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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샤머니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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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원광대 민속학연구소가 주최하는 제2회 국제민속학 학술회의가 『「샤머니즘」의 현대적 의미와 기능』을 주제로 6일∼9일 이리 원광대에서 열렸다. 이 동양「샤머니즘」 학자대회의 주제 발표는 한국의 세 학자와 일본의 양정덕태랑 교수(동경교대)의 『일본「샤머니즘」의 생태와 기능』, 중국 시취봉 교수(문화학원)의 『대만토착민의 「샤머니즘」의 종교적 기능』등이다. 다음은 한국「샤머니즘」에 관한 논문만 요약, 소개한 것이다.

<생활에 미치는 영향 (김태곤·원광대 민속학연구소장)>
「샤머니즘」은 한국 민간인에게 살아있는 현재적 종교이며 정신적 불안해소, 생활적 희망의 부여, 역사의식과 심적 유대강화 등의 기능을 한다. 「샤머니즘」은 기독교나 불교보다도 민간층의 기층종교다. 그것은 고대부터 민족공동체 속에서 전승돼온 민족종교이며 불교·유교·기독교 등 외래종교와는 달리 민간의식에 침투된 것이었다.
아직도 서민적 의식구조에 합치되는 종교기능을 하고 있다. 전화와 관권에 시달리고 춥고 배고픈 비참한 생활 속의 서민은 내세적 구원·정신적 윤리성보다는 현실적 당면 문제인 병을 고치고 부유해지고 재난을 면하는 생활적 희망에 「샤머니즘」이 필요했다. 역사적 영웅, 곧 단군·국왕들·김유신·최영·임경업·남이 숭배가 역사의식과 민족적 긍지, 지연공동체적 유대강화에 특히 공헌했다.
그러나 「샤머니즘」은 민간에 흡수된 종교의식으로서가 아니라 현대적 차원에서 도외시 돼왔다. 한국이란 공간을 긍정하는 입장이 아니고 서양적 안목으로 한국이란 공간지역마저 부정하는 그런 관점에서 「샤머니즘」은 홀시되고 있다. 「샤머니즘」은 신의 절대성, 신앙에 대한 전통의식, 신앙의 생활화, 민간적인 기반의 장점을 갖는 것이다.
한국 현대사회가 서구로 눈을 돌려 자아상실증에 걸려있는 이때, 그래도 한국의 역사성과 주체성을 반복, 계승시키고 있는 것은 「샤머니즘」이다. 국가·민족의 근대화는 내적 정신문제가 앞서야하고 민족주체성의 확립이 요구된다면 민족의 정신적 「에너지」를 축적보유하고 있는 「민족적 종교」인 「샤머니즘」에 대한 인식은 한국민족사의 변혁을 가져올 역사적 전환점의 계기가 될 것이다.

<정신상황에 미치는 영향 (김광일·경희대의대·정신의학)>
「샤머니즘」은 고대로부터 내려온 토속종교로서 한국의 문화와 한국인의 인격형성에 다대한 영향을 끼쳐 왔다. 근대화과정에 있는 오늘날도 대중의 의식저변에는 여전히 「샤머니즘」적 인식양상이 있다. 「샤머니즘」은 비교문화 정신의학의 입장에선 투사조직이고 문화조직이다. 「샤머니즘」사회에선 모든 개인의 심리적 문제들은 모두 초자연적 존재의 탓으로 돌린다. 고통의 원인을 초자연의 의지에 투사해서 자기문제를 회피하고 초자연 존재를 잘 대접해 해결하려고 하는 투사방법이 「샤머니즘」의 기본인식 양상이다.
투사조직에 관련해서 한국인의 정신상황에는 문젯점이 있다. 첫째는 개인의 문제를 초자연의 사태에 투사하고 나면 자기문제는 없는 것이기에 개인의 책임과 참여의식이 결여된다.
둘째는 자기 문제를 초자연 존재에 돌림으로써 자기통찰의 경향이 빈약하게 되고 자기 밖의 의사나 가치체계에 자기가 좌우되는 정신상태를 조장했다. 세 째는 투사가 반복되고 편집성 경향이 조장되어 편집적 정신분열증이 생긴다. 심리적 고통을 신체의 장애로 옮기게 하는 것이다.
이런 역기능도 있지만 「샤머니즘」은 문화적 승화조직으로써 공헌하기도 한다. 인간의 정신고통의 해소, 치병에 공헌, 인도주의적 가치관에 득이 있다.
인간적인 신관을 바탕으로 한 「샤머니즘」은 인간자체, 이 세상의 생활을 문제시한다. 한국의 「샤머니즘」은 한 개인보다는 이웃과의 공동의식이 강조되며 이웃과 가족을 의식한다. 「샤머니즘」은 관계문화의 가치체계인 인도주의적인 공동유대에서 삶의 보람을 찾는 한국전통문화의 가치관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이다.

<한국종교에 미치는 영향 (문상희·연세대·신학)>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원시종교의 하나인 「샤머니즘」은 대종교들이 전래된 후에도 밀려나지 않고 오늘도 끈덕지게 살아 남았다.
다른 종교가 들어올 때도 「샤머니즘」이 언제나 수용기반이 되어 토착화했고 오늘날도 타종교의 하부구조에 파고들어 습합작용을 하고 있다.
「샤머니즘」은 민간신앙의 핵을 이루면서 각계 각층에 스며들어 민중의 기복종교로서 큰 몫을 담당하고 있다.
「샤머니즘」이 불교·유교·도교 등 타종교와 관계를 맺은 것은 꽤 오래고 복잡하다. 불교는 「샤머니즘」과 습합하고 토착화해 놀라운 불교문화를 창조했다. 불교사원 안에 산신각·정신·신중신앙의 「샤머니즘」적 요소는 지금도 적잖다. 도교도 「샤머니즘」과 접합, 칠성각·명부전·십왕신앙 등 요소를 불교에 남겼다. 유교도 소수귀족 특권층만을 포섭, 부녀자 등 민중을 무당에 넘겨주었다.
현재도 「샤머니즘」은 민간신앙의 핵이 되고 있다. 종교인구를 20%로 볼 때 인구의 80%는 무종교인이며 실상 이들은 「샤머니즘」의 담당자들이다. 불교·유교·기독교가 아직도 소수자의 종교인 상황에서 신흥종교의 홍수사태가 나도 「샤머니즘」은 더욱 기세를 올리고 있다.
불교가 사원안에 스며든 「샤머니즘」을 해소하지 못하고, 유교가 석전 외의 종교의식을 갖지 못하고, 기독교가 부흥회나 기도원·사설제단 등에서 입신·접신·방언 등 광신주의에 빠져있는 때 「샤머니즘」에의 복합은 현저한 것이다. 신흥 종교들은 「샤머니즘」을 조직화해서 만든 것이 태반이다. 이렇듯 「샤머니즘」은 오늘날도 자체를 살찌우고 여러 종교에도 음양으로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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