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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술 마취로 맹장 수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침술 마취에 의한 맹장 복개 수술이 8일 경희 의료원에서 국내 최초로 공개리에 시술되어 성공을 거두었다.
이번 수술은 지난 9월9일 경희대 한의학과 유근철 교수 (48)가 4년간 맹장염을 앓아 온 강수자씨 (35·서대문구 금화「아파트」 아동 14호)에게서 첫 성공을 거둔데 이은 것으로 지금까지의 미흡한 임상적인 실험 「데이터」를 보충하고 전문가들로부터 공인을 받아 국제학계에 보고하기 위한 것이다. 이날 유 교수는 만성 맹장염을 앓아 온 이근영 스님 (35·경기도 양주군 백석면 운장리 산 3)의 양쪽 손 엄지와 집게 사이. 양쪽 무릎 밑, 양쪽 발꿈치 안, 양쪽 엄지와 둘째 발가락 사이 등 모두 12곳에 2촌에서 1·6촌 짜리 침 12개를 꽂아 마취, 수술 집도는 동 의료원 외과 과장 이화영 교수가 맡았다.
마취 과정에 소요된 시간은 45분. 유 교수의 침술 마취는 약물 마취처럼 전신이 마비되는 것이 아니고 통각 신경만 마비시키고 다른 감각은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특징이다. 또 마취의 지속 시간이 3∼4시간이나 되어 수술 후 진통제 등을 사용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이날 32분 동안에 걸친 수술 과정은 수술실 TV를 통해 시술 공개로 진행되었는데 환자는 조금도 통증을 느끼지 않는 듯 오히려 웃음으로 의사들과 농담까지 주고 받았으며 수술이 끝난 뒤 입원실까지 1백m의 복도를 부축 없이 혼자 걸어나갔다.
이번 마취에 침을 사용해 수술을 받고 나온 이 스님은 『맹장을 꺼낼 때 약간 장이 당기는 것 같았으나 시종 기분이 좋았고 정신도 맑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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