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지방공기업 빚 72조원 … 지자체가 책임지고 관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5면

빚이 늘어나고 있는 것은 중앙 공공기관만이 아니다. 지방자치단체가 설립한 지방공기업의 부채도 계속 증가하고 있다. 지난 2008년 47조3000억원이었던 391개 지방공기업(지자체 직영사업 포함)의 부채는 지난해 72조5000억원으로 53.3% 증가했다.

 빚이 늘어난 것은 일차적으로 방만한 투자와 비효율적인 경영 때문이다. 안전행정부에 따르면 강원도개발공사는 알펜시아리조트를 건설해 분양했지만 지난 9월 기준 분양률은 29.5%에 불과하다. 공사는 이 사업에 1조5145억원을 투입했지만 아직까지 1조1766억원을 회수하지 못했다.

 정부는 지방공기업의 부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자체가 지방공기업의 부채를 통합관리하도록 하고, 지자체별로 ‘재정건전성 관리계획’을 수립해 지방의회의 의결을 거치도록 의무화하기로 했다. 안행부는 11일 이런 내용을 담은 지방공기업 부채 감축과 경영효율화를 위한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안행부 정정순 지방재정정책관은 “지금까지는 지자체와 지방공기업, 출연기관의 부채가 따로 관리됐지만 앞으로는 지자체가 책임을 지고 산하 기관의 부채를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책에 따르면 지방공기업 중 16개 도시개발공사는 2017년까지 부채비율(자기자본 대비 부채)을 200%로 줄여나가는 ‘부채감축목표제’를 적용받는다. 안행부는 도시개발공사가 이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신규 채권 발행을 제한하고, 지자체의 추가 출자(자기자본이 늘면 부채비율이 낮아짐)를 요구하기로 했다. 강원도개발공사의 경우 지난해 말 기준 부채비율이 338%이며 서울시 SH공사는 345%, 인천도시공사는 356%다. 이들은 올해 말 기준으로 부채비율을 360%, 내년 320%, 2015년 280%, 2016년 240% 등으로 계속 줄여가야 한다. 이를 지키지 못하면 채권 발행을 할 수 없어 신규 사업을 하지 못한다. 지자체에도 적지 않은 부담이다. 강원도 김성호 기획조정실장은 “2018년 겨울올림픽을 준비하려면 재원이 추가로 필요하다”며 “1조원대의 강원도개발공사 부채를 통합 관리하면 재정 운영에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고 말했다. SH공사 측은 “자구 노력을 통해 부채를 줄여갈 것”이라고 밝혔다. 안행부는 또 경영평가에서 2년 연속 최하위등급을 받거나 과도한 부채가 있는 곳은 건전화대상 지방공기업으로 지정해 관리하기로 했다. 이때 지방공기업 사장(대표)을 임기 중 해임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이번 대책만으로 지방공기업 부채와 적자를 제대로 관리하기는 힘들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수도사업이나 도시철도처럼 원가보다 요금이 낮아 만성적자를 보는 곳도 있기 때문이다. 현재 지자체 하수도사업은 원가 대비 요금 수준이 38.1%에 불과해 지난해 총 8972억원의 적자를 냈다. 서울메트로 등 7개 도시철도 역시 지난해 8009억원의 적자를 냈고 총 부채는 6조1000억원에 이른다. 지자체가 이를 메워주지 않으면 부채 규모가 급격히 늘 가능성도 있다. 지방공기업 차원에선 요금 인상을 하거나 65세 이상의 지하철 무임승차 제도를 축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그러나 요금을 올리면 물가에 부담을 주고, 무임승차 제도를 변경하는 것은 정치적 부담이 있어 중앙정부나 지자체 모두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다.

김원배 기자

관련기사
▶ '공공기관 부실 털어내겠다'는 정부, 환부는 그대로 놔둔 채
▶ 적법하게 노조원 해임 후 말 바꾼 모 공기업 사장…이유가
▶ '공공기관 정상화 대책' 주요내용 살펴보니
▶ 흑자 내고도 비용절감 나선 공기업, 어딘가 보니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