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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통일」을 합헌적 국민의지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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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10월 유신은 세계사의 진운 속에 민족사의 전진을 가져오기 위한 자주·자활·자구의 조치이다. 이는 격변하는 한반도 주변정세라는 외부로부터의 도전, 평화통일을 위한 남북대화과정에서 예상되는 관계조정상의 시련, 그리고 한국민주주의의 토착화라는 본래적인 내부적 과업의 필요라는 세 가지 내외요인에 능동적·효율적으로 대처하기 위한 종합과업이다.
이는 오늘의 전환기적 상황 속에 내외의 시련을 극복코 민족의 활로를 찾고자 하는 것이며 따라서 10월 유신은 거시적 당위성을 띤 국가적 차원에서의 신체제운동이라는 성격을 띠고 있는 것이 특색이다.
2차 대전 후 세계는 많이 변했다. 특히 70년대에 들어 국제적 권력구조의 재편성이 촉진되는 가운데 우극적 전후체제에 대신하여 다극적 새 세계질서가 급속히 형성되어 오고 있다.
그리고 한반도주변에서는 미·소·중공·일본의 4대국사이에 상호견제의 경합적 세력균형 속에 4극 체제가 형성되어 오고 있다. 이러한 국제체제는 정착화 되지 않은 가운데 유동성을 보이고 있으며 이러한 과도기적 상황하의 국제관계는 냉전윤리와 탈냉전윤리, 경쟁과 협조가 교차되는 가운데 이념보다는 국가적 실리를, 국가집단보다는 개개국가를 더 중요시하여 허허실실의 외교책략이 불꽃 퉁기고 있다.
그리하여 작금의 한반도주변정세는 열강각축전이 치열했던 구한말 풍운기나 연합국이 한반도의 장래를 밀의 했던 2차 대전말기를 어느 의미에서 방불케 하는 심각성과 긴박성을 내포하고 있다.
적자생존의 원칙이 지배하는 국제사회 안에서 대국이기주의에 희생됨이 없이 이 나라 이 민족의 생존과 번영을 확보하려면 결국 우리 자신의 단결된 힘에 의존하는 수밖에 없다.
그러기에 헌정유신으로 우리의 국력을 조직화하여 통일태세를 갖추면서 남북대화를 성공적으로 진행시켜 평화통일에 실질적으로 접근해 나가려는 노력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있어서는 우리의 국내체제 정비강화, 남북대화를 통한 남북한 관계조정의 촉진, 한반도주변강대국의 대한반도정책상의 이해조정과 남북한 평화통일에의 국제협조유치라는 세 가지 차원에서의 과업이 동심원상에 정서되어 윤리적 연계성을 가진 가운데 상승작용을 해 나가야한다.
이같이 오늘의 시간적·공간적 여건은 우리의 사고·행동 및 제도를 한층 더 높은 차원으로 높이고 확장하여 보다 거시적·입체적인 입장에서 미래를 창조해나갈 것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는데 민족사의 대전회를 가져와야 할 이러한 대과업은 그야말로 비상한 결단, 창의와 깊숙한 민족이성 그리고 막대한 민족「에너지」를 필요로 하는 것이다.
한국의 그리고 한반도의 전후체제와 전후사를 청산하고 새로운 기조를 세워나가려면 의식구조와 국내질서를 한반도주변의 보다 넓은 세계의 그것과 대응하여 조정·승화시켜야 하는 만큼 많은 「딜레머」와 진통을 수반하게 마련이다.
10월 유신은 헌정개혁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가치체계의 정서·국민도의의 쇄신·사회기강의 확립·국민복지의 향상·민족문화의 순화와 같은 부수사업과 더불어 수행되어야할 종합적 장기적 지속사업이다. 새 시대에 새 정신, 새 헌법으로 새 역사를 창조해 나가는 마당에 있어 우리는 10월 유신의 역사적 의의를 정확히 파악하고 올바른 방향감각과 「비전」 아래 자기 몫을 실천해 나가야한다.
이러한 우리의 거국적 노력에 무한한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서는 새로운 역사관·민족관·국가관·세계관·정치철학·국민윤리 등 새로운 지도이념부터 정립해야 한다. 그리고 장기적 통일정책과 당면한 통일접근방식에 관해 국론을 통일하고 국민총화아래 국력을 결집시켜 나가야 한다. 새 헌정질서를 바라보는 유신헌법안의 가장 큰 특징은 평화통일지향성을 뚜렷이 하였다는 것이다.
평화통일이라는 새 민족사 창조에의 원동력을 내포한 유신헌법안은 남북대화에 새 활력을 불어넣고 심리적으로나 실질적으로나 남북대화의 성공적 진전을 촉진하는 작용을 의미하고있다. 27년간의 단절에서 오는 이념·체제상의 이질성과 상호불신을 초극하는데는 많은 어려움과 진통이 있고 평화통일의 당위와 평화통일로 가는 과정의 현실사이에는 괴리가 있는 것이 사실이나 어쨌든 한민족이 동족상잔의 비극을 되풀이함이 없이 평화통일의 정도를 가려면 남북대화와 남북교류를 성공적으로 이끌고 가는 길밖에 없는 것이다.
그런데 오늘의 상황에서 남북대화는 선의의 경쟁을 배경으로 한 지능의 시합이며 내부적 힘의 외부적 연장이라는 양상을 띠고 있다. 그리하여 우리와 거의 때를 같이하여 북한도 개헌을 추진하고 있어 남북이 다같이 내부적 체제정비에 힘쓰고 있으나 이것은 앞으로 남북간에 어떤 공적약점을 가져와 남북대화를 통한 평화통일에 공헌적 역할을 하는 방향으로 나가야할 것이다.
현 단계에서 남북적십자회담과 남북조절위원회가 서로 상승작용을 하면서 잘 진행되어 나가고 있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유신헌법을 확정짓기 위한 국민투표일도 눈앞에 다가왔다. 유권자 모두가 역사적 사명감을 갖고 국민투표에 참가하여 민주국민으로서의 신성한 권리를 행사해야한다. 그럼으로써 평화통일을 지향하는 우리 민족의 슬기로운 자주역량과 민주역량을 과시할 수 있을 것이다. [이승헌<건국대교수·국제학술원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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