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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일 무형유산이 25% … 유네스코 “공동 등재 바람직”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353호 08면

유네스코 유산이 되면 금전적 보상은 없지만 파급효과는 크다. 2007년 유네스코 자연유산이 된 제주도는 관광객 수가 1년 만에 20%나 늘었다. 이렇다 보니 나라마다 자국 문화재를 유네스코 문화유산에 올리려고 혈안이다. 하지만 문화적인 독특성·다양성과 정부의 지원 의지라는 등재 기준에 미달해 탈락하는 사례도 많다. 올해의 경우 유네스코에 등재 신청된 문화유산 31건 중 7건이 탈락했다.

유네스코 문화유산 등재 삼국지

‘등재 전쟁’은 특히 한·중·일 간에 가장 치열하다. 2001년부터 지정되기 시작한 유네스코 무형유산 분야에선 중국이 29건을 등재해 1위에 올라 있고 일본이 21건으로 2위, 한국이 15건으로 3위를 차지하고 있다. 총 257건의 무형유산 가운데 25.3%(65건)를 3개국이 차지한 것이다. 3국 간 과열경쟁은 국가 간 정체성 분쟁으로까지 비화됐다. 2011년 중국이 ‘아리랑’을 유네스코 유산에 등재시키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국내 여론은 격하게 반발했고 정부는 남북 공동으로 진행해 오던 아리랑 등재를 단독 추진해 지난해 말 성사시켰다. 일본이 내년을 목표로 추진 중인 규슈(九州)와 야마구치(山口) 지역의 ‘메이지(明治) 시대 산업혁명 유산’ 등재 계획도 한국의 반발을 사고 있다. 일본은 메이지시대(1868∼1912년) 산업화를 주도한 이 지역의 제철소·조선소·탄광을 유산으로 등재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 가운데는 한국인 징용자 4700여 명이 노예처럼 일한 나가사키 조선소와 한국인 100여 명이 목숨을 잃은 하시마탄광이 포함돼 있다. 지난 9월 이 소식이 알려지자 정부는 주한 일본 대사관 고위 관계자를 불러 강하게 항의했다. 사이버 외교사절단 반크도 “국제사회에 홍보활동을 벌여 일본의 제국주의 유산 등재 시도를 저지하겠다”고 밝혔다.

이렇게 3국 간 경쟁이 과열되자 유네스코는 지난해부터 등재 신청 건수를 매년 1건으로 제한하고 있다. 또 내용이 겹치는 유산은 가급적 공동 등재할 것을 3국에 권고하고 있다. “한·중·일이 무형유산 등재를 독점한다”는 다른 지역 국가들의 반발을 고려한 조치로 풀이된다. 익명을 요구한 전문가는 “문화유산 등재는 올림픽이 아닌데도 3국이 민족주의를 앞세워 순위경쟁을 벌이고 있다”며 “공동 등재 등으로 화합을 도모하는 게 문화유산제도의 참뜻을 살리는 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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