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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진 여석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본선에 올라온 희곡은 다음의 8편이었다. 『태양이 닿지 않은 벽』(김청원) 『야행열차』(김일홍) 『머저리들』(이광복) 『심목』(오태환) 『철길』(김항명) 『간역역』(최병준) 『식인종』『조용한 방』(이상 2편 오태영).
이중 두 심사위원이 이의 없이 최종고려에 넣기로 합의한 작품은 『태양이 닿지 않는 벽』 『야행열차』 『철길』의 3편으로 좁혀졌다. 이 3작품은 각기 취향을 달리하고 있다. 『태양…』은 고층 건물 속의 엘리베이터라는 폐쇄적 상황을 설정하여 성의 일상성에서 갑작스레 죽음에 직면하게 되었을 때의 인간의 반응을 극화시켜 본다. 이 3작품 가운데서는 가장 지적인 성격을 띠고 있으며 대가의 구사도 무난하나 상황설정이 새로 움치고는 깨나 상투적이다.
비슷하게 죽음의 문제를 배후에 깔고 있으면서도 전자와 같이 도식화시키지 않고서 일상성에서 탈현실로 주제를 비약시킨 『야행열차』는 드라머로서의 잠재적 매력에 있어 아마 이 3편 가운데서 가장 두드러진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거래의 승객들 이야기를 다룬 전반이 극적으로 이동되어 있고 뿐만 아니라 대사처리가 치졸하다. 따라서 주제와 직결되는 후반부와 일관되지 못하고 말았다. 야심적인 실패작인데 그 야심은 사주어야겠다.
위의 2작품에 비할 때 『철길』은 아주 평범하다. 극적 설정이나 전개에 있어 재래적이고 상식적이다. 민통선 근처의 어느 폐역을 무대로 실성한 노철로수수원의 허허로운 모습을 실향민의 고향 그리는 마음속에 정착시키려드는 이 작품은 「센티멘털리즘」의 위험조차 내포하고 있다. 그러나 남북 가족찾기운동이라는 시사적 감각을 적절하게 이용한 이 작품은 상투적이면서도 파탄이 적고 무언가 감동을 주는 요소를 담고 있다.
어떤 성질이건 간에 「드라머」가 감동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은 사줄만하다.
그런 의미를 내포한 무난함 때문에 우리 두 사람은 『철길』을 당선작으로 밀기로 결정했고 그와 동시에 신인의 장래에 격려가 될 수 있다면 나머지 2작품도 선외가반으로 밀어 줄 것을 주최측에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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