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씨티은행 고객정보 13만7000건 유출됐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한국씨티은행과 한국스탠다드차타드(SC)은행의 대출 고객정보 13만7000여 건이 유출돼 불법대부업자에게 넘어간 사실이 드러났다. 검찰은 불법 대부업자에게서 10여 곳 저축은행·캐피탈·카드회사에서 유출된 것으로 보이는 고객정보 300만 건도 확인해 수사하고 있다.

 창원지검 특수부(부장검사 홍기채)는 고객정보 3만4208건을 외부로 빼돌린 씨티은행 J지점 박모(37) 차장과, 10만3287건을 유출한 SC은행 IT센터 외주업체 직원 이모(40)씨를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했다고 11일 밝혔다. 검찰은 또 유출된 고객정보로 대출영업을 한 혐의로 불법 대부업자 서모(38)·김모(38)씨 등 3명을 구속하고 대출모집인 7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검찰에 따르면 씨티은행 박 차장은 지난 4월 말 회사 전산망에 저장된 대출자 정보 3만4000여 건을 A4용지 1100장에 출력해 대출모집인 박모(39·불구속)씨에게 전한 혐의다. 빼낸 정보는 이름·휴대전화번호·대출액·이자율·직장명 등이다. 박 차장은 “모집인 도움을 받아 나 자신의 대출 실적을 올리기 위해 정보를 빼냈다”고 검찰에서 진술했다.

 전산프로그램 개발을 위해 고용된 SC은행 외주업체 직원 이씨는 2011년 11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다섯 차례에 걸쳐 이름·주민등록번호·휴대전화번호·직장명 같은 고객정보 10만3000여 건을 이동식저장장치(USB)에 복사해 빼돌렸다. 이씨는 이를 “대출에 이용하겠다”는 대학선배 대출모집인 박모(44·불구속)씨에게 건넸다.

 검찰은 “박 차장과 이씨가 정보를 빼낸 대가로 금품을 받았는지는 확인하지 못했다”고 했다. 검찰에 따르면 은행 측은 최근까지 정보 유출 사실을 몰랐다.

 유출된 정보는 또 다른 대출모집인과 불법대출업체에 전해졌다. 이 과정에서 고객 정보는 건당 50~500원에 거래됐다. 구속된 불법 대부업자 서씨와 김씨는 이른바 ‘통대환 대출’이란 것을 해주고 3억원의 수수료를 챙긴 혐의(대부업법 위반)를 받고 있다. 통대환 대출이란 대출업자가 고금리 대출자의 대출금을 대신 갚아주는 방식으로 신용등급을 올린 뒤, 은행에서 보다 낮은 금리로 기존 대출금보다 더 많이 대출을 받도록 해 갚아준 돈을 회수하고 수수료를 챙기는 것을 말한다. 이 같은 통대환대출은 현행법상 금지돼 있다.

 검찰은 불법 대부업자들에게서 압수한 USB에서 씨티·SC은행 말고 다른 저축은행·캐피탈·카드회사 등에서 유출된 것으로 보이는 고객정보 300만 건을 확인해 금융감독원과 함께 유출 경위를 수사 중이다. 홍기채 특수부장은 “유출된 정보가 보이스 피싱 등에 악용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씨티·SC은행은 뒤늦게 피해 확산 방지에 나섰다. 씨티은행 측은 “정보가 유출된 고객에 일일이 연락해 추가 피해를 막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금융감독원 일반은행검사국 김종민 검사기획팀장 “각 은행의 사고 보고를 받아본 뒤 구조적 문제나 추가 피해 정황이 확인되면 특별 검사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창원=황선윤 기자, 이지상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