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놓친 급소, 曺9단이 찾아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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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회 세계바둑오픈 결승전 제1국
[제15보 (259~276)]
白·한국 曺薰鉉 9단 | 黑·중국 王 磊 8단

曺9단이 백△로 끊으니까 왕레이8단은 반사적으로 259 따낸다. 당연한 수순으로 보이지만 사실 이 일합 속에서 승부가 나버렸다.

급소는 '참고도' 흑1의 곳이었다. 이 한수만 두었더라면 흑은 이판을 무조건 이길 수 있었다.

그러나 왕레이8단은 촉망중에 이곳을 외면했다. 귀중한 팻감이 되는 곳이기에 아꼈는지도 모른다. 누가 먼저 두든 이곳을 두는 쪽은 팻감을 얻게 된다.

지금 상황은 팻감이 곧 총알이나 다름없어서 그대로 생명과 직결된다. 또 집 차이가 크다.

따라서 曺9단도 백△로 끊기 전에 이곳부터 두는 게 수순이었다. 하나 끝없는 백병전으로 지친 데다 초읽기에 급박하게 쫓기고 있는 두 사람은 그 수순을 놓치고 말았다.

그런데 재미있는 현상이 벌어졌다. 왕레이가 259로 따내자 曺9단도 260으로 팻감을 썼다. 그다음 돌을 집어들어 백◎ 자리 패를 따내려 가던 중 曺9단의 손이 문득 멈춘다.

야전에서 평생을 보낸 자만이 갖는 동물적인 직감일까. 아니면 행운의 여신이 훈수한 것일까.

曺9단의 눈에 262의 급소가 보였고 그의 손은 어김없이 그곳에 가 멎었다. 바로 이 순간 흑쪽으로 기울었던 승부가 굉음을 울리며 백쪽으로 돌아서기 시작했다.

262는 A의 절단도 보는 수. 흑은 263으로 따내며 그곳을 지키지 않으려고 기를 썼으나 결국은 267의 수비가 불가피했다(266=□, 268=◎).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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