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닉슨 재선 굳어진 미대통령 선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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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워싱턴= 김영희 특파원】「닉슨」대통령의 재선 가능성이 흔들리지 않는 가운데 약 8천 5백만명의 미국 유권자들은 7일 투표장으로 가서『평화의 세대』를 제창하는「닉슨」후보나 미국 사회전반의 개혁을 주장하는「맥거번」후보에게 한 표를 던진다.
7일 현재 미국 유권자의 숫자는 1억3천9백만이지만 실제로 투표에 참가할 사람은 8천5백만, 많아야 9천만정도로 예상된다.
여론조사 결과대로 하자면 승패는 이미 판가름난 셈이다. 선거 직전의「닉슨」지지도는「맥거번」의 그것을 최소한 30% 앞지르고 있기 때문에, 심지어「닉슨」후보가 미국대통령 선거사상 최고 기록의 압승으로 승리할 것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많다.

<박력 있는「이슈」없어>
물론「닉슨」우세가 월남휴전 달성 하나로만 굳어진 것은 아니다.「맥거번」의 도전은 처음부터 벅찼다.
「맥거번」후보가「뉴·햄프셔」의 눈발 속에서「머스키」같은 강적을 상대로 힘겨운 예선을 벌이고 있을 때에「닉슨」은 이른바「북경예선」으로 주은래와「마오타이」주를 즐기면서「뉴스」의 각광을 독점했다.
5월8일의 월맹항만 봉쇄, 같은 달의「모스크바」방문 같은 사건도 유권자들의 시선을 민주당의 예선에서「모스크바」월맹 따라서「닉슨」자신에게로 돌리는 데 성공했다.
반전「이미지」를 들고 나와서 미국인들의 반전감정에 호소한「맥거번」후보는「닉슨」행정부의 휴전안 합의발표로 맥이 빠졌다. 월남전 반대로 입신한 사람이 월남전 때문에 패배하는 것처럼 큰「아이러니」도 없는 것 같다.
「닉슨」후보에 의한「맥거번」의『무장해제』는 또 하나의 주요「이슈」인 경제정책에서도 마찬가지다.
「닉슨」은 작년 8월15일 진보적인 민주당 대통령이 아니고는 상상도 못할 물가동결, 과감한 긴축재정을 실현했다. 그것은「맥거번」후보를 모함한 진보파 그리고「험프리」「머스키」같은 중도파의 민주당 사람들이 주장한 정책 그대로였다.
그것은 외교정책에서 냉전투사로 명성을 떨친「닉슨」의 북경「모스크바」방문에 버금하는「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이었다.
이같이「닉슨」후보가『현직 대통령』이라는 절대적인 이점을 이용하여 전통적인 민주당 정책노선을『도용』하는 바람에「맥거번」은 민권운동,「닉슨」행정부의 부정부패 같은 그다지 박력 없는 자료만 가지고「닉슨」공격에 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지조 없는 행동 비꼬고>
선거운동 과정에서도「맥거번」은 두 가지 큰 실수를 했다. 유명한「이글턴」부통령후보 사퇴사건과 모든 미국인 한 사람에 1천「달러」를 준다는 사회복지정책이 그것이다.「맥거번」은「러닝·메이트」였던「이글턴」의 정신병 치료사실이 밝혀지자『나는 1천% 그를 지지한다』라고 선언했다가 결국 그를 사퇴시키고 말았다. 그때부터 1천%라는 말은 지조 없는 행동을 비꼬는 유행어가 되고「맥거번」을 유령처럼 따라다녔다.

<흑색선전으로도 타격>
설상가상으로 선거운동 막바지에 와서는 다른 두 가지 우연한 흉조가 그를 따랐다.「시러큐스」유세 때「맥거번」후보의 연설이 시작되자 근처 교회의 종 탑에서 찬송가가 계속 흘러나와 그는 연설을 중단했다.
감리교 목사의 아들인「맥거번」은 찬송가가 끝난 뒤 연설을 다시 하면서『나는 언제나 신이 내 편에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라는 임기응변의 농담으로 간신히 분위기를 살렸다.
「맥거번」이 계획한「시카고」시의 대대적인 횃불행진도 열차사고로 중단되고「미네소타」주「히빙」시의 대 집회도 때아닌 눈보라로 취소됐다.
「맥거번」은「닉슨」진영의「흑색선전」까지 작용하여 급진적이라는「이미지」를 끝내 끄지 못한 채 투표를 맞는다. 이것은 치명적이다.

<분열된 당 결속 못시켜>
「프랭클린·루스벨트」이래 민주당 후보들은 예외 없이 이른바「뉴·딜」정책을 발판으로 삼아 당선되었다. 「뉴·딜」정책의 지지기반인 대통령은 보수적인 남부와 자유주의 적인 북동부 그리고 노동조합으로 이루어진다.
한데「맥거번」은 젊은 층의 지지로 전당대회에서 지명을 받기는 했지만 분열된 당을 재 결속시키지 못했고 따라서「뉴·딜」연합은 엄두도 내지 못했다. 게다가 그는 젊은 층도 완전히 확보하지는 못했다.
투표권자의 연령을 내림으로써 이번에 처음 투표권을 행사하는 18∼24세의 층은 모두 2천5백만인데 조사에 의하면 이들의 표는「맥거번」48%,「닉슨」42%로 분산될 것이라 한다. 이것은「맥거번」측의 90% 이상이라는 장담과는 현격한 거리가 있음을 뜻한다.
반면「닉슨」은 공화당 후보로서는 처음으로 육체노동자·노동조합·빈민층·「카톨릭」 계통과 유대인들의 지지를 받았다. 다시 말해서「닉슨」은 민주당의 전통적인 기반까지 파고 든 것이다.

<닉슨이 덜 악마기 때문>
「맥거번」후보가 낙선하면 그는「윌리엄·브라이언」,「애들레이·스티븐슨」같이 시대를 앞지른 개혁파의 실패를 반복하는 셈이다. 「맥거번」의 등장과 패배는 76년 진보 파가 다시 지명될 것이냐 중도파가 권토중래할 것이냐 라는 중대한 의문을 남긴다.
그런 의문에 대한 해답은「닉슨」과「맥거번」의 득표 차에 크게 좌우된다는 사실이 승패가 판가름난 선거를 계속 지켜봐야 하는 최소한의 이유를 제공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유권자들이「닉슨」을 당선시키는 것은 그가「맥거번」후보에 비해『두 악마중 좀 약한 악마』라는 속언에 따라서일 뿐이지「닉슨」을 특히 좋아해서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따라서「닉슨」후보가 자신의 승리를 그가 말하는『새로운 다수파』의 형성이나 승리로 읽어서는 큰 오산이라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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