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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임신중절의 합법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65년부터 보사부에서 여러번 추진해왔던 「모자보건법」이 지난달 30일 비상국무회의에서 의결, 통과됨으로써 그동안주요 「이슈」가 돼왔던 인공임신중절문제가 합법화의 길을 트게 되었다.
보사부가 그동안 「모자보건법」 제정을 놓고 여러번 난관에 부닥쳐온 것도 이 인공임신중절합법화조항을 둘러싼 반대여론이 높았기때문이며 그것은 외국처럼 합법화에 따른 여러 여건들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에 문제가 되었던 것이다.
이번의 법제정은 한마디로 현행법상에서 처벌규정 (형법2백69조· 2백70조의 낙태죄)만 있고 그 범위·한계를 명시한 규정이 없었던 「인공임신중절 문제를 구체적으로 허용한계를 밝혀서 「어떤 경우가 위법이고 어떤 경우가 합법인가」를 제시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오랫동안 진통을 겪어야할만큼 국민보건이나 사회윤리면에서 커다란 비중을 차지하는 이 문제가 합법화에 앞서 갖추어야할 여건, 즉 사회보건문제나 가치관· 가족법· 피임방법등의 다각적인 뒷받침이 없이 먼저 제정되었다는 점에서 앞으로 그 시행에서의 어려움을 염려하는 사람이 많다.
이것은 또 발표된 모법이 많은 구체적 사항들을 시행령이나 대통령영에 미루고있어 과연 그 방향이 어떻게 될지에 대해 관심을 모으고 있으며 지금까지 인공임신중절합법화를 반대혹은 「시기상조」라고 해왔던 많은 사람들은 더욱 시행령에서라도 부작용들을 적게 할 수 있는 길을 기대하고 있을뿐이다.
형법학자 김종원 교수(경희대)는 인공임신중절이 여태까지의 추상적 규정밖에 없었고 또 낙태허용판례가 거의 없었기때문에 구체적 법적용이 어려웠다는 점을 들어 『어떤 형식으로든 법제화가 불가피하다』고 말하고 있으며 산부인과전문의 나건영 박사 (서울대 의대산부인과과장)는 『현재 위법적으로 공공연하게 인공임신중절수술이 행해지고 있는 처지에서 위험도와 피해가 엄청난데 이것을 양성화시킴으로써 엄격한 한계를 그을 수 있다』고 역시 법제화의 필요는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김 교수는 『이번 모자보건법에 나타난 인공임신중절허용범위가 좀 넓은 것 같아 남용의 우려가 짙다』고 지적했으며 나 박사는 『외국처럼 대규모적인 모자보건법이 못되고 인공임신중절합법화에만 중점을 둔 것이 아쉽다』고 말했다.
세계적으로 이를 허용하는 이론적 사유로서는 ①모성의 생명·건강을 위한 의학적 사유 ○악성유전전염병예방의 우생학적 사유 ③강간이나 근친상간의 윤리적 사유 ④사회적· 경제적 사유등인데 ①의 의학적 사유는 인공임신중절이 합법화된 국가에선 거의다 적용하고 있으나 그밖의 사유들은 나라마다 다르다.
이번 우리나라의 모자보건법에서는 ①②③의 사유가 다 허용되고 있는데 이것은 외국에 비해 비교적 많은 편이다. 즉 영국은 의학과 우생학적 사유만 인정하고있다.
미국의 합법화된 주들은 의학·우생학·윤리학적 사유를 일본은 우생학·의학적 사유에다 경제적 사유가 가미된 의학적 사유를 더 붙이고있으며 세계적으로 사회보장제도가 우수한 북구의 「스웨덴」은 위의 4가지 사유를 모두 허용하고 있다.
결국 『인구정책을 위해 급하게 만들어 놨다』는 일반의 오해를 받고있는 이번 「모자보건법」이 앞으로 그 시행에서 허술함을 메워야 할 것인데 김 교수는 『가장 우려되는 것이 절차적인 문제』라고 했다.
즉 「남용」을 막기위한 신중한 대책이 세워져야한다는 것이다 영·미·「스웨덴」등 외국의 경우 인공임신중절의 필요성을 판단하는데는 2명의 전문의가 합의해야하며 「체코」에서는 「특별위원회」에서만 허용판단을 내리게하고 있다.
또 성윤리등 사회도덕적인 면에서도 「스웨덴」의 경우 강간사유는 고소나 고발이 있어야 인정하며 「덴마크」에서는 강간범죄가 경찰에 신고되어 수사에 의해 거짓이 아니라고 밝혀져야만 인정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엄격하고 정당한 절차를 신중하게 마련해야한다는 것올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더우기 인공임신중절이 공인됨으로써 과거보다 하는 사람이 많아지면 의사들의 자질문제,수술후의 모성건강관리등 문제에 국가나 개인이 관심을 쏟아야 한 것이다.
나 박사는 『보통 인공임신중절수술은 간단한 것 같이 생각되나 이것은 많은 합병증의 원인이 되기 쉬우므로 수술전후의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한다. 인공임신중절의 시기도 임신4개월전이어야 안전하며 수술후 적어도 7일이상 누워서 충분히 쉬고 약과경과 「체크」등을 게을리하지 않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시술의사의 경우 일본에서는 대학산부인과에서 2년이상 기술을 습득한 의사에 한하고 있는데 한국에서는 아직 의사자격만있으면 수술할 수 있게돼 있어 여기에도 문제가 남아있다.<윤호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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