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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대국 외교정책과 인간성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소련국립합창단이 최근 「런던」의 「엘리자베드·홀」에서 공연했을 때 바로 공연장 밖에서는 이곳에 망명중인 소련계 유대인 「빅터·요란」이「바흐」와 「라벨」의 작품을 가지고 시위연주회를 갖고 있었다.
「요란」은 지난 3년 동안 소련에 남겨둔 자기의 아내와 자식, 그리고 어머니를「이스라엘」로 데려오려는 자기의 노력을 소련당국이 좌절시킨 데 대해 항의하고 있었다. 그와 함께 시위에 가담한 다른 사람들은「모스크바」방송전속「오키스트라」에 소속된 유대인 하나가「이스라엘」이민신청을 한데대해 소련당국이 24명의 유대인 음악가 전원을 해고한 것과 같은 반 유대인 조처를 비난하는「플래카드」를 돌고 있었다.
이 사건은 이와 전연 다른 사건을 상기시켜 주었다. 72년 미 공화당 대통령 지명대화 중 가장 기괴한 광경은「닉슨」대통령의 치속을 보여주는 기록영화의 공연회 때 나타났다. 「닉슨」이「브레즈네프」와함께 모습을 나타내었을 때「마이애미비치」의 대회장은 박수소리로 가득 찼다.
이날 밤의 박수소리는 「브레즈네프」라는 인물에 대한 것이기보다는 해빙이라는 개념에 대해 터져 나온 것이다. 하지만 모든 사회주의 국가내의 자유를 소련이 억압할 수 있다는「브레즈네프·독트린」을 제창했고 유대인 이민들에게 인두세를 부과한 이 억센 인간을 보며 공화당원들이 박수를 쳤다는 사실은 놀라운 일이다. 공화당 대의원들이 세계 최강의 공산 국과의 우의에 대해 열광하는 모습은 세계 최소국급에 속하는 월맹에 대해 미국이 계속 해·공군력으로 강타하는 것을 같은 열도로 지지하는 태도와 대조를 이루었다.
「닉슨」대통령이 지명수락연설에서「레닌그라드」작전에서 죽은 소련소녀 「타냐」에 대해 동정적인 언급을 했을 때 그는 수십만의 월남소녀의 죽음이나 부상이나 피해에 대해선 한마디 언급이 없었다.「모스크바」공산주의와「하노이」공산주의에 대한 미국인의 태도에 나타난 차이를 어떻게 실명할 수 있을까?
소련공산주의는 보다 우호적인 형태로 수정되었단 말인가7 그렇지 않다. 소련당국이 정신병원과 중노동 작업강등에 보내 반정부 인사들을 탄압하는 행위는 이미 너무나 잘 알려져 있다. 최근에 있은 잔학 행위의 한 예는 최근 수용소에서 사망한 33세의 시인「유리·갈란스코프」의 경우이다.
그는 심한 위궤양을 앓고 있은 것으로 전해졌지만 그의 어머니가 지난 6월 꿀을 차입하려 했을 때 소련당국은 이를 금하고 그가 병을 앓고 있는 것이 아니라『일 않고 게으름만 피우는 깡패』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혹자는 말하기를 소련은 월맹이 춘계공세를 벌여 월남을 침범하듯이 타국을 침략하지 않는다고 말할지 모른다.
그러나 월남의 경우 그「침략」이란 수 백년 간을 두고 단일 국가로 존속해 왔을 뿐 아니라 지금도 대부분의 월남민이 단일국가라고 간주하고 있는 한 나라 안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전쟁의 일부인 것이다.
그런데 소련은 불과 몇 해전에 전연 다른 외국인 「체코슬로바키아」에 침략해 들어간 일이 있다. 사람들은 그 사실을 까맣게 잊어버렸단 말인가? 잊은 것이 아니라 보는 태도의 차이 때문일 것이 분명하다. 즉 소련은 거대하고 강력하여 미국에 위험스런 존재라고 보는 태도가 그것이다. 월맹은 작고 약하며 조그마한 위험도 내포하지 않고 있다. 그러니 월맹은 미국이 학대할 수 있는 상대라는 것이다.
권력이란 세계에 존재하는 하나의 현실로서 미국이 이를 인정한다는 것은 필요한 지혜이다. 미국은 「체코」사람들을 도울 수 있는 효과적인 힘을 갖고 있지 못하며 그런 힘이 있다는 환상에 잡힌들 사태를 호전시키는데 도움이 될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전략무기 협정과 같은 분야에서 소련과 화해하는 것은 소련사회체제의 성격에 관계없이 중요한 목적을 달성해 준다.
문제는 권력정치의 현실을 인정한다고 해서 외교정책면에 나타낼 수 있는 인간적인 요소를 완전히 말살해야 되는 가라는 데 있다. 「키신저」는 아마 그래야 된다고 답변할 것이다. 그리고 그는 그런 질문을 던지는 사람을 감상 파로 볼 것이다. 하지만 미국인은 미국외교정책에 관련되어 있기 때문에 미국외교정책이 가져오는 인간적 측면의 결과도 이해해야한다.
강대국간의 균형으로 이루어진 세계는 약소국에 대해 중대한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그 이유는 노력균형이란 본질적으로 강대국들이 서로간에 세력권을 유지하도록 허용하는 합의이기 때문이다.
위대한 소련의 반항인 「사할로프」최근의 회견에서「닉슨」이「모스크바」를 다녀간 후 소련 안의 사정은 악화되었다고 말하고『동서 화해로 서방측 여론을 무시할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기 때문에 소련지도자들은 더 오만해졌다』고 했다.
소련문제에 대해 미국이 행사할 수 있는 영향력이 제한되어 있다는 것은 강대국 협정의 필연적 결과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미국이 자신의 영향권 안에서 어떤 것을 하든 방관해도 된다는 결론은 나오지 않는다.

<인터내셔널·헤럴드·트리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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