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리고 있는 공공 시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내무부 조사에 의하면 1년을 통해 2개월 이상 놀리고 있는 각종 공공 시설은 전국적으로 91개소이며, 유휴지 만도 34만4천5백68평이나 된다. 이것은 지방 자치 단체와 각종 조합 둥이 소유하고 있는 회관·창고·강당 등만을 집계한 것으로 이밖에도 야간에는 전혀 이용되지 않고 있는 학교 교사 등 공공건물이 많기 때문에 전국적으로는 엄청난 유휴시설이 이용되지 않은 채 남아 있다.
특히 내무부가 조사한 유휴시설 중에는 회관이 6백51개소나 되며, 강당이 53개소, 사무실이 52소이며, 진료소조차도 47개소를 늘리고 있다. 심지어는 지방자치 단체가 막대한 돈을 들여 건물만 세워 놓고 놀리고 있는 직업 보도소와 농민 교육장도 연간 2개월 정도 밖에 활용하지 않고 있는 실정에 있다는 것은 충격적이다.
지방 자치 단체와 각종 조합 등이 보조금으로 지은 건물들을 l년 중 고작 2개월 정도 밖에 활용치 않고 있다는 사실은 국고 재정의 큰 낭비로서 그대로 묵과할 수 없는 일이다. 가내 공업 「센터」나 직업 보도소 등은 이를 잘 활용하여 교육 시설이나 주민의 소득 증대 영업장으로 이용해야만 할 것이다. 농민들이나 어민들이 새마을 사업에 열을 올리고 있는 이즈음 이들 지도자를 모아서 가내 공업 「센터」나 직업 보도소로 이용하는 것은 극히 바람직한 일이 아니겠는가.
회관이나 강당도 이를 농·어민의 교육용이나 문화 사업용으로 이용하기 위해 세운 것이다. 그렇다면 3만여 평에 달하는 공공 시설이 몇 달씩이나 방치되고 있다는 사실은 국가적으로 이만저만한 손실이 아님을 왜 깨닫지 못하는지 모르겠다. 관계 당국자는 지금이라도 이 유휴 건물들의 대대적인 활용책을 세워 지방 문화 발전과 지방민의 소득 증대를 위한 교육장 등에 사용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프로그램」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오늘날에 있어서는 어느 나라 건 농·어민들의 한기를 이용한 성인 교육을 통해 소득증대의 의욕을 고취하는 것은 오히려 상식이 돼 있는데 하물며 전국적으로 새마을 영업을 추진한다 하면서 이 귀중한 공공 재산을 방치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
이들 유휴 공공 시설 등이 농·어촌에 편재해 있는지, 대·중 소·도시에 있는지 잘 알 수는 없으나 우리의 추측으로서는 중소도시에 편승되어 있는 것이 아닌가 한다. 지방자치 단체나 정부에서는 농·어촌의 리·동 단위로 마을회관 등을 건립하여 농·어민의 교육과 문화 사업 등을 벌이도록 해 주어야 할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학교나 교회당 등을 이용한 지역 사회 교육 운동의 보다 조직적인 전개도 절실하다. 일부 인사들은 이미 이러한 교육의 필요성을 통감,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벌이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한국 지역 사회 학교 후원회가 주동하고 있는 각종 「프로그램」 등이 그 예인데 이러한 경향을 확대하여 전 학교를 개방하여 야간 성인 학교로 이용하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특수 교양을 위한 노래나 과학 공부 등도 중요할 것이며 국민의 도의심을 앙양하기 위한 자체 교양도 필요할 것이다.
서울에서는 종래에도 국민학교에 대한 운동장 개방이 지시되곤 했지만 이것도 잘 준수되고 있지 않는 실정이다. 그런데 정부나 지방 자치 단체는 국민학교의 운동장뿐만 아니라 각 관공서의 운동장이나 유휴 토지를 개방하여 일반 시민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해 주기 바란다. 지방 자치 단체와 각종 조합 등이 소유하고 있는 공지만 해도 34만4천여 평에 달하고 있다 한다.
이러한 공지를 운동장이나 정구장 등으로 만들어 일반인에게 공개하여 이용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 주기 바란다. 내무부에서 마련하고 있는 유휴 공공시설 이용 방안을 환영하면서 하루 빨리 이것이 시행되어 지방 문화 발전과 지방 주민 소득 증대 사업에 기여하기를 바란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