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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일 만에 추방 형식으로 … “대미 관계 개선 시그널”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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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오전 북한 고려항공 여객기 편으로 베이징 공항에 도착한 뉴먼. [베이징 AP=뉴시스]

북한에 억류돼온 미국인 메릴 뉴먼(85)이 7일 억류 43일 만에 추방 형식으로 풀려났다. 뉴먼은 이날 오전 평양발 고려항공 JS151편으로 베이징에 도착해 미 대사관 관계자들의 보호 아래 귀국길에 올랐다. 뉴먼은 “집으로 돌아가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본인이 사죄하고 뉘우친 점과 나이, 건강상태를 고려해 인도주의적 견지에서 추방했다”고 발표했다. 이어 “지난 조국해방전쟁 시기 첩보장교로서 자신이 직접 양성해 파견한 간첩테러분자들의 생사를 확인하기 위해 관광객의 외피를 쓰고 우리나라에 들어왔던 미국 공민 메릴 뉴먼을 억류하고 조사를 진행했다”고 주장했다. 6·25 참전용사인 뉴먼은 지난 10월 26일 열흘간의 북한 관광을 마치고 평양에서 베이징행 여객기를 타기 직전 체포돼 억류됐다.

 북한의 뉴먼 추방은 억류가 실익이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85세의 고령인 뉴먼을 장기간 억류하며 협상카드로 써봤자 북한과 대화를 거부해온 미국의 태도가 바뀔 가능성은 희박할 것으로 단정했다는 것이다. 북한은 또 다른 미국인(한국계) 케네스 배(45·한국명 배준호)를 1년 넘게 억류해온 상황이라 뉴먼까지 장기간 억류하면 국제사회의 거센 비난에 직면할 것이란 우려도 작용한 것으로 관측된다. 또 심장질환 환자인 뉴먼이 북한에서 숨질 경우 부담이 커질 것이란 점과 관광객으로 입국했던 뉴먼을 장기 억류하면 북한의 관광산업에 타격을 줄 것이란 점도 고려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북한은 국제사회에 인도주의적 이미지를 부각하고 미국과의 관계개선 물꼬를 트기 위해 뉴먼을 석방했을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마리 하프 미 국무부 부대변인은 6일(현지시간) “뉴먼이 북한을 떠나 가족과 재회하도록 허용된 데 대해 안도감을 느낀다”며 케네스 배의 석방도 촉구했다.

 케네스 배는 지난해 11월 3일 여행 인솔자 자격으로 나선경제특구를 방문하던 길에 “중국에서 선교사로 활동하며 북한 붕괴 음모를 꾸몄다”는 이유로 북한 당국에 붙잡혀 1년 넘게 억류돼 왔다. 미국은 로버트 킹 북한인권특사를 방북시켜 케네스 배를 데려오려 했으나 북한의 거부로 실패했다. 케네스 배는 건강이 악화돼 입원한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은 지난 10월 모친 배명희씨의 입국을 허용해 모자상봉이 이뤄진 바 있다. 미국 언론들은 그를 “6·25 이래 가장 오랫동안 북한에 억류돼온 미국인”으로 명명했다.

중앙선데이 강찬호 기자 stoncold@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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