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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인삼의 성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최근 모 신문사의 여론조사에서 한국을 상징하는 가장 대표적인 문물을 물은 결과 응답자의 압도적인 다수가 청자와 함께 인삼을 꼽고 있었다. 청자의 명성이 한국문화의 과거의 소산이라 한다면, 인삼은 현재에도 계속해서 세계에 성가를 떨치고 있는 한국 물 산의 자랑이라 할 수 있다.
현대에 와서도 그 효능은 과학적으로 십분 밝히지 못한 채 아직도 신비의「베일」에 싸여있는 인삼은 예로부터 불로장생의 ?약으로 알려져 왔다. 그래서 중국과 일본의 세도·부유층에 큰 수요를 가졌던 고려인삼은 육당 최남선의 조선상식문답을 보면『수백 년 동안의 조선경제는 거의 인삼이 버티고 왔다』고 할 정도로 대외무역의 큰 몫을 차지 해왔다.
그러나 근래에 와서 인삼생산에 있어서 한국의 독점적 위치는 뒤흔들리고 말았다. 일본·미국·「캐나다」등지에서도 인삼을 재배하기에 이른 것이다. 물론 그것들의 질과 값이 도저히 고려인삼을 따르지 못한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라 하더라도 1966년도 세계의 인삼수출실적을 보면 그 구성비에 있어서 한국의 23·6%에 대해 미국이 51·4%로 2배를 넘는 실정을 보이고 있었다.
다행히 60년대 후반기에 있어 정부의 정력적인 수출진흥책에 힘입어 한국인삼의 수출액은 1970년에는 8백25만9천「달러」로 5년 동안에 4배로 늘어 세계의 인삼 총 수출액 구성비에 있어서도 41·8%를 차지함으로써 단연 선두에 서게 되었다.
더욱 인삼수출에 있어 고무적인 현상은 세계의 총 수입액이 1966년의 1천여만「달러」에서 1970년에는 2천여만「달러」로 급증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뿐만 아니라 수입 국 별로 보면「홍콩」·자유중국·「싱가포르」·태국 등의 동남아제국의 수입실적은 전체의 구성비로 볼 때엔 답보, 내지는 후퇴하고 있는데 비해 미국·서독 등 구미공업국의 인삼수입이 격증하고 있는 경향도 간과할 수 없다. 요컨대, 한국의 인삼은 아직도 유망한 전략상품으로서 앞으로의 수출전망이 밝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여기에도 문제점은 많다. 언젠가는 서울을 다녀간 일본관광객이 속아서 산「부정품 인삼」을 반송해서 물의를 일으킨 일도 있었다. 세련되지 않은 포장, 제멋대로의 규격, 구 미인들의 사용에는 결코 편하다 할 수 없는 용기 등도 문제다. 요컨대, 우리 인삼의 국제적인 상품화에는 아직도 연구되어야 할 점이 허다한 것이다.
전매청은 최근『인삼 및 인삼제품규제에 관한 법률』에 따라 지금까지 자유 방임해 오던 인삼의 경작 재배·제조·포장·판매·수출 등 모든 분야에 허가제·신고제·검사제를 실시하기로 했다고 한다.
이 같은 조치는 국제시장에서 많은 경쟁대상이 나타나고 있고, 특히 저질의 다른 나라 상품의 염가수출에 대비해서 고가 품으로서의 고려인삼의 성가를 유지하기 위해서 마땅히 진작부터 취해졌어야 할 조치다. 아무쪼록 이 조치가 주효해서「프랑스」의 향수나 영국의「스카치·위스키」와 마찬가지로 인삼이 명실 더불어 한국 제1의 상품으로서의 성가를 더욱 빛내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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