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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응식 회고 사진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현역 사진 작가 중 가장 원로에 속하는 임응식씨의 회고 작품전은 금년에 회갑을 맞이한 기념 전. 그래서 작가 생활을 시작한 이래 40년간을 총망라해 약 1백 점의 주요 작품을 보이고 있는데 (9일∼15일 신문 회관 화랑) 마침 금년도 문화 예술상을 수상하여 이번 개인전은 여러모로 의의를 지니는 것 같다.
60년대의 근 10년간 창작 사협을 발족시켜 주도한바 있는 그는 영업 사진에 손대지 않고 꾸준히 작가 생활만 계속해 옴으로써 사단의 성장에 적잖이 공헌했다. 지금은 한국사협의 일원이 됐지만 한때는 영업 사진가 중심의 사협과 대치하여 사진의 예술성을 다시 환기시킨 적도 있었다.
우리 나라에 사진이 보급될 초기의 부산 이광 사진회 출신인 그는 동란 중 보도반으로 종군했고 또 해외 사진 「살롱」을 통한 활동과 특히 57년의 「인간 가족전」의 유치 등 국내에 사전 「붐」을 일으키는 계기를 마련했었다. 근래 「공간」지를 주관하면서 보여준 작품들도 다채로운 소재의 처리를 예시한 점에서 기록할 만한 것들이다.
임씨의 초기 작품들은 따스한 풍경들을 담고 있었지만 후기에는 매우 「리드미컬」한 상징에 집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생명의 율동감이라 할까, 연륜의 고담한 속에 서려 있는 생명력에 초점을 맞추어 정감을 불어넣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그가 바라보는 모든 사상은 그리 억센 것도 없고 추한 것도 아니며, 오히려 따스하게 미화될 수 있는 것들이다.
그런 까닭에 그가 취재한 동란의 모습 역시 절박 하다던가 처절한 상황이 없다. 잿더미나 초연 속에서 마저 잠시 이웃과 대화할 수 있고 또 오랫동안 유폐돼 온 고궁이나 먼 벽지의 담 모퉁이 일지라도 지금 우리의 생활 주변에 이끌어 들임으로써 한결 친근감을 갖게 하고 있다.
물론 그러한 표현 수법은 강렬한 호소력을 갖지는 못하며 그것이 그의 한 약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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