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리처드·N·가드너」<미 컬럼비아대 교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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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금년도 IMF총회는 전후 국제경제 외교사상 극히 건설적인 전환점을 마련했다고 후세에 전해질 것이다.
미국과 불란서가 통화문제를 해결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공동이익이 서로 대립할 때보다 훨씬 크다는 것을 깨닫고 또 현 상태로는 서방측 세계가 「블록」화하는 곤란에 조우할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 지난 IMF총회에서 전진적인 태도로 나타난 것이다.
그래서 양국은 처음으로 모든 기본적 문제에 대해 즐겨 협의할 용의가 있다고 유연한 자세를 보였다.
미국 「슐츠」재무장관은 「달러」를 점차 퇴위시키고 미국도 타국과 마찬가지로 국제적 「룰」에 따르기로 하여 진정한 국제준비제도 발전에 기여할 뜻을 밝혔으며, 불란서도 금 문제에 대해 유연하게 되고 공평하고 객관적인 국제 「룰」작성을 받아들일 용의가 있다는 인상을 주었다.
따라서 현재 남아있는 주요 대립점은 조정 「프로세스」문제라고 생각된다.
미국은 조정의 기본적 수단으로 보다 「플렉시블」한 외환율을 고려하고 있으며 특히 흑자 국책임에 역점을 두고 있다.
반면 불란서는 적자국이 특별한 의무를 져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외환율 변경보다는 국내의 금융·재정정책에 의한 조정을 주장하고 있다.
20여년 전 「브레튼우즈」회의에서 거대한 흑자국이던 미국은 적자국 책임을 강조하고 외환율 변경에 강한 적의를 보이면서 고정「레이트」견지를 희망했다. 당시 적자국이던 구주제국은 이에 저항했다. 이제는 완전히 역전되어 구주제국이 흑자국 입장에서 공세를 취하고있다.
「브레튼우즈」교훈의 하나는 국제통화제도 초안을 그때의 국제수지 「포지션」에 의거하여 만든다는 것은 그 나라에 대단히 위험하다는 것이다.
국제수지 「포지션」은 변화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국가이익을 단순히 『현재 우리들의 이익이란 무엇인가』하는 점에서가 아니고 좀더 장기적이고 보다 객관적인 관점에서 생각해야한다. 그렇지 않으면 스스로 국가이익을 손상케 된다.
어떻든 앞에 말한 대립 점에 대한 한가지 문젯점은 흑자국과 적자국 사이의 책임을 어떻게 배분하느냐 하는 것이다.
그것은 미국이 바라고 있는 외환율의 변경과 불란서 등 흑자국이 소망하고 있는 국내의 금융·재정정책 변경이라는 사고방식의 어느 편에 역점을 두어야 하느냐 하는 문제이다.
국제통화개혁을 위한 구체안을 제시하면 첫째로 「달러」는 향후 5년 정도사이에 준비통화의 지위에서 내려와야 하며 이에 대신하여 SDR를 적절하게 발행해 가는 것이다. 다만 거래통화 및 외환시장에 있어 개입통화로서의 「달러」역할은 유지한다.
둘째 「달러」의 공적단기채무(현재 약6백억「달러」)는 각국 정부가 환시장에 개입키 위해 보유하고 싶은 분을 제외하고 IMF에 집중시킨다. 각국은 집중액만큼 적정 금리부 SDR를 받으며 미국은 50년 이상의 기한을 두고 IMF에 부채를 상환해간다. 각국 정부·중앙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대폐용금도 SDR를 받고 IMF에 집중시킨다.
세째 미국도 타국과 같이 IMF규약 제4조에 따라 자국통화를 환시장에서 매입하여 가치를 유지하는 의무를 진다.
외화가 부족할 경우에도 타국과 마찬가지로 SDR를 사용하거나 IMF로부터 「코터」범위 안에서 차입한다.
네째 「파운드」도 똑같은 방법으로 준비통화의 지위에서 떨어뜨린다.
다섯째 각국이 유동성 부족으로 불황이나 대량실업에 빠지지 않도록 SDR를 연차적으로 적절하게 증발해 가는 이외에 IMF「코터」를 현재의 3백억「달러」에서 6백억「달러」로 배증한다.
여섯째로 각국은 일정기간에 일정 폭 이상 외화가 증감할 경우 내외경제정책을 자동적으로 재검토할 「시스팀」을 만든다.
또한 장·단기자본 이동에 대처하는 원칙도 각국의 합의아래 마련할 필요가 있다.
특히 다국적 기업활동과 그것을 규제하려는 각국 정책에 의해 발생하는 제문제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와 같은 국제 기관이 정기적으로 「콘설테이션」하여 이를 중심으로 적절한 협정을 맺을 필요가 있을 것이다. 물론 미국의 국제 금융인이나 다국적 기업경영자들은 「달러」라는 종이쪽으로 미국의 국제수지를 얼마든지 메울 수 있는 특권을 언제까지나 갖고있기를 원하고 자신들의 수출이나 자본진출을 통해 외국시장에 자유로이 들어갈 수 있는 개방적인 세계경제를 바라고있다.
그러나 미국이 「달러」본위제를 영속시키려 하면 세계경제가 「블록」화하고 보호주의가 더 한층 대두한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미국 다국적 기업의 대외투자 수익이 미국 국제수지 균형의 일역을 담당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미국의 대외원조를 현재의 20∼30억「달러」 수준에서 1백억「달러」로 늘리려면 우선 무역흑자가 있어야하며 그래야만 앞으로의 국제통상교섭에서 자유무역주의를 추진하는데 노동조합 측의 협력을 얻게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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