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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화량의 급증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근자의 통화 정책은 여러모로 「딜레머」에 빠져 있는 감이 있다.
통화 정책이 이처럼 크게 교란 요인을 내포하게된 원인은 무엇보다 앞서서 차관 원리금 상환 압박에 따른 기업 부실화 과정의 심화와 이를 개선하기 위한 8·3조치에 유래된 것이라 하겠다. 때문에 이미 교란된 통화 금융 질서를 어떻게 회복시킬 수 있을 것인지가 당면의 과제가 되지 않을 수 없다.
당국은 8·3조치의 파동을 수습하기 위해 특별 대환 조치를 해주었을 뿐만 아니라, 신용대출을 촉진시켰고 특별 금융 자금 방출을 했다. 그 결과 9월중에만도 5백80억원의 여신 증가가 이루어졌다.
9월중에만도 통화량이 4백84억원이 늘어 통화량 증가율이 전년 말 대비 29·7%에 이르렀다. 국내 여신 증가 한도를 연율 28%로 IMF와 합의한 것을 전제로 할 때 9월말 현재의 여신 한도 여유는 5백4억원에 불과하여 앞으로는 월 평균 1백68억원의 자금밖에 추가 공급할 수 없는 상황에 있다.
한편 산업 생산 지수도 7월말의 감소에 이어서 8월에도 계속 2·4%가 떨어져서 생산 동향은 계속 하강 추세에 있으며, 생산의 저조는 필연적으로 수입까지 감소되고 있다.
이처럼 실물 공급이 감소하고 있는데도 통화량은 급증하고 있어 공급된 통화가 물가 상승에 반사될 잠재 요인을 간직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지금과 같은 통화량 공급 「템포」를 근본적으로 억제하지 않는다면 8·3조치의 목표라고 할 물가의 연율 3%선 억제는 아주 난망시 된다고 하겠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보아 통화량 증가를 원천적으로 억제하기에는 너무도 많은 애로 요인이 있다.
즉 추곡 수매 자금과 연엽초 수매 자금, 추곡 수매 자금 등이 계속 방출되어야 하며, 경기침체에 따른 조세 수입 결함으로 일반 재정 측에서도 막대한 대한은 차입 요인이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재정 측의 통화량 증가 요인은 이제부터 크게 노출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사리가 이와 같다면 국내 여신 증가 한도를 28%선에서 억제하고 통화량의 증가를 이 이상 허용하지 않으려면 커다란 마찰을 피할 길이 없다.
즉 재정 측의 통화량 증가 요인을 불가피한 것으로 본다면, 민간 부문의 국내 여신은 9월말 수준에서 동결할 수밖에 없다는 난처한 입장에 빠진다는 것이다. 그러나 8·3조치로 민간 자금 유통이 크게 막힌 현실에서 금융 자금 공급을 다시 중단시킨다면 8·3조치가 결과적으로 기업의 금리 부담율은 낮춰 주었으나 그 대신 자금난을 가중시키게 되어 기업의 정상 가동을 억압하게 된다는 모순을 제기시킬 것이다.
따라서 이제 통화량 국내 여신 한도 등 대 IMF 협약 사항을 지키고, 8·3조치에서 제시한 물가 상승율 3% 유지 정책을 계속 고수할 것인가, 아니면 새로운 정책 목표를 현실에 맞게 재조정하여 정책 체계를 수정해 나갈 것인가 하는 이자택일에 정책 당국은 직면하게 된 셈이다. 이러한 기본적인 선택에 직면한 정책 당국자는 이제 중지를 모아 그중 모순이 가장 덜한 정책 대안의 제시를 서둘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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