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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전 열기 속의 미 의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미국의 93대 의회가 『성난 얼굴』로 개막되었다. 분노의 대상은「닉슨」대통령이고 분노의 이유는 월남 휴전 실현에 대한 그의 약속 위반이다.
지난 2일 의회가 처음 소집된 후 사흘동안 상·하원 민주당 의원 총회가 채택한 정책성명, 그리고 일부 공화당 의원들이 내뱉은 과감한 「닉슨 비판 등으로 보아 「닉슨」의 월남 평화 협상은 큰 난관에 부닥칠 것이 분명하다.
미 의회가 과거 어느때보다「닉슨 행정부의 월남 정책 수행에 조직적으로, 그리고 노골적으로 반기를 들게됨으로써 의회도 월맹과 함께 「닉슨」의 협상 상대로 등장했다.
미 의회 안에서는 하원이 비교적 상원보다 보수적이고, 따라서 「닉슨」의 고압적 월남 정책을 대체로 지지해왔다. 작년 한해만해도 상원에서는 이른바『전쟁 종결 법안』이 두번이나 통과되었으나 번번이 하원에서 저지되었다.
하원을 장악하는 「칼· 앨버트」의장 (민주)과 「제일· 버크스」 민주당 원내총무 등의 「닉슨」에 대한 지지가 계속되는 한 「닉슨이 은 하원을 입법부 내의 우당으로 간주할 수 있었다.
그러나 93대 의회에서는 하원 민주당 지도층 및 의원들의 월남 정책에 대한 태도가 크게달라졌다.
우선 과거 4년 동안「닉슨」행정부를 지지했거나 아니면 적어도 「닉슨」정책의 반대에 가담하지 않았던 「얜버트」 하원의장이 지금 「독수리집」에서 「비둘기집」으로 옮겨가는 눈치다.
그는 아직 구체적으로 자신의 입장을 밝히지 않았으나 만약 「닉슨」이 월남 협상에 실패하면 하원이 즉각 월남전비 지출 반대 법안을 통과시킬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 93대 의회에 있어 반전법안의 통과에 관한한 상·하원의 보조가 상당히 맞아 들어 갈 것을 뜻한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하원 민주당의원 총회는 2일 월남 평화가 조속히 실현되지 않으면 하원이 반전법안을 통과시킨다는 「정책성명」을 1백54 대 75로 채택했다.
93대 하원의 민주당 의원수가 92대 때보다 13명이나 줄어들었는데도 지난2일 표결에서 찬성표가 l백54로 나타난 것은 30명 이상의 하원 민주당 소속 의원들이 「독수리파」에서 「비둘기파」로 전향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상원에서도 민주당 의원 총회는 4일「에드워드·케네디」 의원과 「프랭크·처치」 의원이 제안한 반전 정책 성명을 36대 12로 채택했다.
「닉슨」 대통령이 『월남 평화가 임박했다』는 공약을 어기고 외교적인 압력의 수단으로B-52기 등을 동원, 「하노이」 「하이퐁」 지역에 대해 대규모 폭격을 가한데 대한 미 의회의 반발은 비단 민주당의원에게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매서추세츠」주 출신 공화당 소속 「에드워드·부루크」 상원의원은 민주상의 「앨런· 크랜스턴」의원과 함께 벌써 반전 법안을 제출했다. - 오리건 주 출신 공화당의 「마크·해트필드」 의원도 민주당의「맥거번」의원과 월남전비 지출 반대법안을 내놓고 있다.
물론 「브루크」 의원과 「해트필드」 의원은 공화당 내의 대표적인 비둘기파 의원이다. 그러나 「앨버트」 하원의장의 태도 변화와 함께 「닉슨」에게 큰 타격을 주는 것은 「오하이오」 주 출신 공화당 소속 「월리엄·색스비」의원의 맹렬한「닉슨」 비판이 주목을 끈다.
「색스비」 의원은 북폭 재개를『「닉슨」 대통령의 이성을 잃은 교만하고 무책임한 행동』이라고 비난하고, 모든 평균적인 미국인들이 이제 「닉슨」대통령의 월남 전쟁 정책 수행에 반기를 들고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작년까지만 해도 「닉슨」의 월남정책을 지지하던 사람이다. 「색스비」의원의 「닉슨」지지 세력 이탈과 「닉슨」이 그 동안 믿어오던 「앨버트」의장의 태도 변화는 공화당 내 비둘기파 의원들에게 연쇄 반응을 일으켜「닉슨」에게 상당한 심리적 타격을 줄 것이 분명하다.
의회의 비둘기파 의원들은 오는 2윌 중에 새해의 대외 원조 법안이 나오면 그 법안을 수정하는 형식으로 반전 법안을 제출 할 것이고 작년과는 달리 이번에는 반전 법안이 통과될 가능성이 크다. 그렇게되면 「닉슨」은 반전조항이 붙은 수정안에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다.
이러한 의회의 반전·반행 정부 「무드」 가 「파리」평화협상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바로 「닉슨」이나 「키신저」가 경계하는 점이다. 미 의회의 반전「무드」가 고조되면 월맹은 협상태도를 강화할 가능성이 있고 반대로 미국 측의 협상 입장이 크게 약화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풀브라이트」 상원 외교 위원장의 말대로 1월2O일 대통령 취임식 이전까지 휴전이 실현되지 않으면 의회와 행정부간의 격돌은 피할 수 없을 것 같고 그런 사태는 평화 협상 자체를 크게 위협 할 것 같다.<워싱턴=김영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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