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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경제전의 불씨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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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인도차이나 반도에서 무력에 의한 전화가 잦아들었다는 것은 경제전의 에스컬레이션이 시작되었다는 것을 뜻한다.

<고개 드는 특수경기>
미국의 정책이 경제안정위주로 선회하여 세계경제에 큰 영향을 준다는 점에서부터 인도차이나 복구계획을 둘러싼 미·소·일·중공·서구국가들의 경쟁, 월남 특수경기에서 방향전환을 모색하는 극동아 각국의 경제정책, 전쟁으로 실현치 못했던 각종 아시아 개발계획의 추진, 메콩·델터 해역의 석유자원 개발 등에 이르기까지 많은 월남전후의 경제개발 이수들이 고개를 들고있다.
미국은 월남전비로 1천 3백 32억달러를 썼다. 월남전비가 미국 GNP의 1·5%(65년 경제보고) 밖에 안 된다고 주장하지만 미국경제는 직·간접으로 많은 피해를 보았다.
미국의 무역수지는 64년부터 71년까지 2O세기에 들어 처음으로 1백억달러 외 적자를 감수해야 했고 약화된 달러는 국제통화 위기까지 몰아왔었다.

<미, 수지개선의 숨통 터>
직접적인 전비 부담이 가벼웠다고 강변해도 미군의 복원군인 복귀 비 2천2백억달러, 태국·한국 등 태평양 지역 미군의 베트남 관계 비 4백억달러 닉슨 정부만)를 계산하면 짐이 무거웠던 것은 사실이다. 레커치머(뉴요크 주립대 교수)은『미군전사 4만명, 비전투원 사망자 1만명 등 5만명이 가령 살아 남아 40년간 한사람이 연수 1만5천달러를 올린다고 생각하면 그들이 잃은 노동가치는 3백억달러가 된다』고 또 다른 측면에서 그 손실을 평가하고 있다.
종전으로 미국의 물가수지는 73년 중 21억3천만달러, 무역외수지는 15억 2천만달러가 개선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닉슨 정부의 대내외 정책이 경제안정 우 선으로 바뀐다는데 있다. 특히 달러 방위를 위한 전력투구가 표면화 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미 앞으로 5개년간 보호관세를 실시할 움직임이 보이는 등「달러」방위 책이 구체화하고 있는 느낌을 주고 있다.
월남수요는 동남아에 9백50억달러 라는 돈을 풀어놓았다. GNP에서 점하는 특수비율을 보면 대만 1·9%, 한국 4·2%, 필리핀 1·3%, 태국은 구체적인 숫자가 없지만 월남 특수가 고개를 숙이기 시작한 69년부터 국제수지가 적자를 보이고 있다.

<일, 양다리 걸치기 원조>
일본의 경우는 재일 미군의 직접수요가 무역외 수지에서 점하는 비율이 72년 11%(통산성 추정)로 한국동란이 있던 53의 85·7%에는 멀리 미치지 못하고 있다. 또 수출 증가 분은 7l년 중 17억달러를 기록했다.
이러한 월남수요는 동남아의 경제개발을 자극하고 공업화를 지향하는 계기를 만들었으나 반면 도시팽창·농촌침체의 부작용을 가져왔다.
여기에 종전 후 전역하게 되는 군인·미군 관계 종업원의 실업 문제가 심각한 문제점으로 대두된다.
월남인의 미군관계 종업원 40만명, 75년까지 1백 10만명을 90만명으로 감군 할 때 나오는 20만명, 난민 1백만명의 취업과 라오스 정부군 2만5천명 감축에 따른 실업인구 처리는 가볍게 보아 넘길 수 없는 것들이다.
이같은 실업인구를 흡수하는 기회는 월남의 복구사업이다.
미국은 전후 5년간 75억달러 이중 월맹 25억달러의 북구 비를 계산하고 있으며 이에 뒤질세라 일본도 약 3백만달러의 긴급 원조를 결정하고 인도차이나 부흥개발기금 20억달러를 설치, 미·일·소·중공·서구도 같이 참여하자고 제의하고 있다. 한편으로 월맹과 민간무역협정도 맺을 양다리 걸치기도 잊지 않고 있는 것은 물론이다.
이에 맞추어 월남은 경제개발 4개년 계획(72∼75년), 월맹은 중단했던 5개년 계획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계획을 세우고 있어 또 다른 특수경기가 올 전망이 뚜렷해지고 있다.

<10년간 백50억불 투입>
앞으로 10년간 부흥경제 건설에 1백20억 내지 1백50억달러가 투입된다는 추정도 이를 뒷받침하는·자료다.
전후복구 뿐만 아니라 동남아를 개발하려는 장기 프로젝트 역시 빼놓을 수 없는 황금로다. 라오스·태국·크메르·월남 등 4개국이 수혜 국이 될 메콩 강 개발계획은 30년 후 2천만km의 전력, 2백만헥타르의 관개라는 청사진을 갖고 추진될 것이며 아시아·하이웨이 아시아 횡단철도 건설사업이 재개될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이처럼 거대한 프로젝트들이 계속해 있는 가운데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메콩·델터 해역의 해저 석유자원이다.
중동을 능가하는 석유매장량(68년 에카페 조사 확인)이 있다는 이 자원을 둘러싸고 엑손 모빌 걸프 등 국제석유자본을 비롯, 일본석유 개발공단, 석유정제 기업들이 전후에 있을 국제입찰에 혈안이 되고 있다.
월남전은 끝났어도 동남아에서의 경제전을 일으킬 불씨는 얼마든지 있다.
이 지역에 대해 소련은 71년 인 파 전 이후 경제원조를 적극화하고 있고 적대관계에 있는 중공도 소련과 원조경쟁을 하려고 나서고 있다.
또한 미국은 ASEAN(동남아제국연합 5개국에서 과거의 종주국인 영·불·화를 제치고 자본진출 면에서 우위를 확보한 유리한 조건을 충분히 활용하려 하고 있으며 반일운동에 걸린 일본도 무조건 원조 등의 정책전환으로 적극 진출하려는 단계에 있다.
한국은 66년 이후 72년까지 약 8억7천만달러의 월남특수 경기수입이 있었다. 이제부터는 세계열강의 각축장에 뛰어들어 전후경기를 맛보아야 할 과제가 남아 있다.
또 이 과제는 동남아 각국이 모두 느끼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경제전에는 휴전이 없다.
영원한 전쟁에 이길 수 있는 전략은 자본과 기술뿐이라는 것을 명심해 둘 일이다.

<현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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