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캡슐 음식 먹는 등 공상소설 같은 문명경지 벗어나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불시인 기여빅

< 파리 주섭일 특파원 >
주 = 현대를 어떻게 보는지? 그리고 그속을 살아가는 인간에 관해서도….
기여빅 = 현대문명에 있어서 물론 교통·공해 등 우리의 신경을 구체적으로 건드리는 일이 많다.
그러나 나는 현대문명이 인간을 위해 아직 충분한 발전을 한 단계라고는 보지 않는다.
차라리 우리시대는 문명에 관한한 원시에 보다 가깝고 중세기에 가깝다고 비유하고 싶다.
물론 역사전체·인류전체를 두고 하는 말이다.
지금 문명이 편리하다고 해서 인간이 타개해야 할 점이 없는 것이 아니다.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앞으로 혁명과 전쟁 등 온갖 위기와 시련을 극복한 후에야 진정한 문명의 단계를 실현 할 수 있을 것이다.
주 = 결국 비관하지는 않는다는 뜻인가?

< 비극적이지만 전도악관 >
기여빅 = 어떻게 생각하면 나는 낙관론자로도 볼 수 있겠는데…차라리 「그리스」의 비극이 포함하고 있는 인문의 이상에 관한 낙관론이라 하겠지.
나는 인간의 발전을 믿지만 또한 인생의 비극적이란 사실도 인정한다.
그러나 보다 나은 생활이란 투쟁을 통해서만 이루어지는 것이고 이같은 투쟁을 한다는데 비극성은 있는 것이 아닐까.
그것은 양식의 문제이니까. 특히 여기서 전제되어야 할것은 인간이 자연과 격리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나는 현대문명의 방향이 공상소설같은 경지로 들어가는 것을 원치도 않고 그렇게 되리라 생각지도 않는다.
인간이 「캡슐」 음식을 먹는다는 등의 공상은 적합치 않다고 본다.
결코 인간은 자연과 유리되어서는 안된다.
그리고 인간은 자기 필요를 위한 발전을 위해서는 불굴의 힘을 지니고 있다고 나는 믿는다.
예를 들어 인문의 자유와 사람을 억압하는 어떤것이 존재한다고 상상할 수 있겠는가.
우선 우리들은 이지상에서 가난·전쟁과 같은 정치·사회·경제적인 혼미가 계속되고 있는 현상부터 극복해야 되겠지.
주 = 그러면 이 시대에 있어 시인은 무엇을 해야만 하는가?
기여빅 = 가장 중요한 것은 문명의 수호자 역할을 해야 된다는 것이다.
시인의 이같은 역할은 과거를 불문하고 인간문명의 미래상에 보람을 주는 일이다.
특히 시인의 특수사명은 언어의 순화 및 그 수호에 있다.
현대에서 가장 유감스런 일은 급수의 위기이다.
나는 언어의 기능을 보다 진실하게 발전시키는 것이 시인의 의무라 지적한다.
현대에 풍미하는 지배자들의 대중에 대한 허위선전 등 언어의 사기행각을 지양하는것 또한 시인의 사명인 것이다.
만일 진실한 언어가 없다면 인간은 자기 스스로와도 대화단절이란 비극을 낳게된다.
「프랑스」의 경우 「위고」「루소」「샤트브리엥」같은 낭만주의의 대가들이 등장함으로써 종래까지 광물성의 언어가 식물성의 생기를 띠었던 것이다.
즉 낭만주의는 「프랑스」어를 풍요하게 발전시키는데 밑거름이 된 것이다.
그러나 인류전체를 두고 볼 때 모두가 같은 단계에서 언어의 발전을 지향하고 있지 못한 현실은 우리가 공동보조를 취할 수 없는 미급한 단계임을 잘 말해주고 있다.

< 시 독자 상실 언어타락서 >
주 = 현대에 있어서 특히 시는 날로 독자를 잃어가고 있는 것 같은데… 그 이유 중 가장 중요한 것이 현대시의 난해성인 것 같다.
기여빅 = 사실 그렇다. 「프랑스」에서도 시의자란 극히 적다. 모든 서방국가가 마찬가지 현상인 것 같다. 이 문제는 언어의 타락에 원인이 있다고 나는 본다.
현대어는 마치 특수 상업용어와도 같은 저질화 현상을 보여주고 있으니까.
이같은 현상은 의사전달의 장벽을 쌓고 바로 이점이 시인과 독자를 이간시키는 요인이라 하겠다.
한편으로 현대시를 읽지 않는 시인의 만발도 있겠지만….
주 = 시인의 반발이란?
기여빅 = 즉 시인이 의식적으로 자기 시어를 의사불통의 세계로 유도해가는 경향이있다는 것-.
이것은 언어진실의 수호자로서 시인의 사명을 망각한 경향이 되겠지만, 또 현대시의 난해성은 미래를 향한 시인의 발전적 언어를 마르지 못하는 대중의 수준에고 원인이 있다하겠으나 이상적인 시독자를 갖는다는 것은 결국 인간의 총괄적인 발전을 통해서만 가능한 것이 아니겠는가.
주 = 시인과 현실, 즉 사회나 정치에 관련에 관해서….
기여빅 = 내 견해로는 시인은 시간의 흐름에 견디는 힘이 약한 것 같다.
그래서 많은 시인들이 기대적인 현실앞에서 종종 소망한다.
「러시아」의 경우 제대로 진명을 누린 시인은 한사람밖에 없는 것 같다.
「무슈킨」은 결투해서 죽고, 「마야코드스키」는 자살하고….
특히 현대는 시인을 피로와 질식상태로 몰아가는 양장을 불행하지만 지니고있지 않은가.
따라서. 나를 포함해서 모든 사람들은 시인을 이 질식상태에서 공동으로 이끌어내야만 한다.
또 시의 가장 근본적인 요소중의 하나는 미의 추구이다.
바로 이것이 시인을 절망에서 구출해주는 기둥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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