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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시민 회관 건립에 밀려 헐리게 될 예총 회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국내 예술 단체의 총 본산인 한국 예술 문화 단체 총 연합회 회관 (예총 회관)이 새 시민 회관 건립에 밀려 헐릴 운명에 놓였다.
서울시는 지난해 12월2일 불탄 시민 회관 대신에 공사비 38억원을 들여 새 시민 회관을 오는 8월15일에 착공, 75년12월31일에 준공할 계획을 확정한 것이다.
현상금 6백만원을 걸고 4월30일까지 설계 공모 중인 이 계획에 따르면 새 시민 회관의 부지를 3천4백60평으로 잡고 불탄 시민 회관과 그 옆의 예총 회관 등을 오는 6월30일까지 철거키로 되어 있다.
이 계획에 따라 예총 산하 10개 단체와 예륜, 그리고 이 건물에 세 들어 있는 한국 잡지협회 등 16개 단체 등이 갈곳을 잃게 됐다.
예총 회관은 62년 박 대통령의 희사금 2천만원 (당시 2억원)으로 착공, 여기에 동양 통신이 임대 보증금조로 낸 1천3백만원을 포함, 61년12월 완공됐다.
대지 면적 3백평에 연건평 8백77평의 9층 건물 (지상 8층·지하 1층). 그러나 여기에 문제가 있는 것은 이 건물의 대지 3백평이 시유지 2백60평과 국유지 40평으로 되어 있어 완공 9년째 아직 건물의 등기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예총 측은 이사회를 열어 이 문제를 논의, 예총 회관 철거에 따른 30인 대책 위원회를 구성하고 예총의 기본 입장을 밝히는 건의서를 지난 2일 문공부에 발송했다.
이 건의서는 ①민족 예술의 중흥을 위해 박 대통령의 희사금으로 건립된 예술 문화의 상징인 예총 회관의 철거를 원칙적으로 반대한다 ②철거가 불가피할 경우 현재 규모 이상의 새 회관을 건립해 줄 것 ③새 시민 회관 속에 포함될 경우 예총 회관으로서의 기능을 가질 수 있도록 1천2백평을 할애해 줄 것 등이다.
여기서 제1항이 관철될 경우는 아무런 문제가 없지만 2항·3항에서는 예총 측이 조건을 내걸고 있다. 즉 새 회관이나 새 시민 회관에 옮길 경우 그때까지 임시 회관의 전세 보증금·이전 비용·건물 임대 수입 결손액 등을 합쳐 9천6백여만원의 보상금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서울시 측은 새 시민 회관 설계 공모 요강 속에 예총을 위해 3백평의 사무실을 계상 하고 있을 뿐 철거에 따른 보상에 대해서는 아직 계획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제 예총 회관의 철거는 당국의 공고로 기정 사실이 되었고 철거에 따른 보상 문제 등이 앞으로 어떻게 될지 관심을 모은다.
이해랑 총 회장은 『새 시민 회관을 크게 짓는 것은 좋지만 그를 위해 기존 건물을 헌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말하고 『정 헐어야 한다면 충분한 보상과 대책을 마련해 주어야 할 것』이라고 열을 올린다.
또 이봉래 부회장은 건물의 등기를 못한 것은 부지가 시유지며 시로부터 불하 받을 자금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그러나 건물의 소유자는 엄연히 예총이라고 강조한다.
특히 예총 측은 무허가 「바라크」를 철거해도 상의를 하는데 이번 회관의 철거에 대해 서울시로부터 아무런 상의나 통고도 없어 신문의 보도로만 알았을 뿐이라고 말하고 있다.
62년1월에 창립, 만 11년을 맞은 예총은 연간 7백만원의 정부 보조와 건물 임대 수입 등으로도 해마다 적자의 어려운 살림을 꾸려 왔는데 이번 회관의 철거로 더욱 난관에 부닥쳤다.
동양 통신 등 이 건물에 들어 있는 16개 단체에 대해 임대 보증금을 돌려주어야 하는데 예총 측은 그 보증금의 일부를 유통자금으로 써 왔기 때문에 재원확보가 어려운 것이다.
특히 동양통신의 경우는 임대 보증금 1천3백만원이 건물공사비에 포함돼 있어 만약 보상 없이 건물이 헐릴 경우 그 보증금은 공중에 떠 버리게 되는 것이다.
이와 같이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는 예총은 현 회장단·전 회장단·10개 협회 이사장 등으로 30인 대책위를 구성할 만큼 조금도 물러설 수 없는 입장을 밝힘으로써 앞으로 문공부·서울시 사이에서 어떠한 결론을 얻게 될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영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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