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방연서회 창립16주년전|국전서예부 비판 속셈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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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동방연서회가 창립 16주년전을 마련, 9일∼15일 국립중앙공보관에서 전시하고 있다. 근1백명의 회원작품 1백50여점을 출품한 이 서회전은 그 동안 있었던 어떤 서예전보다도 규모가 큰 것이다. 연서회의 전통이 가장 연륜을 쌓고 있듯이 규모에 있어서나 수준에 있어서나 우리 나라에선 대표적인 서회.
실기만이 아니라 「서예강좌」 6권을 내어 이론적인 공부도 하는 착실한 연구소이다. 따라서 여기 출품회원에 있어서도 서예가로서 민태식·원충희·김응현·홍석창씨를 비롯해 화가인 박노수·김서봉·이종상·김세종씨가 있는가하면 기세훈·최태묵씨 등 사회인사도 포함돼 있어 이채로움을 주고 있다.
연서회가 이번 이 같은 대대적인 회전을 베푼 데에는 또 다른 저의가 있는지 모르겠다. 마침 10일이 국전 개막일. 그 국전 서예부에 대등하게 발표함으로써 상대적으로 채점하게 하려는 의도가 없지 않은 것으로 해석되는 것이다. 따라서 국전 서예부에 있어 정실 심사라는 예년의 비판을 되풀이하고 있는 셈인데 그것은 미술계가 지닌 공통적인 병폐 가운데서도 가장 심각한 상태이다.
서예계의 이러한 병폐와 불화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제3의 평단이 요청된다. 같은 미술의 여러 분야에서도 전혀 평론가를 갖지 못하고 있는 것이 서예계인데 이제는 작품의 됨됨이나 방향을 객관적으로 평가해 서예계를 정리해줄 안목 있는 평자의 양성이 여간 시급하지 않은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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