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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에서 한창 열올리고 있는 낙태죄 폐기운동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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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파리=주섭일 특파원】한국에서도 인공임신중절을 허용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모자보건법에 대한 찬반양론이 활발히 논의되고 있는 이즈음 자유연애의 상징인 프랑스 파리에서 지금 낙태죄 폐기운동이 한창 열을 올리고 있다.
이 운동의 발달은 「마리·크레르」라는 만 16세의 소녀가 낙태했다고 해서 경찰이 체포, 법정에 서게 된데서 시작되었다.
여류작가 「시몬·드·보바르」여사를 비롯한 부인해방운동단체가 격렬한 시위를 벌이며 법정투쟁을 편 결과 「마리」양은 지난 13일 공소기각결정으로 석방되었으나 그의 어머니와 친구들이 낙태교사죄로 오는 11월8일 다시 재판을 받게 됨으로써 봉건시대의 망령인 낙태죄를 법에서 삭제해버리라고 부인들이 들고일어나고 있다.
「마리」양의 낙태사건은 어느 나라에서도 있을 법한 사춘기 소녀의 탈선이었다.
프랑스형법 3백17조에는 모든 낙태한 부인은 최소 6개월에서 2년까지, 낙태를 시킨 사람은 최소 1년에서 5년까지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법이 무서워 프랑스에서는 이웃나라에 찾아가 인공임신중절을 받는 일이 통례지만 「마리」양의 어머니는 돈이 없어 딸을 외국까지 보낼 수가 없었다.
지난 10월9일 「마리」양의 사건이 보비니 재판소에서 개정되자 1백여 명의 부인들이 『우리들 모두를 낙태죄로 재판하라』고 아우성치며 시위를 했다.
이 시위를 조직하고 앞장섰던 「보바르」여사는 『해마다 프랑스에서 1백여만명의 여자들이 벌받지 않고 낙태수술을 하고 있다. 이제 낙태에 관한 법은 여론에 따라 폐기되어야 한다』고 주장, 『「마리」양의 모녀가 도저히 기를 수 없는 아이를 낳지 않기로 결정한 것이 무슨 죄냐』고 외쳤다.
「보바르」여사는 『「마리」양은 석방되었지만 그가 받는 혐의와 피고로서의 시련은 일생동안 결코 잊을 수 없는 상처를 받았다고 말하고 프랑스에서의 정의는 특권층에 있어서만이 정의다. 1백여만명의 낙태한 여자가운데는 대기업가·장관·법관·재벌 등의 부인이 있다』고 주장했다.
2년전 집권당인 독립공화연맹국회 의원 「크르드·페이레」박사가 『태아가 치료할 수 없을 만큼 불구이거나 임신이 강간에 의하거나 근친상간에 의해서 되었을 경우 이를 확언한 후에 낙태를 허용하도록』제안했으나 채택되지 않았다.
또한 작년에 보건상인 「로베르·부뎅」이 『모체의 육체적·도덕적 건강이 위협받을 경우에 한해 낙태를 허용한다』고 암시했으나 아직도 프랑스는 법률상 낙태가 엄격히 금지되어있다.
『프랑스, 이 나라는 적어도 이 분야에 있어서는 뱅글라데쉬와 다를 바 없다』고 프랑스 가족계획연구소의 창설자 「「마리」·앙드레」박사는 탄식했지만 프랑스의 일각에서는 성교육의 부족을 탓하기도 한다.
그것은 「마리」양의 어머니는 법정에서의 검찰심문에서 『나는 내 딸에게 내가 지금까지 겪어온 지긋지긋한 악몽을 뒤밟게 하기를 원하지 않았다. 그러나 나는 딸에게 평소 감히 성교육을 솔직하게 일러주지 못한 것도 사실이었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서울에서 흔히들 영화 속에서 나타나는 파리는 「센」강변에서 젊은 연인들이 만인환시리에 포옹하고 있는 모습에 비추어 자유연애의 상징으로 생각하기 쉬우나 뜻밖에도(?) 너무나 보수적인 단면을 「마리」양의 낙태사건이 보여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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