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채동욱 유출' 수사, 꼬리 자르기로 끝나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4면

채동욱 전 검찰총장 혼외(婚外)아들 의혹과 관련된 개인정보가 어떻게 유출됐는지가 여전히 베일에 가려져 있다. 청와대 행정관이 유출 과정에 개입한 부분까지는 확인됐으나 그 윗선에 대한 수사가 답보 상태다. 검찰의 수사 의지에 대한 의구심이 고개를 들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는 서울 서초구청 행정지원국장에게 채 전 총장 혼외아들로 지목된 채모군의 가족관계등록부 조회를 요청한 조오영 청와대 행정관에 대해 구속영장 청구를 검토 중이다. 검찰은 통신기록 등을 분석한 결과 “안전행정부 국장이 내게 정보 조회를 부탁했다”는 조 행정관의 주장이 거짓인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조 행정관 이름이 불거진 지 열흘이 되도록 검찰이 자택과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 등 강제 수사에 나서지 않았다는 것이다. 앞서 서초구청 국장과 안행부 국장의 자택·사무실을 신속하게 압수수색한 것과 비교하면 대조적인 모습이다.

 이번 수사의 대상은 최고 권력기관인 청와대에서 개인정보 유출에 관여했다는 의혹이다. 의혹을 가리기 위해선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진상을 파헤칠 필요가 있다. 그런데도 파죽지세였던 검찰 수사가 청와대 행정관에 이르자 주춤거리는 듯한 인상을 주고 있다. “청와대로부터 수사에 필요한 자료를 임의제출 형태로 전달받았다”고는 하지만 수사 강도가 약해진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이러다 조 행정관의 ‘개인적 일탈’ 선에서 수사가 마무리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조 행정관이 진실을 말하지 않고 있는 건 모종의 흑막을 숨기기 위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이번 수사가 무성한 의혹을 남긴 채 끝난다면 그 부담은 김진태 신임 총장과 검찰 조직이 떠안게 된다. 김 총장의 ‘정치적 중립’ 다짐이 지켜지는지 국민이 지켜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