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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실수로 점수 깎인 바이든 … 일본선 '성차별' 구설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8면

거침없는 언행과 말실수로 종종 곤욕을 치르는 조 바이든 미 부통령이 이번 한·중·일 아시아 순방에서도 구설수에 휘말렸다. 본의가 아니었다지만, 그동안 그가 황당한 실수를 하도 많이 했던 탓에 미국에서는 ‘안에서 새는 바가지가 밖에서도 샌다’는 식의 비꼬는 여론이 삽시간에 퍼졌다.

 문제의 발언은 바이든이 일본 도쿄에서 방문한 한 인터넷 회사에서 나왔다. 지난 4일 DeNA를 찾은 바이든은 다섯 명의 젊은 여직원 옆으로 다가가서 결혼했는지, 자녀가 있는지 물었다. 그러고 “남편이 이렇게 하루 종일 일하는 걸 좋아해요?” “혹시 재택근무를 하는 것도 가능하냐”고도 물었다.

 이 발언이 전해지자 인터넷 언론과 공화당을 중심으로 그를 ‘구닥다리 성차별주의자’로 매도하는 여론이 형성됐다. 온라인 매체 이그재미너닷컴은 ‘말실수 제조기(Gaffe Machine) 조 바이든, 일본에서도 데뷔하다’라는 제목을 통해 “바이든이 일본에 도착한 지 48시간도 채 되지 않아 전 세계 여성을 모독하는 법을 발견했다”고 비꼬았다. 일본 아사히신문 영문판이 전날 바이든에 대해 “실언하는 것으로 유명한 그는 종종 ‘결혼식 피로연에서 술 취한 삼촌’에 비유된다”고 설명했던 터라 파장은 더욱 컸다.

 다음날 부통령실 보좌진은 CNN 기자가 “전후 맥락을 충분히 설명하지 않고 보도했다”며 바이든에게 사과한 내용을 기자단에 배포했다. 바이든은 여성이 출산과 육아로 인해 직장을 그만둬서는 안 된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먼저 그 질문을 했다는 것이다. 바이든은 “전 세계에서 가장 도전받아야 하는 통설은 여성의 권리에 제한이 있다는 통설”이라는 말도 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는 전했다.

 하지만 이런 해명은 바이든의 발언이 이미 SNS 등을 통해 또 다른 말실수로 알려진 뒤라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WP는 “들불처럼 번진 비난 여론은 부통령의 공보팀이 중요한 고위급 회담에 집중하지 못하게 했을 뿐 아니라 일본에서 여성의 취업을 독려하겠다는 본래 목적도 훼손시키고 말았다”고 설명했다.

 지난 6일 박근혜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미국 반대편에 베팅하지 말라”고 말한 것 역시 무성한 해석을 낳았다. 한국이 중국과 가까워지는 것을 견제한 것인지, 미국 여론을 의식한 강경한 내부 단속용 발언인지 의견이 엇갈린 가운데 설득력을 얻는 지적은 바이든이 평소처럼 부주의하게 말을 하다 본래 뜻을 잘못 전달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브리핑에서 이에 대해 “한·미 동맹을 강하게 밀고 나가자는 의미를 바이든 부통령 식으로 표현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바이든이 이처럼 곤욕을 치르는 데에는 화려한 말실수 전력이 작용했다. 2010년에는 멀쩡히 살아있는 아일랜드 총리의 어머니에 대해 “부디 신의 품에서 편히 쉬시길”이라고 애도했다가 “아, 어머니는 살아 계신다고? 돌아가신 게 아버지라고?”라고 말한 것이 공중파를 타기도 했다.

 방중 기간에는 중국 찻집을 방문했을 때 벌인 소동이 곱지 않은 눈길을 받았다. 중국 베이징청년보(北京靑年報)는 “바이든이 5일 베이징 소재 명·청 시대 국립 교육기관인 국자감(國子監)을 방문한 후 인근 전통찻집을 찾았다”며 “불과 1시간 전에 갑자기 전화로 예약을 하더니 경호팀이 들이닥쳐 안전을 이유로 LPG 가스통 등 설비를 가게 밖으로 옮기도록 하는 등 야단법석을 떨었다”고 전했다.

유지혜·이충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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