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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방의「자조안보」를 촉구|닉슨 대통령 2기 취임연설에 나타난 대내·외 정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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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워싱턴=김영희 특파원】자립이「닉슨」대통령 취임연설의 주제였다. 「닉슨」은 미국인들에게는 전진을 위한 자립을 촉구하고 우방 각국에는 자신의 안보를 위한 자조를 강력히 호소함으로써 월남전이 끝난 후 미국은 세계 경찰로서의 역할에 종지부를 찍는다고 선언한 것이다.

<월남평화시기 안 밝혀>
「닉슨」대통령은 월남이라는 이름을 한번도 들추지 않고도 월남휴전이 임박했다고 두 번 되풀이하여 밝혔다. 그는 연설 첫머리에『오늘 이 자리에 모인 우리들은 세계적인 평화시대의 여명을 맞고 있습니다』라고 선언하고 후반에 가서도『미국이 치른 전쟁 중 가장 오래 끌고 어려운 전쟁이 끝나고 있다』고 말했다.
「닉슨」대통령은 휴전은 당연히 평화를 의미한다는 어조로 말했다. 그러나 월남평화가 언제 실현될 것인지는 말하지 않았다.
「닉슨」대통령은 이와 같이 월남평화가 박두했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포스트·베트남」(월남전후)의 세계에 대한 자신의 「비전」을 일방적인 표현으로 제시했다.
16분 걸린 취임연설의 거의 5분의1이 우방국가들의 자조를 촉구하는데 소비됐다는 사실은 미국의「포스트·베트남」정책이 모든 동맹국들을 상대로 한「월남 화」의 강력한 추진을 예고하는 것이다.
「닉슨」대통령은 세계평화를 유지하는데 미국이 담당할 역할의 필요성과 함께 한계를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우방각국은 자신의 안보를 위해 보다 큰 책임을 지고 보다 큰 역할을 맡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고립주의 아니라 다짐>
이것이 바로 그가 69년「괌」에서 선언한「닉슨·독트린」이라는 철학을 바탕으로 한 노선이다.
그러나「닉슨」은 미국의 공약축소가 고립주의를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다짐함으로써 연설의 앞뒤에 균형을 맞추었다. 『우리는 조약을 준수해야 한다. 우리는 세계의 자유와 평화를 지키는데 우리의 역할을 다해야한다』고 말함으로써「닉슨·독트린」에서 제시된 맹방 관계를 강조하고『협상의 시대를 맞아 핵무기를 제한하고 강대국간의 대결위험을 줄이도록 힘써야겠다』고 말하여「닉슨·독트린」의 협상에 대한 의지를 재확인했다.
「닉슨」은 세계각국에서의 미국의 개인축소가 강대국으로서의「리더십」을 포기한다는 뜻이 아님을 분명히 했다. 이것은「파워·폴리틱스」의 현실과「팍스·아메리카나」의 존슨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닉슨」은 취임연설을 통해 자신의 외교정책방향을 포괄적으로 밝히는데 성공한 셈이다. 즉 미국은 42개국과 체결한 방위조약을 폐기하지는 않지만 분쟁이 발생할 경우 지상군 파견 등 직접적인 개입을 하는 대신강대국간의 협상과 같은 방법으로 공약을 지키겠다고 밝힌 것이다.
외교정책과는 달리 국내정책에서는 그가 제시한 정책은 지난 4년간보다도『퇴보 적인』정책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위대한 사회」물러날 듯>
「닉슨」은 1961년「케네디」가 취임연설에서 사용한『국가가 여러분을 위해서 무엇을 해 줄 것인가를 묻지 말고 여러분이 국가를 위해서 무엇을 할 것인가를 물으라』는 귀절을 묘하게 비틀어 가지고『우리 모두가 나를 위해서 무엇을 해 줄 것인가를 묻지 말고 내가 나 스스로를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를 물으라』고 말했다.
그것은 보수적인「프로티스턴트」윤리와 개인주의를 국내정책의 기본 철학으로 삼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그가『부정주의의 온정정책으로부터 메별 할 때가 왔다』고 말한 것은「닉슨」행정부가 가는 방향은 보다 적극적인 지방분권과 신연방주의의 방향임을 의미한다.
「닉슨」은 미국이라는 나라가 사회복지정책에 의하여 건설된 것이 아니라 근로에 의하여 건설된 것이라고 전제하고, 실패로 돌아간 과거의 정책은 과감히 버려야 한다고 주장함으로써「린든·존슨」행정부가 착수한『위대한 사회』계획이 앞으로 4년 동안에 자취를 감출 것임을 예고했다.

<대 의회 도전이라고도>
「닉슨」은 벌써 사회복지분야에서 의회가 지출 승인한 법안을 묵살했다.「닉슨」행정부에서는 소득 재분배 같은 것은 공염불이 될 것이고, 경제정책에서는 1971년에 대폭 채택한 「케인즈」경제정책에서 상당히 이탈할 것을 암시하는 것 같다.
「닉슨」연설에 대한 민주당 측 반응은 예상대로 비판적이다.「머스키」는 의회와의 관계개선에 관해서 언급이 없는 것은 심각한 일이라고 논평했고,「월터·몬데일」(「미네소타」출신·민주당)상원의원 같은 사람은『이 연설은「닉슨」정권이 현행국내정책계획을 그만 둘 작정임을 확인해 주었다』고 비판했다.
대부분의 민주당 사람들은「닉슨」연설이 구체성이 없다고 주장한다. 공화당의 논평은 『만족』일색이다.
「뉴요크·타임스」사설은「닉슨」연설이 가난한 나라에 대한 경제원조에 관한 언급이 없다고 지적하고, 보건·주택·복지·교육·인력훈련 같은 분야에서의 연방정부의 정책을 대폭 줄이려는「닉슨」의 의도는 의회와의 충돌을 초래할 것이기 때문에「닉슨」연설은 의회에 대한『도전장』같은 것이라고 논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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