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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틴틴 경제] 석유는 경제에 어떤 영향 주나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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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틴틴 여러분! 요즘 기름값(유가)이 너무 많이 올랐다며 걱정하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죠. 현재 우리 생활은 석유없이 이뤄질 수 없다고 해도 지나친 얘기가 아니랍니다.

주변을 둘러봅시다. 기름으로 만들거나 작동되는 물건이 수두룩합니다. 그래서 기름값이 오르면 덩달아 값이 오르는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랍니다.

우리가 먹는 음식, 입는 옷, 타고 다니는 차 모두 기름과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농산물을 재배할 때 쓰는 비료.농약.살충제 등이 모두 석유로 만든 것입니다.

비닐하우스와 각종 필름, 그리고 나일론.폴리에스테르 등의 합성섬유도 석유로 만들어졌습니다. 스포츠용품.완구.주방용품.합성세제.합성고무 등 우리의 일상 생활용품 중에서 석유가 들어가지 않은 것은 거의 없습니다.

우리 몸 속의 피처럼 석유는 현대사회의 피라고 할 수 있습니다. 땅속에서 뽑아내는 검은 빛깔의 원유가 바로 현대문명에는 없어서는 안될 산업의 기초원료입니다. 이처럼 중요한 석유의 값도 공급과 수요의 시장 기능에 의해 결정됩니다. 원유의 생산이 많을수록, 쓰는 양이 줄어들수록 국제유가는 떨어집니다. 그 반대이면 값은 오르겠지요.

공급과 수요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많습니다. 날씨가 추워지거나 경제성장률이 높으면 석유 사용량이 증가하겠지요.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증산을 결정하면 공급은 늘고 감산하면 줄어들 것입니다.

미국과 이라크의 전쟁이 눈앞에 닥친 요즘처럼 원유 생산이 많은 중동지역에서 전쟁이 일어날 징후가 보일 때도 공급이 줄어들 것이란 우려로 기름값은 오르게 마련이죠.

우리나라가 지난해 수입한 원유는 7억9천만배럴,1백91억6천만달러어치입니다. 석유제품도 2억3천8백만배럴, 59억6천7백만달러어치를 수입하고 있습니다. 올해는 유가가 올라 수입대금으로 지불해야 할 금액이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우리나라는 미국.일본.중국.독일.러시아에 이어 세계 여섯째 석유 소비 대국이랍니다. 인도.프랑스.이탈리아.캐나다.브라질.멕시코.영국 등을 앞섭니다. 기름을 쓰는 산업의 비중이 그만큼 크다는 말이지요. 가정용은 13% 정도이고 나머지는 모두 산업용.수송용입니다.

유가 1달러가 오르면 우리나라는 1년 동안 7억9천만달러(1달러를 1천2백원으로 보면 9천4백80억원)를 원유 수출국에 더 지불해야 합니다.

유가가 올라 물건값이 비싸지고 많은 돈이 밖으로 빠져나가면 우리 경제는 당연히 어려움이 많아지겠지요. 국제유가가 10%포인트 상승하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은 0.2%포인트 하락하고 소비자물가도 0.1%포인트 상승하며 경상수지가 3개월에 3억~4억달러씩 악화됩니다.

우리나라는 1970년대 두 차례의 심각한 석유파동을 겪으면서 석유를 저장해 놓을 필요성을 느꼈습니다.

1월 말 현재 1억3천9백50만배럴(97일분)의 석유가 비축돼 있습니다. 정유사와 석유제품 수입업자는 전년도 내수판매량(또는 판매 계획량)의 40일분을 의무적으로 비축해야 합니다. 이 정도 양도 충분하지 않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전 세계에 묻혀있는 석유를 지금처럼 계속 생산할 경우 앞으로 몇 년이나 더 쓸 수 있을까요. 이것을 석유업계에서는 가채연수(R/P)라고 부릅니다. 지금까지 발견된 유전의 확인매장량(Reserve)을 그 해의 연간 생산량(Production)으로 나눈 숫자입니다.

세계의 석유 확인 매장량은 2001년 말 현재 1조5백억배럴로 앞으로 40년 정도 쓰면 없어질 것이라고 합니다. 석유가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는 1930년대부터 제기됐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기술개발 등으로 석유는 여전히 중요한 에너지원의 역할을 다하고 있습니다. 유전의 발견이 계속 이어지고 있고 생산량 또한 줄어들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렇더라도 언젠가는 석유가 고갈될 것이기 때문에 석유를 대체할 새로운 에너지를 찾아내는 노력이 계속되고 있답니다.

땅속(어떤 경우엔 바다 밑의 땅속)에서 나오는 기름을 '원유'라고 하고 이를 정제한 것을 '석유제품'이라고 합니다. 휘발유.경유.중유 같은 것이 석유제품입니다.

원유는 생산지에 따라 이름이 붙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두바이.브렌트.WTI 등 세 가지입니다. 생산량이 많아 거래가 자유롭게 이뤄지기 때문에 유명해진 원유들이지요.

두바이는 중동의 아랍에미리트(UAE)에서 생산되는 원유로 우리나라는 주로 이 두바이유를 수입합니다. 브렌트는 영국 북해에서 생산되는 원유이고 WTI(West Texas Intermediate)는 미국 서부 텍사스 중질유를 말합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원유가 펑펑 쏟아지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이 있을 겁니다. 우리나라에서 아직까진 경제성 있는 유전은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울산 앞바다에서 경제성 있는 천연가스전이 발견돼 올해부터 가스가 생산될 예정입니다. 이 가스전의 매장량은 1천7백억~2천억㎥로 우리나라 경남지역에서 10년 동안 쓸 수 있는 양입니다.

또 30만㎢에 이르는 국내 대륙붕에는 석유가 있을 가능성이 큰 3개의 대규모 퇴적분지가 자리잡고 있어 석유가 더 발견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석유를 직접 발견해 개발할 경우 경제적 이익은 매우 크겠지요. 석유개발에 드는 비용은 배럴당 10달러 정도이나 국제유가는 요즘 30달러를 웃돌고 있으므로 배럴당 20달러 이상 싸게 들여올 수 있는 것입니다.

우리나라가 기름을 생산하는 산유국이 되는 것도 좋지만, 현재로선 기름을 한 방울이라도 더 아껴쓰는 게 중요하답니다.

허귀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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