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④ 한국의 무역 및 경제진출방향-(상)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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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차례>
①천연의 혜택이 준 나태 벗어
②선진자본의 진출과 현지 반응
③반 일본운동의 허실
④한국의 무역 및 경제진출방향
⑤대만의 교훈
⑥동남아의 미래상
동남아는 매력 있는 시장이다. 더욱이 동남아 각국이 경제개발에 열중하고 있어 그만큼 한국의 기술·용역·상품이 진출할 수 있는 분야가 넓어지고 있다.
동남아에서의 한국 「이미지」는 좋은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한국도 같은 개발도상국이라는 점, 거기에다 그들보다 한발 앞서 나가고있는 「모델」이 된다는 점에서 어떤 동지적인 친근감을 갖고 있는 것 같다.
작년 말 「말레이지아」 국제종합상사인 PERNAS의 초청으로 10일간 현지를 방문한 한국통상사절단에 상사대표자인 「퉁크·나자레」(「퉁크」는 왕족이라는 뜻)는 『실력 있고 때 안 묻은 신생한국과 가능한 한 협력하고 싶다』고 말하고, 「말레이지아」정부건설공사의 공동 참여, 말래인 농업기술자 및 토목 기술 연수, 「고무」 의 직접 거래(종전까지는 「싱가포르」경유) 등을 요청하여 양국간에 합의를 보았다.
그들이 한국을 협력 대상국으로 선정한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나자레」는 작년 6월 한국을 방문하기 이전에 소련과 중공을 다녀왔다고 한다. 그 걸과는 냉대밖에 받은 것이 없었다는 것이다.
「나자레」는 『큰 나라 보다 마음이 통하는 나라와 손잡는 것이 낫다』고 결론을 내린 모양이다.
그렇다고 한국의 동남아진출이 타국보다 유리한 것은 아니다.
경제는 실리위주의 냉혹한 것이며 동남아 각국은 특히 자기방위에 철두철미하다.
한국에 있어 동남아는 아직 황무지라고 해도 무방하다. 선진각국의 대기업이 종횡무진하고 있고 태국만 해도 3백50개의 외국기업(이중 3백개가 일본계)이 활동하고 있지만 한국 기업은 한국생사, 해운공사와 건설용역을 하고 있는 현대건설, 대림산업이 나가있을 뿐이다.
이 같은 현상은 인니·「싱가포르」·「대만」·「홍콩」 어디에 가나 대동소이하다.
이미 밝힌바와 같이 동남아각국은 외자도입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불필요한 외자 유입을 극력 억제하고 있다.
이러한 투자환경 아래서 한국기업이 뒤늦게라도 진출할 수 있는 방법은 현지인과의 합작형식으로 투자하는 것과 기술협력 및 건설용역에 힘을 기울이는 것이다.
작년 11월12일 「싱가포르」「콜맨」가에 있는 「페닌슐러·쇼핑센터」 지하층에 한국백화사인유한공사 (대표 림통시) 라는 한국상품백화점이 문을 열었다.
이 백화점은 현지업자 65대 한국동해통상 45의 비율로 합작하여 5백 종 가량의 한국상품만을 취급, 하루에 3천 「싱가포르· 달러」(1「달러」=2·75「싱가포르·달러」)어치의 매상을 하고있다.
또 「방콕」에는 현지업자와 제휴하여 한국의 「아모레」화장품이 연간 1만불씩 나가고있다.
이렇게 소규모라도 현지인과의 합작으로 교두보를 구축하는 방안을 강구해야한다. 이것은 동남아 각국 정책과의 마찰을 피하는 최선의 길이다.
동남아에는 기초적인 기능공이 부족하다는 취약점이 있다.
그들이 현재 가장 절실하게 필요로 하는 것은 농업, 그 중에도 관개기술과 공작기계, 건설중기, 농기구, 섬유기계 등을 다룰 수 있는 기능공이다. 그러므로 이들 기능공을 초빙하여 훈련시키거나 한국의 기술자가 나가 지도함으로써 긴밀한 관계를 성립시킬 수 있다.
무엇보다도 가장 유망한 진출분야는 건설용역.「한국 건설업체들은 태국·「괌」·인니 등에서 일을 하고 있으며 올해부터는 「말레이지아」에서 삼부토건이 3천만불 짜리 도로공사, 현대건설이 5천만불 짜리 「댐」공사를 PERNAS와 합작으로 담당할 예정이다.
건설용역의 큰 덩어리로는 월남전후 복구라는 7O억불 짜리 「매머드·플랜」이 있다. 한때 5만 명을 헤아리던 월남 취역 한국인이 현재는 2천명정도로 감소되고 있으나 월남복구사업에 참여할 수 있을 때는 또 한번 월남 「붐」이 찾아올 수 있을 만한 규모다.
월남복구사업은 천문학적 자금이 투입될 「메콩」강 유역 개발계획의 전초전이므로 더 한층 중요하다고 보아야한다.
근본적인 문제는 해외로 날개를 펴는 한국기업의 협동정신이다. 연전「괌」도에서의 건설공사입찰에서 한국의 HDS등 3개 건설업체는 서로 협력키로 하고 응찰했으나 D업체가 「덤핑」하여 낙찰을 보았다. 공사착수이전에 다시 채산을 따져보니 적자를 면할 길 없어 입찰보증금만 뺏기고 두 손을 듦으로써 차위인 S업체가 공사를 담당한 사례가 있었다. 해외에서까지 한국기업간에 무모한 경쟁을 한다면 차라리 나가지 않은 편이 나을지도 모른다.

<현영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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