자 K씨를 소개받아 공사에 착수, 기사의 계획에따라 시공에앞서 배선설계부터했다.
K씨는 배선용 전선으로 2mm연동선 2백28m, 「코드」선3m 2선용 11m, 경질「비닐」관 16mm짜리 70m를썼다. 이밖에 「스위치」 11개, 「콘센트」 10개, 「퓨즈」등 부품32점을 샀다. K씨가 사들인 전선과 부품은 모두 KS표시품으로 재료비는 모두2만6천7백27원. 인건비는 한사람이 하루8시간씩 일하는것으로해서 완공까지 17·4명분 3만9백73원을 계산, 공사비는 모두5만7천7백원으로 결정됐다.
B씨의경우 이웃 전기부품상점의소개로 무면허업자 L씨에게 공사를 맡겼다.
L씨는 배선용전선으로 K씨가 쓴 2mm연동선보다 m당 11원이싼 1.6mm연동선을 사용했다. 「콘센트」도 K씨보다 5개가 적은 5개만 가설, 「문어발」모양으로 선을 뽑아 여러 가지 전기기구를 한곳에서 사용토록했다. 안전기에는 「퓨즈」대신 전선에서 잘라낸 동선을 끼웠다. 「텀블러·스위치」도 K씨가 사용한 KS표시품(개당 50원)보다 훨씬싼 20원짜리 무허가제품을 달았다. 이같은 방법으로 L씨는 재료비와 인건비까치 합쳐 모두 3만원에 공사를 맡았다. B씨는 A씨보다 2만7천여원을 절약했다고 좋아했다.
그러나 이들 두집의 공사를 점검한 오교수는 한눈에 B씨집의 전기공사가 곳곳에 화재의 위험성을 안고 있는 부실공사라고 지적, 다시 보완 공사를 해야한다고 경고했다.
L씨는 배선 공사를 하면서 노막 전선을 이어썼고 안전기 뒷면에도 K씨는 대리석으로 열차단을했으나 L씨는 나무판자를 사용, 열을 받게 돼있었다. 이밖에도 L씨는 전선을이을때 납땜을 해야 하는데도 그대로 끝과끝을비꼬아 「테이프」를 감았다. 이같은 이음 방법은 1년도 못가 「테이프」의 접착력이 떨어지면서 동선이 드러나게 마련, 노출된 봉선은 공기에 닿으면서 표면에 산화막을 만들고 이것이 반도체(우도체)의 역할을해 전류가 흐를때 저항을 일으켜 전선이 열을받게 된다. 이때 전선위에쌓인 먼지등 가열물질이 불을 일으킬 우려가있다.
L씨는 또 1·6mm연동선을 쓰면서 1개의 「큰센트」에 5가지 전열기구를 한꺼번에 쓰도록 「문어발」모양의 「콘센트」를 만들어 전류의 과부하현상을 막지못하도록 위험한 공사를했다.
1·6mm 「비닐」전선은 27「암페어」의 전류가 흐를때 전선의 표면온도는 섭씨60도. TV·냉장고·다리미·선풍기를 한꺼번에 사용하게되면 표면온도는 4백도까지 올라가 「비닐」껍질은 물론 마침내는 전선자체까지 녹여 불을 일으키게된다. 안전기에 「퓨즈」를 사용한 A씨집은 과부하현상을일으켜도 3백도이내에서 「퓨즈」가 끊어져 화재를 막을수 있으나 봉선을 끼운 B씨집의 안전기는 열이 1천80도까지 오르도록 끊어지지않아 배선전선의 「비닐」막이 먼저 타게돼있다. 대한전기공사협회 전무이사 이판개씨는 60년대초부터 일기시작한 부동산 「붐」을타고 나타난 변두리신흥주택단지의 전기가설공사는 거의 이같은 무면허업자들이 시공한 부실공사라고 지적하고 앞으로 1∼2년후면 부실공사에따른 부작용이 무더기로 일어날지도 모른다고 걱정했다 <고정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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