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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 사고 때 기장 정신적 불안" "자동속도 설정 장치에 결함 가능성"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지난 7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발생한 아시아나항공 214편 사고 당시 기장이 정신적으로 불안한 상태였다는 조사 보고서가 공개됐다. 또 사고 기종인 보잉777의 오토스로틀(자동속도 설정 기능) 장치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나와 사고 원인을 놓고 조종사 과실과 기체 결함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미국 국가교통안전위원회(NTSB)는 11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열린 청문회에서 사고기의 이강국 기장이 샌프란시스코 공항의 계기착륙시스템(ILS)이 고장 난 것을 알고는 착륙 전에 상당히 긴장해 있었다는 내용을 담은 보고서를 공개했다.

 보고서에서 이 기장은 “어떤 점이 걱정스러웠느냐”는 조사관의 질문에 “불안정한 접근” “위치를 정확하게 맞추는 일 때문에 매우 긴장했다”고 답했다. 이 기장은 “착륙고도와 속도가 낮은 점을 알아차렸으나 교관기장만이 비상행동을 지시할 권한이 있다고 생각해 착륙 포기나 재상승을 시도하지 못했다”고도 진술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이 기장과 함께 비행했던 한 조종사는 이 기장이 사고 당시 정상적인 조치를 취했는지 확신할 수 없으며, 사고 이틀 전 비행 때도 만족스럽지 못한 모습을 보였다고 진술했다. NTSB 측이 이날 공개한 수천 페이지에 달하는 보고서 중에는 아시아나항공 측이 보잉777 기종의 특성, 착륙 시 유의사항 등에 대해 충분히 사전교육을 시켰다며 제출한 훈련교관의 노트와 진술 등도 포함돼 있다.

 NTSB의 빌 잉글리시 조사관은 사고기가 활주로에서 약 3마일(4.8㎞) 떨어져 있을 때 자동항법장치가 꺼졌으며, 항속이 정상치보다 34노트 낮은 103노트까지 내려갔다고 지적했다. 반면 미 연방항공청(FAA)의 시험조종사인 유진 아널드는 “보잉777의 오토스로틀 장치가 ‘바람직한 상태는 아니며, 개선의 여지가 있다”고 진술했다. 조종지시장치(FDS)를 일부만 켜놓은 상태에선 오토스로틀이 작동하지 않을 수 있어 항속이 갑자기 떨어질 수 있다고도 했다.

 청문회에서 데버러 허스먼 NTSB 위원장은 “사고 원인뿐 아니라 많은 사람이 살아남을 수 있었던 긍정적인 요인들도 규명하겠다”고 밝혔다. NTSB 측은 이번 사고의 최종 결론은 내년 7월께 내려질 것이라고 밝혔다.

워싱턴=박승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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