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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천경합 이모저모|8대 여야의원의 경우를 중심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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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정치 재출발 점에서 가장 바쁜 사람이 8대 의원들. 모두가 의회로 가는 길을 찾아야하기 때문이다. 선거제도가 바뀌었기 때문에 의회로 가는 길이 좁아졌다. 그래서 공화당은 공천문제에 불안한 입장이고 야당소속이던 89명의 8대 의원들은 공천과 선거에 유리한 길을 찾아 신민당과 신당의 길로 갈라서는 탐색이 한창이다.
5일의 당무회의를 신호로 공식활동을 재개한 공화당은 6일에는 의원직을 상실한 사실상의8대의원 총회가 되는 지구당위원장 회의를 열어 선거대책 등에 관한 의견을 나눴다.
구랍 27일 정당활동이 재개되면서 후암동 공화당 당사를 드나드는 8대 의원은 하루평균 20여명.
선거구조정으로 자기 선거구가 증발해버린 어느 의원은 『내선거구를 찾아주시오』라고 당 간부에게 통사정하는 이도 있다.
당 간부들도 8대 의원들에겐 신중한 배려를 하려한다.
정일권 당의장이 구태회 정책위원장, 길전식 사무총장, 신형식 대변인과 합께 9일부터 나서는 전국 순시에는 각시·도별로 8대의원들이 현지서 합류토록 해서 8대의원들에겐 선거 예진이 되게 했다.
1백13명의 공화당 소속 8대 의원들의 최대관심사는 공천문제. 선거구가 73개로 줄어들어 공천관문이 좁아져 공천경쟁은 어느 선거 때보다도 심하다. 지역구 공천을 희망하는 전국의원만을 포함시켜도 현역의원 2명 이상이 경합을 벌이는 선거구는 약 30개 지역.
여수-쳐천-광양의 경우는 김상영·김중태·박준호·이도선씨 등 4명이 공천을 희망하고있으며 이런 경합 때문에 동료간 서로의 입장이 난처해진 지역구고 많다.
서울대 문리대 정치과 동기동창인 박명근·이윤학씨는 파주-의정부-양주에서 맞붙게 되어 『공천이 끝날 때까지는 서로의 입장을 최대한 보장해주자』는 약속을 했으며, 길전식 사무총장과 경합해 있는 장흥-영암-강진지역의 윤재명씨는 『길총장이 공천을 맡아 일해 달라』고 미리 후퇴할 뜻을 비쳐놓고 있다.
제주도의 경우 현오봉·홍병철 양씨는『둘이 공천을 받으면 함께 나서고 한사람만 공천되면 뒤를 밀어준다』는 약속을 했다는 것.
영일-포항-영천에서 맞붙은 육사8기 동기생인 정무식·정진화씨는 매일 둘이 어울려 다니며 「둘 공천」을 요청하고 있고 무주-진안-장수에서 경합돼있는 전휴상·전정구씨는 『같은 전씨끼리 잘해보자』고 하고있으나 선거구에서의 보이지 않는 조직경쟁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
선거구가 두쪽으로 갈라져나간 전의원의 입장은 더욱 난처해 영주와 청송쪽으로 갈라 붙여진 영양-위진의 오준석씨는 문태준씨에게 『2인 공천에 힘을 모으자』고 제의를 하고있으며 원주와 영월 쪽으로 날아간 횡성-평창의 이우현씨는 신년하례도 단념하고 두문불출.
이 때문에 중앙당에선 8대의원간에 경합된 지구엔 세모에 보내는 캘린더나 연하장은 종래의 자기선거구에만 국한하고 새로이 선거구가 된 지역에는 보내선 안 된다는 통제를 하기도 했다.
심한 공천경합으로 인한 후유증을 최소한으로 줄이기 위해 중앙당에선 6일의 지구당 의원장회의에서 『당명에 절대복종하고 여하한 경우에도 당을 이탈하지 않는다』는 선서를 하게 했다.
대부분의 8대의원이 공천 전에 나서고 있지만 이들 중에는 낙천될 경우 대통령추천 케이스에 끼는 3년 임기의 의원직을 받아내고 싶어하는 사람들도 없지 않다.
한편 진산계와 반진산계로 갈라선 신민당의 분당 상태는 해묵은 감정대립과 명분 못지 않게 국회의원선거 공천경합에서 오는 이해관계로 거의 필연적인 것.
선거구가 줄어든 데다가 상당수의 8대 전국구 의원들마저 뛰어들 채비여서 공천경합이 치열할 수밖에 없고 여기에 뿌리깊은 진산 대 반진산의 대립감정이 상승작용을 일으켜 분당사태로 줄달음 치게 만들고있다.
같은 진산계끼리의 경합도 미묘하지만 반진산계끼리 경합한 선거구의 경우는 경합자 한쪽이 신민당에 잔류할 기미를 나타내 이해관계의 단면을 보여준다.
신민당과 민주통일당(가칭)은 대도시를 제외하고 원칙적으로는 1선거구에 각l명씩 공천할 방침인데 8대 의원 89명을 분류해보면 약6대4 비율로 신민당 공천을 희망하고 있다.
공천경합으로 가장 미묘한 양상을 띠고있는 곳이 서울.
동대문(송원영·유옥우) 성동(양일동·홍영기·정운갑) 서대문(김재광·김상현·윤제술) 마포-용산(우승환·김원만) 영등포을구(박한상·윤길중)가 각각 반진산계끼리 맞붙게 된 곳이며 만약 유진산씨가 영등포갑구에서 출마하게 된다면 진산계인 김수한씨와 우열을 겨루게 되는데 유씨가 이곳에서 출마할 것인가는 미지수다.
유진산씨가 서울에서 출마한다면 『국민의 심판을 받기 위해』 김홍일 전당수가 유씨 출마구에 나서겠다고 공언하고있어 더욱 주목을 끌고 있다. 종로·중구는 반진산계의 정일형씨와 진산계의 권중돈씨가, 성북구는 진산계의 고흥문씨와 반진산계의 서범석·조윤형 양씨가 선거구를 같이하고 있다.
이러한 경합 때문에 김재광·송원영·유옥유·홍영기·정운갑·노승환·박한상씨가 중간지대에 주춤거리고 있다.
이밖에 8대 전국구의원 김준섭·김룡성씨(진산계)가 서울 성북구와 서대문구에서 각각 신민당의 공천을 희망하고 있다.
부산의 경우는 출마여부가 불명확하지만 김영삼씨와 김승목씨가 서-동구에서, 김상진씨와 김응주씨가 중-영도구에서 선거구가 겹친다.
이밖에 야당의 8대 의원으로서 같은 선거구에서 맞서게 된 사람들은 신도환·한병송·조일환·이대우(대구중-서-북구), 신진욱·김정두(대구동-남구), 이철승·유청(전주-완주), 정성태·김록영(광주), 김현기·강근호(군산-이리-옥구-익산), 임종기·김경인(목포-무안-신안), 황낙주·황은환(마산-진해-창원), 김이권·박일(창녕-밀양), 이상신·조홍래(함안-의령-섬천), 이상조·이형우(경산-달성-고령)씨 등이다.
전국구 의원이었던 홍익표·김의택·이세규·이종남·김재화·오세응·박종남·김윤덕씨 등은 오는 선거에 출마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고.[심상기·이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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