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에 교실 개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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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중년의 의사선생님이 어린이들 공작조립을 하고 한편에선 영화감독이 「크레용」장난을 열심히 하고 있다면 아마 「해프닝」으로 사람들은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미국에서도 실험교육으로 이름 난「뉴욕」의 「에버레트」 국민교 학부모들의 야간학습 광경이다.
이 학교는 어린이들에게 우선적으로 글 같은 것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어린이 스스로 가 하고 싶은 것을 택해 마음대로 해보도록 설비해 놓고 결국 어린이 자신이 마지막으로 읽고 쓰기를 시작하게 하는 것으로 교육방침을 삼고있다.
따라서 이런 새 교육방법을 전혀 알지 못하는 학부모들에게 밤 시간을 이용하여 그들의 자녀가 배우는 그대로를 보여주고 또 직접 어린이들처럼 수업하게 함으로써 학교가 의도하는 교육목적, 즉 자유수업을 이해시킨다는 것이다.
이 야간학교에 오면 학부모들은 우선「커피」한잔 마시고 2층 교실로 올라가 온갖 학습자료와 시설을 대한다. 수학재능을 늘리는「게임」도 있고 종이로 책을 만들 수도 있으며 화판에 그림도 그릴 수 있다.
그러나 먼저 아침에 어린이들이 하듯이 지도교사「매리언· 에버레트」와의 대화로써 공부에 대한 흥미를 돋우게 된다.
『이렇게 널려있는 교실을 보면 어떤 생각이 납니까』하고 교사가 물으면 『무엇이든 하고 싶습니다』하고 한 부인이 대답한다.
그리고 대조적으로 책장이 즐비하고 책상·걸상이 꽉 차있는 방을 가리켜 『어린이들이 이런 속에서는 움츠러지고 무서움마저 느낀다』는 것을 이해시킨다.
더욱이 학교의 교육방법이 선생이 학생에게 지시하여 하는 것과 학생 쪽에서 제 힘으로 계획을 세워 자유롭게 움직이는 것과의 비교를 함으로써 그들의 긍정적인 동의를 얻어내고 있다.
학부모들 편에서 보면 사실 그들이 받아온 교육과는 엄청난 것이어서 놀라움이 크다.
『내가 처음 이 교실에 들어왔을 땐 겁이 좀 났어요. 나의 국민학교 시절은 항상 두려움으로 보냈으니까 아직도 그 기분이 가시지 않았기 때문이지요. 그러나 이내 즐겁게 공부할수 도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야간학교에 나온 한 영화제작자의 이야기다. 함께 나온 그의 부인도 며칠 간의 등교로 생각이 바뀌었다고 말한다. 『나는 학교시절 공부성적은 좋았지만 항상 학교를 무서워했어요. 그러나 요즘 우리 아들이 학교가는 것을 좋아하는 이유를 여기 와서 알았어요.』
『어린이들이 자기의 흥미에 따라 공부하는 법을 조정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많은 학부모들은 깨닫고 있다.
학부모들은 이 야간학교에서 1시간동안 추상 그림도 그려보고 공작도 꾸미고 기하공부 등등 마음대로 해보고 난 뒤 다시 대화실에 모여 오늘 공부한 일들을 서로 얘기하며 검토한다.
결국 이 학부모들은 『공부는 무엇보다 재미가 있어야 한다』는 것을 확인하며 서로 모여 대화를 갖는 것, 특히 공부를 시작할 때부터「목표」에 대해 남의 의견과 자신을 비교하면서 토론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아냈다고 말한다. <뉴욕· 타임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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