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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적 본 회담 제2「라운드」 「정지」위의 「실질」토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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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가족 찾기 남북적십자회담의 제2「라운드」가 평양서 막이 오른다.
23일 54명의 한적 대표단이 입북, 24일부터 3박4일의 일정에 따라 제3차 본 회담을 평양서 가진 뒤 11월22일엔 제4차 본 회담이 서울서 열리게 된다.
의식과 쌍방의 「체제진단」위주였던 제1「라운드」의 정지작업이 끝난 뒤에 열리는 이번 내왕엔 실질적인 회담진척이 기대된다. 특히 적십자회담의 보모격인 남북조절위원회가 7·4성명이후 1백일의 침묵을 깨고 첫 판문점회동을 가졌고 3, 4차 내왕일정까지 짜놓고 있어 남북대화는 새 경지에 들어서고 있다.
23일 한적 대표단 54명이 평양에 감으로써 인도적 남북대화는 2차 서울회담이후 37일만에 다시 무릎을 맞댄다. 이범석 수석대표가 김태희 북적단장을 떠나보내면서 말했듯이 서울과 평양사이엔 이미 「인도의 다리」가 놓여 27년만에 뚫린 북행 길은 어느덧 새삼스런 나들이가 아니다.
북녘 땅 「널문리」의 「돌아오지 않는 다리」가 이젠 「돌아오는 다리」로 바뀌었지만 제2 라운드 남북적십자대화가 벌어지는 평양회담의 성격은 새롭다.
북적 대표단이 서울을 떠난 뒤 유엔에서의 한국문제토의 보류, 일·중공 수교, 조총련문제 등의 바깥 정세의 변화도 있었지만 남북조절위원장의 첫 회담에 이어 체제개혁을 위한 비상계엄이 선포되어 평화통일을 지향하는 신체제를 갖추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어 남북대화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이 같은 정세변화 끝에 처음 맞는 평양회담에선 지난번 서울 회담의 합의문서에 따라 이산가족을 찾아주고 서신교환, 재회 및 재결합을 꾀하는 실질토의가 진행되기로 돼있다.
본 회담으로서는 첫 비공개 회의로 진행된다는 자체가 인도적인 문제를 토의하는 「실질」「본질」회의의 성격을 말해주고 있다.
그러나 서울·평양 제2라운드 회담에서 팽팽히 맞섰듯이 「인도」와 「정치」의 평행선 토의가 반복되어 1천만 이산가족과 5천만의 염원을 외면할 가능성은 없을 것인지 가슴 졸이는 일이다. 1, 2차 회담은 상호왕래로 이해를 돕고 의식과 인사로 실질토의에의 무드로 들어가자는 것이었음은 두말할 여지도 없으며 그러기에 한적측은 이미 회담상대와 구면이 된 대표와 자문위원전원을 그대로 이끌고 평양회담에 임한 것이다.
그러나 북한은 그 동안 대남 비방을 대내외적으로 폈다.
이후락 공동위원장은 우리 언론 각 기관에 대해 상업적 「저널리즘」을 지양하고 남북대화를 대승적 견지에서 협조해줄 것을 요청하는 공한을 보내 북의 대남 비방에 맞서지 않음으로써 7·4성명 이전의 상태로 돌아가는 사태를 피하려는 노력을 보였다.
신뢰의 분위기를 깨지 않기 위한 우리의 노력을 얼마만큼 성실히 받아들이느냐는 이번 평양회담에서 나타날 것이다. 모처럼 뚫린 27년만의 대화가 실질적인 전진 없는 제자리걸음을 계속한다면 대화를 열지 않음만 같지 못한 민족의 대동단결을 저해하고 1천만 이산가족의 저주를 받을 것이기 때문이다.
새로운 체제를 구축하고 있는 우리의 노력에 대한 북의 성실한 대응과 본격화한 남북조절위원회가 차원 높은 정치회담으로 전개되어 이원화한 남북대화의 참다운 전진이 새 경지에 돌입한 대화 있는 대결시대를 극복하는 길이라는 기대 속에 겨레의 이목은 평양회담에 쏠리 고 있다. <최규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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