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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트인 남-북 대화의「찬스」살려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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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아시아」문제를 비롯, 남-북 관계 전문가인 서독「아시아」문제연구소연구위원 조명훈씨(41)가 남-북 대화와 관련, 각계인사와 협의를 갖기 위해 고국에 왔다. 조씨는 국제문제연구소의 초청으로 지난 10일 밤 부인「구드룬」여사(36)와 함께 왔다. 한때 서독에서 떠들썩했던 어느 유명한 사건에도 이름이 오르내렸던 조씨는 서독에 귀화, 현재 서독의무성과 「함부르크」주 정부의 지원을 받는「아시아」문제연구소에 일하는 외에「함부르크」대에서 정치학을 강의하고 있다.
조씨는 앞으로 10일 동안 각계인사와 남북문제에 대한 공식「스케줄」을 갖고 이어 개인자격으로 국내의 관계학자·언론인·학생 등과 많은 토론을 가질 예정이다.
19년만에 고국 땅을 밝은 조씨는『부산·소련·중공 등 남-북 분단을 빚은 강대국은 자기국가이익을 위해 잘 살아가고 있는데 우리는 아직 갈팡질팡하고 있는 것이 제일 분하다』며 『바야흐로 트인 남-북 대화의「찬스」를 꼭 살려야겠다』고 애타 했다.
『강대국은 이미 이념에 구애되지 않고 약게 사는 마당에 우리들끼리 싸움을 계속하면 웃음거리가 될 뿐』이라며 이번 기회를 결코 놓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조씨는 이번「찬스」를 놓칠 수 없는 이유를 두 가지로 들었다.
첫째 대외적으로는 미국·소련·중공 등 강대국이 남북대화를 불찬성하지 않고 있고, 둘째 대내적으로 북한체제가 안정되어 있다는 것을 들었다.
강대국의「아시아」정책이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데다가 북한체제가 집단체제가 아니고 1인 중심으로 굳어져있는 지금이 대화의 시기로는 가장 적당하다는 설명이었다.
조씨는 미국이 남-북 대화를 불찬성 않는 것은「베트남」전쟁에서「아시아」에 스스로 깊이 개입하면 손해라는 것을 배웠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조씨는 미국이「도미노」이론으로 중공세력을 막기 위해「베트남」과 한국을 갖고 있다가 이제 중공과 악수를 했는데 우리만이 옛날 그대로 남아있는 것은 의미 없는 일이라고 했다.
북한과 중공을 두 번 다녀갔고 소련도 방문한바 있는 조씨는『북한과 중-소는 이미 밀월여행이 끝나고 그들의 자주성이 상상을 넘어서 있는 것』을 보았다고 밝혔다.
조씨는『우리 정부도 미·중·소가 손잡은 이상 뭣 때문에 옛날 그대로의 대 공산권자세를 고수해야 하는가』에 대해 새로운 계산을 하기 시작한 것이 북의 자세와「매치」가 되어 대화가 된 것으로 분석했다.
조씨는 현 시점에서『북이 통일을 진정으로 원하고 있는가 없는가』는『선전이 반복되면 양이 질로 변한다』는 이론에서 볼 때 그렇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고 강조하고 선전이 결코 나쁜 것만은 아니라고 말했다.
조씨는 7·4공동성명에 대해 분단이후 처음으로 우리 민족의 정신을 원칙적으로 선언한 것이라며 이 성명이후 서독 등 외국 등에서『「코리아」를 이 세상에서 마지막 있는 나라』로 보던 것이 이젠 우수하고 독특한 나라로 존경하기 시작했다고 전하고 이번 기회를 절대 놓칠 수 없다는 것을 거듭 강조했다.
조씨는 이제 통일로 가는 이정표를 세우기 위해『남-북 정치 안·학자 등이 한시 바삐 마주앉아 세밀한 통일 5개년 계획을 마련할 때』라며 우리정부에 정치대화를 주저 말도록 조언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1차 목표로 공동의회 같은 정치공동체를 구성하고 이어 10년 내로 정치동일체로 가야할 것』이라고 구체적인 청사진을 제시했다.
조씨는 공동의회에 회의를 가지는 사람이 많겠지만 우리의 여야관계를 확대한 것에 불과하다고 지적, 결코 무리한 생각일 수 없다고 밝혔다.
조씨는 이 목표로 가는데 있어 ①서로 깔보지 말고 ②서로를 인정하며 ③모든 면에서 양반적 태도를 유지하는 것이 지름길이라고 말했다.

<약 력>
▲미국「펄먼」대학수료 ▲서독「본」대학졸업·정치학박사 ▲서독「함부르크」대학 정치학 교수 ▲서독아세아문제연구위원 ▲서독「디·차이트」지「칼럼」담당 논설위원.

<김형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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